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을 위한 사관학교, 나폴라. 복싱을 하는 프레드리히는 엘리트가 되기 위해 나폴라에 입학한다. 아빠는 절대 안 된다며 반대하지만 아이는 기어코 그 학교에 들어가 버린다. 가슴 벅찬 감격에 겨워 노래를 부르는 아이. 하지만 어느 다른 아이는 밤새 이불을 적신다. 그 바람에 그 아이는 야외에서 전 학급 앞에 매트리스를 두고서는 바지를 내리고 소변을 놔야 했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에도 누군가 바지를 내리지 않았나? 근데 그 소설 속에서는 이상한 장난을 치던 걸로 어렴풋이 기억한다. 그건 내가 초등 5학년 때 국어시간에 지루하게 배웠던 작품이다. 그 소설을 생각하면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이 세트로 떠오르는데 그 소설이 무슨 내용인지는 하나도 모른다. 그 소설을 학교에서 배우기는 했었다.
프레드리히는 알브레히트와 꽤 친해진다. 하지만 그 아이는 꽁꽁 언 연못에 구멍을 파서 한 구멍에서 다른 구멍으로 밧줄을 타고 얼음물을 잠수해야 할 때 그 밧줄을 일부러 놓아버린다. 그 애는 그 학교가 싫었는가 보다. 알브레히트는 금발인 프레드리히와 다르게 짙은 갈색의 머리를 한 아이였다. 아이들은 러시아 아이들을 상대로 총을 쏘기도 했더랬는데, 총을 맞은 러시아 아이는 러시아어를 했다. 친구가 얼음물에서 나오지를 않자 프레드리히는 빤스 차림으로 낫을 들고 쾅쾅 친다. 알브레히트! 알브레히트! 하면서.
내가 장담하는데 프레드리히는 그 순간 얼음 호수 위에서 3도 화상을 입었다. 그건 잠을 자다가도 살갗을 스치는 극세사 이불에 쓰린 고통이 몰아쳐서 발작하듯이 신음하며 깨어나게 하는 상처다. 난 알브레히트를 보며 <죽은 시인의 사회>의 자살한 아이가 떠올랐다. 하지만 대치동 은마아파트의 복도에서 투신해 자살했다는 뉴스를 아직까지는 접하지 않았다. 얼마 전에는 은마아파트에서 불이 나서 10대의 영민한 아이가 숨을 거뒀다. 이사 온지 겨우 5일째 되는 날이었다.
북한에도 아이들을 위한 사관학교가 있다. 영웅 칭호를 받은 이들의 아이들이나, 고위급 자녀들이나 독립유공자의 후손들 등, 출신성분이 확실한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다. 아이들은 빡빡머리를 밀고, 군복을 입고 총을 쏜다. 남자아이들을 위한 학교는 만경대혁명학원, 여자 아이들을 위한 학교는 강반석혁명학원이다. 강반석은 김일성의 에미 되는 사람이다.
프레드리히와 알브레히트는 화장실에서 싸우듯이 몸부림치다가 바닥에 부둥켜 앉고 엉엉엉 운 적이 있다. 프레드리히는 눈이 내리는 추운 날 결국 그 학교 대문을 열고 나온다. 영화 <나폴라>의 포스터는 눈보라 속에서 여기저기 멍이 든 얼굴을 치켜든 프레드리히의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