탱크와 기타와 확성기

by 온지엽

나는 너덜너덜한 어깨와, 앙상한 갈비뼈와 슬픈 눈을 한 중년의 여자가 되기 싫다. 만약에, 아주 아주 만약에 내가 어른이 된다면 나는 청바지와 허리라인이 드러나는 니트를 입고, 두 눈을 반짝이며 웃을 것이다. <인생은 아름다워>의 귀도처럼 말이다. 아무리 잔인하고 무시무시한 현실이 날 죽음을 향해 밀어 넣어도, 나는 미래에 선물 받을 멋진 탱크를 상상하며 열심히 포인트를 딸 것이다. 사탕을 달라고 울지도 않고 아주 순하고 착한 아이로.

나는 마음속의 청춘을 잃어버리지 않을 테지. 어린 날의 슬픔을 잊지 않을 테지. 나는 참 이기적이었고 세상을 몰랐다- 하고 넘겨버릴 테지. 나는 성숙한 사람이 되어있을 거다. 멋진 여자? 커리어우먼? 글쎄, 잘 모르겠지만 어찌 됐든 성숙한 사람이고 싶다. 나는 실수가 많았는데, 앞으로 내 생명이 꺼지지 않는다면 <사운드 오브 뮤직>의 마리아 같은 여자로 살고 싶다. 눈은 반짝이고, 마음은 순수하지만 강단 있고, 겸손한 사람. 자유로우며 따뜻한 사람.


... 그렇지만 사실 귀도는 무섭다. 그 수용소 안 누구보다도 - 심지어는 자신의 어린 아들보다도 - 그 상황이 너무너무 무섭다. 그래서 아들을 위한 척 게임 세계관을 만들어낸 게 아닐까. 그래야만 자신이 미치지 않고 견딜 수 있을 것 같으니까. 나는 귀도가 그런 말도 안 되는 게임을 만든 게 마음에 들어서 큰 감동을 받았다. 하지만 나치가 보지 않는 틈을 타서 마이크에 대고 "좋은 아침이에요, 공주님!" 하고 말해서 확성기를 통해 자신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도록 한 데에는 공감할 수 없다. 난 그 정도로 나 자신을 위험에 빠뜨리는 걸 즐기는 변태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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