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공간
공간감성#17 디테일과 스토리
다양한 디테일
골목은 다양한 기능의 공간과 여러 방향의 길로 이루어져, 건축적으로 실험적 다양성을 품고 있다. 골목의 긍정적 경험을 주었던 길과 공간, 출입, 벽 등을 분석해 새로운 공간을 창출하는 데에 필요한 공간 요소를 정리해보고자 한다. 먼저 골목에 대한 사전적 의미는 '큰길에서 들어가 동네 안을 이리저리 통하는 좁은 길' (네이버 어학사전)이며, 이 글에서는 골목을 길과 그 길로 인해 만들어진 공간을 포함하는 건축 언어로 정의해본다. 골목에 대한 통합적 특성은 다음과 같이 분석해 보았다.
선택성 : 길이 모여 창출된 공간과 선택적 출입
다양성 : 기능의 공간들이 모여 만들어진 복합체와 자투리 공간
유희성 : 다채로운 시선과 방향
선택성 : 길이 모여 창출된 공간과 선택적 출입
골목은 길과 길이 모여 작은 포켓공간을 형성하고, 주변 자연환경을 끌어들여 새로운 뷰를 형성하며, 대지의 레벨 차이로 인한 출입의 다양함이 공존한다. 길은 사람들의 방향과 행태를 결정하고 형태에 따라 속도를 결정하게 한다. 하단 사진은 안양 예술공원에 위치한 설치 작품이자 공간이다. 폭 1000 정도의 여러 갈래의 길을 상하 높이차를 두어 벤치를 형성하고 확장시켜 아고라를 형성했다. 이 길은 2층 높이의 다리로 연결되어 자연스러운 공간 유입을 유도했으며 아고라를 벗어나 주변 경관을 천천히 둘러볼 수 있는 또 다른 길이 되었다. 길이 모이면 광장이 되고, 높이에 변주를 주면 층이 생겨 출입이 다양하게 바뀌고, 천장과 벽을 형성하면 아늑한 공간이 된다는 것을 볼 수 있는 작품이었다.
다양성 : 기능의 공간들이 모여 만들어진 복합체와 자투리 공간
골목과 함께 생겨난 공간(건축물)은 계획도시에 있는 공간에 비해 예측하기 어려운 평면과 입면을 갖게 된다. 골목이 자연의 형태를 따라 수평, 수직적으로 세월이 흘러 변화하였기 때문이다. 건축물의 골조를 제외한 영역은 길과 상호작용하며 테라스, 옥탑, 계단실로 진화하였으며 형태적, 기능적으로 다양하게 섞여 조합되었다. 창신동을 예로 들어, 상업과 주거, 전시 시설이 공존하는 복합 문화 영역이라 볼 수 있듯이 작은 공간들이 모여 자투리 공간을 활용한 건축형태는 앞으로의 소비자들이 원하는 형태와도 맞닿아 있다고 생각한다.
호텔과 공유 오피스 등과 같이 넓고 높은 편안한 공간을 선호하고 빌리는 것과 대비되어, 숏폼과 홈오피스 등과 같이 작은 나만의 포근한 공간을 추구하고 소유하는 것에 대한 트렌드가 있다. 어쩌면 필수 기능과 유희의 콘텐츠들이 모이고 우연의 포켓공간들이 만들어진 건축이 지금 시대에 필요할 수도 있다.
ivor de wolfe & kenneth browneCivilia ⓒarchitectural press, 1971
Cathedral, John Hejduk 유희성 : 다채로운 시선과 방향
길과 공간으로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자투리 공간들은 또 하나의 건축적 유희를 준다. 하단은 벽과 사람들의 행태에 대한 관계를 그린 그림으로, 벽의 개구부(건축물의 출입)에 따른 시선 교차 방식, 층높이에 따른 시선의 변화, 동선의 변화 등을 알 수 있다. 길과 관계를 형성하고 있는 골목공간은 이러한 방식으로 쉼터, 팝업스토어, 전시 등의 콘텐츠를 추가할 수 있다.
화제의 공간 스토리
<스페이스브랜딩>의 저자 김주연 교수에 따르면, 스페이스브랜딩 4원칙에는 선도성, 명확성, 의외성 그리고 마지막으로 화제성이 있다. 그의 저서에서 물리적 공간뿐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스토리를 느끼고 경험하는 것이 영적 만족을 추구하고 브랜드 긍정적 이미지를 구축하는 방법이라고 언급했다.
하단의 사진들은 건축과 공간의 이야기를 극대화시킬 수 있는 방법의 연출을 보여준다. 기존 공간의 역사성을 보여주거나, 현재 보이는 것들에 대한 연장선상의 가상공간을 만들어주거나, 공간에 필요한 감각들을 추가로 구성해주는 방식들이 있다.
창신 절벽 예술제 ⓒjenna_nd_
아르코미술관 '횡단하는 물질세계' ⓒjenna_nd_
21' 공예 트렌드페어 ⓒjenna_nd_기술의 발전은 새로운 공간을 만들 수 있다. 상업 또는 전시시설에서 미디어의 활용은 작은 공간에서 다양한 스토리를 부여하고, 가상의 공간과 연결되어 한계 없는 복합적 공간 체험을 할 수 있도록 한다. 또한 강력한 공간 이미지를 연출하여 감성과 기술이 집약된 브랜드라는 긍정적 이미지를 형성할 수 도 있다.
앞으로의 건축은 그 형태와 콘텐츠 모두 자유롭게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 서울을 돌아다니며 골목에 대한 생각을 정리해본 결과, 골목은 익숙한 장면을 활용하여 반전을 연출하고, 긍정적 이미지를 구축하는 건축 언어로써, 공간적 디테일과 콘텐츠로 인한 확장까지 더해진다면 다양하고 재밌는 건축 양상이 나타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