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예

by 온지엽

나는 심히 유감스럽소. 동무의 그 태도가 참으로 유감이오(인제 모든 것은 끝나는 것이다). 왜 동무는 내 얼굴을 그렇게 차갑게 쳐다보고만 있소?

이 둑길을 따라 똑바로 걸어가시오. 남쪽으로 내닫는 길이오.

나는 하얀 눈에 발을 푹푹 넣으며 어디로 갈까.
대치동? 벨라루스? 러시아?

내 뒤에서 총을 겨눈 사람은 누굴까.

대치동의 선생님들?
엄마? 아빠? 언니?
나?

나는 앞으로, 앞으로 갈까,
아니면 뒤돌아서 총을 빼앗아 상대를 겨눌까?
겨눈다면 그를 죽일까, 살릴까?

나는 움직이지 못하고 있다.
모든 게 유예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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