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몬

by 온지엽

쓰레기 버리는 데 한 건 당 4만 원이라고? 그것도 압구정에서? 아무리 돈 많은 부자동네여도 그런 식으로 돈을 뿌려대진 않아. 그리고 압구정이면 이미 청소 도와주시는 분들이 계실 거라고. 뭐 하러 일부러. 알바몬에. 공지를. 올려서. 한 건 당 4만 원을. 준다고 해? 그냥 엘리베이터 타고 내려가서 휙- 던져 버리고 오는 게 차라리 덜 귀찮겠다.

이 세상에 공짜는 없어. 그 안에 마약이라도 들어있으면 너는 순식간에 마약 운반범 되는 거야. 몰랐다는 건 형벌을 완화시키지 않아. 무지는 곧 죄야. 뭐, 어디 있던 거 픽업해 주세요- 이것 좀 어디 가져다주세요- 이것 좀 들어주세요- 싹 다 거짓말이야. 공항에서 할머니가 가방 좀 옮겨달라고 하면 대신 옮겨드릴 게 아니고 카트에 실어드려. 아니면 공항 직원에 인계해 드리든가. 공항 사람들은 훈련을 받았기 때문에 교육받은 대로, 매뉴얼에 따라서 움직일 거야.

그리고 아까 알바몬 말인데, 그거 경찰에 신고해. 아니면 어쩌려고? 아니면 다행인 거고. 아님 말고. 근데 만에 하나 그럴 수도 있으니까 신고하는 거지. 아차, 신고가 아니고 포돌이, 포순이한테 전화하는 거라고 생각하면 좋아. 포돌아- 포순아- 내가 알바몬에서 이런 걸 봤는데 조금 의심이 돼서 너희한테 알려주려고 전화했어-하면 돼. 그 이후는 포돌이, 포순이가 알아서 할 거야. 그리고 이건 정말 중요한 건데, 포돌이, 포순이는 입이 천근만근 무거운 친구들이야. 그니까 걱정할 것 없어. 편한 마음으로 가볍게 전화하면 돼.

그랬다가 실제로 그게 마약이었으면 넌 마약사범을 검거하는 데 일조한 모범 시민이 되는 거야. 그럼 '용감한 시민상'이나 '경찰청장 표창장'을 받을 수도 있는 거지! 경찰청장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표창장을 활짝 펼친 채로 하얀 이를 드러내고 웃는 사진을 찍는 거야. 그리고 그건 동네 기사로 나가겠지. 그 표창장을 집안 가장 잘 보이는 곳에 두는 것도 좋은 생각이야. 두고두고 안주거리, 이야깃거리가 되겠지. 가보로 대대손손 물려줄 영광이자 명예이기도 해. 살면서 한 번쯤 그런 특별한 경험을 해보는 것도 두고두고 꺼내볼 추억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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