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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주희 May 09. 2020

건축

'16 & '20 생각의 변화

'16. 동대문 디자인플라자



 2009년 착공하여 2014년에 개장한 자하 하디드 설계의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DDP)는 당시 기획설계안이 공개된 후 건축계의 뜨거운 감자였다. 한국계 건축가들은 주변 상권들과 부합하지 않는 거대한 유선형 건축을 비판했고, 막대한 자금을 들여 서울 중심에 건립한 이 조형물이 무슨 기능을 하겠냐며 불만을 토로했다. 유선형 건축답게 둘레길을 넣었다고 하지만 생소한 파사드와 배치에 서울 한복판에서 UFO를 보는 기분이었다. 반면, 서울시 법규에 따라 지어졌던 기존의 건축과 비교하면 이 새로운 형태가 미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궁금했다. 


 두 번째로 의문이었던 점은 과연 이 건축이 장애우를 배려한 것 인가이다. 건축물 전체에 긴 동선을 이용하여 둘레길 이미지를 연상시키는 것은 좋으나, 장애를 가지거나 몸이 불편한 이용객들에게 출입구를 찾기도 어렵고 엘리베이터를 찾기도 어려워 다니기 어렵다는 의견이다. 직접 찾아가 경험한 결과, 건축적 램프와 장애인들을 위한 손잡이가 있기에 베리어프리 디자인이라고 생각했으나, 막상 내부를 경험하고 보니 장애우들이 천천히 공간을 느낄 수 있겠지만 계속된 램프로 체력적으로 지칠 것 같다.


 ddp는 서울에서 가장 눈에 띄고 신기한 건축이었다. 그런 곡선은 머릿속에서 한 순간에 떠오른 형태를 도면과 모형으로 잘 실현한 것이고 그런 자하 하디드의 도전 정신을 좋아한다. 그러나 우리나라 건축적 성향과 주변 사이트에 대한 충분한 조사를 하지 않고 외계 조형물 같은 느낌을 주어 안타까웠다. 기능적으로 빈 공간들이 보이고 내부의 사용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 같았다. 일부 카페며 휴식 가구들이 아무 곳에 디자인이나 기능에 관계없이 배치되어 있었다. 카페는 정말 다양한 형태로 사람들에게 편안함을 줘야 하는데, 개성이 없고 물론 편하지도 않았다. 내부는 어떻게 환기가 될지 궁금할 정도로 폐쇄적이며 직접적인 외부의 빛 또한 없었다. 이 건축물이 얼마나 지속될지는 모르겠다. 마감재 역시 곳곳에 벌써부터 흠이 보였다. 곡선을 이용하여 사람들에게 반짝 관심을 주었지만 건축으로써 그 기능을 충분히 하지 못하는 것 같아 아쉬웠다. (16년 글 발췌)



'20. 동대문 디자인플라자



 2018년부터 동대문 디자인플라자 인근에서 생활하기 시작했다. 과거의 생각이 어떤 변화가 있을지 몹시 궁금하기도 했다. 생각보다 훨씬 하나의 건축에 대해 오래도록 경험해보는 것은 정말 좋은 기회였다. 

3년 차 경험한 DDP의 다양한 상황과 공간을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1 밤과 낮
2 휴무기간과 축제기간
3 특별전시 : 라이트
4 전시공간과 공연 공간
5 독서공간과 판매 공간


 먼저 DDP는 저녁 8시부터 새벽 5시까지 운영하는 도매시장 근처에 위치해 있다. 따라서 낮과 밤에 DDP를 이용하는 사람들의 차이는 분명하다. 낮에는 소매시장, 전시, 카페, 역을 이용하러 오는 외국인 관광객과 일반 관광객으로 가득하고 밤에는 도매시장을 이용하는 패션 디자이너들과 오토바이 족들로 가득하다. 세계에서 가장 바쁜 도시가 바로 서울의 동대문이 아닐까 할 정도로 24시간 쉴 틈이 없다. DDP 역시 쉬는 법 없이 낮에는 관광의 공간으로, 밤에는 휴식의 공간으로 이용된다. 


 도매시장은 매주 토요일마다 휴무일이다. 토요일에는 그 바빴던 밤이 아무 말 없이 조용해진다. 행인 조차 거의 없어 일반 주택가와 다름이 없다. 필자가 일주일 중 가장 기다리는 날이기도 하다. 서울의 중심을 아무 제약 없이 혼자 산책할 수 있는 기회다. 토요일 DDP의 밤은 어둡고 고요하지만 한편으론 도시에 쉼을 보여주기도 한다. 유선형의 건축을 따라 흐르는 조명이 가장 건축과 잘 어울릴 때이기도 하다.


흐름의 조명

 

 반면 DDP에서 열리는 빛 축제, 디자인장터, 특별전시가 있을 경우 낮에는 어린이들과 가족들, 학생들로 밤에는 연인들로 일반인들이 가장 몰린다. 주변 기관들과 협업하여 공연 공간 및 장터 공간을 내어주기도 한다. 충무아트센터에서 뮤지컬을 연습하는 학생들이 DDP메인 광장에서 공연을 보여주기도 한다. DDP를 전체적으로 골고루 이용하여 사람들의 행위로 건축과 주변 환경이 하나가 된 모습을 보여준다. 건축적으로는 유선형 형태가 천장과 바닥, 벽 경계를 이어 하나의 건축을 만들어내었는데, 이는 사람들에게 이제껏 한국에서 경험하지 못했던 특별함을 제공하는 부분이라고 생각이 든다.


연결되는 천장, 벽, 바닥

 

 현재의 DDP는 건축가의 재미난 상상이 현실이 되어 사람들로 하여금 자유롭게 이용하고 새로운 공간들을 파생시키는 긍정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동대문이라는 문화적 특수성을 배경으로 이 건축물은 도시에서의 다른 밤을 지내고 있으며 서 있는 위치에 따라 다른 모습으로 건축을 즐길 수 있는 즐거움을 준다고도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과거의 생각과 같이 여전히 변하지 않는 불편함은 내부의 설계를 고려하지 않았던 이유로 기능이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는 부분이다. 유선형 건축에서 소위 알찬 평면이란 어떤 것들이 있을까 의문이다. 


상상의 동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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