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긴 여정 위의 암시들
Every contact leaves a trace.
모든 접촉은 흔적을 남긴다.
범죄학, 셜롬홈즈 등 추리소설에서 자주 인용되는 문구. 그 문장이 눈에 들어온 것은 경찰서 과학수사대에서 열손가락 지장을 찍으면서였다.
'움...모든 접촉은 흔적을 남긴다라...'
정말 과학수사대의 슬로건답다 싶었다. 괜시리 내가 앉았던 자리의 테이블 유리를 뽀득뽀득 닦아 손자국을 없앴다.
'열손가락 지장도 찍었겠다. 지문 정보라곤 다 팔렸겠지만...'
아니 잠깐, 무슨 범죄를 저질렀냐고? 오해다. 난 그저 캐나다 비자 발급을 위한 서류로 인해 경찰서를 방문했을 뿐이었다. 평온하게 찍어주시는 경찰관 아저씨의 뒤로 보이는 뇌리에 박힌 인상적인 글. 범죄학적인 면에서뿐만 아니라 일반적인 관점에서도 모든 접촉은 흔적을 남겼다. 사람을 만났을 때, 어떤 경험을 겪었을 때 전부 알게 모르게 어떤식으로든 흔적을 남기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