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감성 #6 이 별에 필요한
영화를 본 뒤에 이야기보다 장면이 오래도록 머릿속에 남을 때가 있다. <이 별에 필요한>은 그런 영화였다. 프레임 속 흐름의 구조가 눈에 들어왔고, 인물보다도 배경이 더 깊게 기억에 남는다.
이 영화는 2050년 서울을 배경으로, 화성 탐사를 꿈꾸는 우주인 ‘난영’과 뮤지션의 꿈을 접어둔 채 레트로 음향기기를 수리하는 ‘제이’가 만나 꿈과 사랑을 향해 나아가는 이야기이다. 난영은 4차 화성 탐사 프로젝트의 마지막 관문에서 아쉽게 탈락하지만, 그녀의 열정은 식지 않는다. 어느 날 우연히 제이와 마주친 두 사람은 서로의 상처와 꿈을 이해하며 가까워지고, 다시 찾아온 화성 탐사 기회는 예상치 못한 이별을 만든다. 이후 영화는 지구와 우주, 두 인물의 감정을 시공간을 넘나드는 구조로 교차시키며 그려낸다.
이 영화의 흥미로운 지점은 서사보다는 그 서사를 연결하는 장면 구성에 있다. 이야기 자체는 단순하지만, 감정을 전달하는 방식은 묘하게 특별하다. 익숙한 과거의 공간과 낯선 미래의 장치를 대비시키고, 정서적인 대사 없이도 인물의 상태를 공간이 먼저 보여준다. 카메라가 느리게 움직이며 비추는 구조는 오히려 인물의 말보다 더 많은 것을 전달한다. 그래서 나에게 이 영화는 사랑 이야기이기보다는 공간과 감정의 관계를 실험하는 영화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지구를 감싸고 있는 우주의 원형 구조였다. 멀리서 보면 마치 레코드판을 닮았다. 감정의 궤도가 나선형으로 얽혀 있고, 중심에서 바깥으로 뻗어 나가며 음악처럼 반복된다. 우주의 스케일을 강조하려는 연출이라기보다, 삶의 선율과 감정의 반복을 시각화한 구성이다. 이 장면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두 인물의 내면을 설명 없이 보여주는 공간 그 자체였다.
우주에서 장면은 조용했고 배경음이 거의 들리지 않으며, 인물의 대사도 없다. 대신 원형 구조 안에서 천천히 회전하는 화면이 이어진다. 말 대신 공간이 관객의 감정을 대신한다. 영화는 이처럼 감정을 직접 말하지 않고, 조용하게 보여준다. 장면 사이를 오가고, 소리를 줄이고 시간을 늘리는 편집, 서로 다른 감정이 겹쳐지는 공간의 구조. 이 모든 것들이 이 영화의 감정을 전달하는 방식이다.
기억하고 싶은 순간은 한 장면처럼 지나가고, 감정은 그 위를 천천히 돌며 오래 남는다. 그 장면이 무엇을 말하려 했는지보다, 어떻게 기억되었는지가 더 중요해지는 순간이 있다. <이 별에 필요한>은 바로 그런 장면으로 마음에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