해외 취업/미국 직장 생활을 통해 배운 것

뉴욕에서는 배려의 미덕보다는 적극적으로 자기 의사를 표현하기

by 제나

아직도 뉴욕 맨해튼을 거닐었던 그 첫 날이 생생하다.

나는 운 좋게 9월에 뉴욕에 도착하여, 선선한 가을 날씨의 뉴욕을 맞이할 수 있었다. 뉴욕을 떠나고도 몇 년간은 매년 가을이 시작하는 냄새를 맡을 때면, 이 날이 떠오르곤 한다.


미드타운 타임스퀘어의 북적거리던 활기, 센트럴파크의 탁트인 평온함, 워싱턴 스퀘어 파크의 개성넘치는 에너지..

혼자 유명하다는 메그놀리아 바나나 푸딩을 사들고, 센트럴파크에 앉아 감격하면서 먹었다. 쉑쉑버거와 유명 베이글 카페에도 갔다. 정말 내가 책이나 드라마에서만 보던 뉴욕에 있다니!


나는 단순히 관광만을 하러온 것은 아니었기에, 첫날부터 여러가지 처리해야할 일들이 있었다. 핸드폰 개통을 하러 티모바일 가게에 들어갔다. 한국에서 아무리 언어교환 및 외국인 친구들과 많이 놀았다고 해도, 이런 진지한(?) 일들을 영어로 처리해야하는 것은 처음이었어서 약간 긴장이 되었다. 점원이 어떤 버튼을 누르라고 했는데 내 마음대로 생각하다가 한참 못 알아들었다. 그래도 실전(!) 현장에서 오로지 나의 영어실력만으로 내가 원하는 일들을 처리할 수 있었다는 것이 재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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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날 뉴욕 맨해튼에서 찍은 사진들


회사 생활도 다행히 잘 적응하였다. 당시에 내 상사도 젠틀한 분이었고, 나와 비슷한 시기에 입사한 한국인 동료들과도 금새 친해질 수 있었다. 회사 밖에서는 최대한 한인 커뮤니티를 벗어나려고 노력했다. 미국 속의 한국 문화 테두리안에 사는 것이 아닌, 진정한 미국 문화와 커뮤니티 안으로 들어가고 싶었다. 다행히도 여러가지 인연들을 통해 너무나 좋은 친구들을 많이 사귀게 되었다.


내가 미국 문화를 흡수하려고 노력할 때, 가장 먼저 바꿨던 나의 사고방식이나 행동은 '자기 주장을 분명하게 말하는 것' 이었다.

한국에서는 자기 주장을 강하게 하지 않는 것이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것, 사회성이 좋은 것이라고 배웠었다. 자기 주장을 강하게 하면, 자칫하면 '기가 세다'던가, 이기적이고 배려심없는 사람 혹은 예의없는 사람으로 보일 수도 있었다.


뉴욕에 한 베이글 가게에 갔던 기억이 떠오른다. 엄청나게 많은 종류의 크림치즈와 베이글 종류 앞에 다양한 사람들이 주문을 하기 위해 메뉴들을 고르고 있었다. 스태프들도 열심히 주문을 받고 있었다. 미국에서는 이미 만들어진 종류대로 사가는 사람보다는, 본인의 취향에 맞게 자기 방식대로 커스텀주문을 받는게 보통인 경우가 많다. 나는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뒤에서 조심히 메뉴들을 살피며, 누군가 내 주문을 받아주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아무도 나에게 관심이 없었다. 생각해보니 내가 뭘 원한다고 표현 하지도 않았는데, 왜 다른 사람들이 내가 필요한걸 알아서 채워줘야한다고 생각했을까? 강력하게 본인이 원하는 것을 얘기하는 많은 사람들 속에서 구지 가만히 있는 나를 신경써줘야할 이유가 무엇인가? 나도 그 고객틈으로 들어가 크게 외쳤다. "헬로우! I'd like to order!"


한국에서는 이런 경우, 주문을 받는 것을 가게를 운영하는 주인의 책임으로 생각했을 것이다. 가게에 들어온 손님의 주문을 받는 것은 가게의 책임이 아닌가. 하지만 내가 겪은 뉴욕에서는 본인이 하고자하는 것은 결국 본인에게 책임이 있는 것이다.


원하는 게 있으면 제대로 분명하게 전달해야 한다. 무례하게 언성을 높이라는 말이 아니다. 뉴욕은 전 세계의 사람들이 모인 곳이다. 한국처럼 하나의 단일 문화와 정서 아래, 암묵적으로 동의시되는 '보편적이고 정해진 룰'이 없다. 다른 사람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모르는게 당연할 뿐더러, 표현하지 않고서, 특히 이방인인 우리의 마음과 관습을 이해해주는것을 바랄 수는 없다.


지금 돌아보면, 뉴욕에서의 삶이 결과적으로는 내가 조금 더 주체적이고 능동적인 사람이 되도록 만들어주었다. 회사 생활도 마찬가지이다. 나는 미국에서 커리어를 시작한 덕분에 확실히 좀 더 개인적이고 주체적인 방식으로 일을 배울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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