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화

인생에서 운이 차지하는 비중

by 제나랑


석영은 뒷문의 유리를 통해 바로 보이는 차고지에 그의 아버지 차량이 주차된 걸 확인한다.

“이 동네는 남 일에 관심 많고 신고하기 좋아하는 한국인들이 많이 살아서 총소리 들리면 바로 경찰 출동하니까

여기서 차 타고 10분만 가면 호수가 나오는데 거기로 저 ㅅㄲ 유인하는 게 낫지 않을까?“

“어..떻게 유인..하지?”

“지안이 나서는 수밖에 없지.”

“알았어. 근데, 차에 같이 태워? 아님, 호수로 오라고 할까?”

“그냥 호수로 오라고 하면 의심해서 안 올 수도 있으니까, 좀 위험해도 같이 태워서 가자. 아직은 따라다니기만 하니까 괜찮을 거야.“

두 사람은 석영의 말대로 하기로 한다.

지안은 최대한 자연스럽게 집 밖을 나서는데 건너편에 서 있는 프랭크와 눈이 마주쳤다.

알아보는 듯한 제스쳐를 취하자 프랭크가 지안에게 다가왔다.

“(영어)맞죠? 아까 에이전시 앞에서 제 친구랑 부딪히신 분? 친구가 좀 싸가지가 없었죠? 대신 사과드릴게요. 죄송해요. 어디 다치신 덴 없으세요?“

“(영어)네. 왜 그런 친구랑 다녀요? 어디 다친 덴 없어요. 여기 살아요?”

“(영어)아뇨. 친구 집인데 맥주가 다 떨어져서 사러 가려구요. 여기 사시나 봐요? 어떻게 여기서 마주치지?”

“(영어)아...여기 옆..집에 살아요.”

“(영어)어? 진짜요? 잘 됐다~ 여기서 차 타고 10분쯤 가면 엄청 예쁜 호수 나오는 거 알죠? 우리 거기 갈 건데, 같이 가서 놀래요?“

“(영어)같..이? 이름도 모르는 사람이랑?”

“(영어)아! 이름이 뭐예요? 전 지안이에요.”

“(영어)저는 프랭크예요. 근데, 영어 이름이 아니네요? 영어 이름 하나 만들어 줄까요?”

“(영어)그건 호수 가서 만들어 줄래요?”

“(영어)그래요~”

“(영어)여기서 잠깐 기다릴 수 있어요? 맥주는 가는 길에 사죠, 뭐~”

“(영어)알았어요~”

지안은 다시 집 안으로 들어간다.

“생각보다 너무 쉬워서 불안한데? 가는 길에 맥주사서 가자고 했으니까, 마트 들렀다가 가자.”

세 사람은 석영의 집을 나와 프랭크와 인사를 나눴고, 차고지에 있던 석영의 아버지 차에 다 같이 탄다.

지나가는 길에 작은 마트가 보여서 잠시 주차하고, 유일하게 술을 구매할 수 있는 나이인 석영이 내려서 마트 안으로 들어간다.

석영은 캔맥주 6개 묶음 두 개를 집어 들고 계산대에 올려놓는다.

캐셔는 석영을 힐끗 보고는 석영이 건넨 현금을 받아 거스름돈을 건네려고 하자, 그는 팁이라며 맥주만 들고 마트를 빠져나와 다시 운전석에 탄다.

10분 정도 달리자 [Sequoia Lake] 표지판이 보이고 10m쯤 더 들어가서 차를 세운다.

네 사람은 차에서 내려 호수가 가까이 걸어갔고, 이곳에 온 목적과는 달리, 절경은 엽서 속 호수와 똑같았다.

큰 바위에 걸터앉아 각자 맥주를 한 캔씩 들고 본격적인 스몰 토크가 시작되었다.

그러다 여자 얘기가 빠지지 않고 나왔고, 프랭크는 이미 사랑에 빠진 얼굴로 지안과의 첫 만남을 회상하면 말했다.

“(영어)그래서 지안이 쫒아서 우리 동네까지 왔어?”

석영의 말에 갑자기 표정이 돌변했다.

“(영어)그게 나빠? 사랑해서 그런 건데? 니들도 좋아하는 사람 집 앞에서 기다리고 회사 찾아가고 하잖아?”

“(영어)너처럼 그렇게 소름 끼치게 지켜보고 따라다니지는 않지.”

그 순간, 프랭크가 석영의 멱살을 잡았고 석영은 프랭크에게 총구를 겨누며 경고한다.

프랭크는 총을 보고 잠시 멈칫했지만 결국 공격적으로 석영에게 달려들었고, 석영은 주저하지 않고 방아쇠를 당긴다.

이마에 총알이 박힌 채 그 충격에 의해 프랭크는 뒤로 넘어갔고, 그의 시신은 바로 호수에 빠지고 말았다.

지안과 혁주는 너무 놀라 소리지를 뻔한 걸 참아내려 두 손으로 자신의 입을 틀어막는다.

잔잔했던 호수엔 프랭크 시신의 영향으로 큰 파동이 일어났고 다시 잔잔함을 되찾을 때까지 그곳엔 정적이 흘렀다.

시간이 멈춘 듯했던 세 사람은 호수가 다시 잔잔해지고 나서야 서로를 바라보았고,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석영의 차에 올라타 [Sequoia Lake]를 빠르게 벗어났다.

석영의 집으로 돌아와 차고지에 주차하고, 지하실로 돌아온 세 사람


석영이 권총을 있던 자리에 다시 되돌려 놓을 때까지 아무도 입을 열지 않았다.

가장 먼저 입을 뗀 건 석영이었다.

“운이 좋네. 미래의 차지안은 스토커에 시달리지 않을 수 있게 됐으니까.”

“덕분에...고마워...”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한 거라고 생각하지만 진짜 고마우면 부탁 하나만 해도 되나?”

“뭔데? 내가 할 수 있는 건 뭐든, 해줄게.”

“2024년으로 돌아가면 미래의 나한테 가서 말 좀 전해줄래?”

“뭐라고 전해줄까?”

“인생의 운은 태어날 때부터 이미 정해져 있는 거라지만 언제 찾아올지 모른다고 포기하지 말고,


누구에게나 인생에 한 번쯤은 그 운이 찾아올 거라는 확신을 가지고 살라고. 막살고 있다면 정신 차리고, 제대로 살고 있다면 조금만 기다리라고.


그 운이 곧 찾아갈 거니까.“

“그래. 꼭 2024년의 형을 찾아서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고대로 전해줄게.”

가만히 석영의 말을 듣고 있던 혁주는 생각에 잠긴다.

“왜 인생의 운은 태어날 때부터 이미 정해져 있다고 생각하는데?”

“이 상황에 해도 되는 얘기인지는 모르겠지만, 모두가 열심히 노력한다고 반드시 성공하는 건 아니니까.

성공한 사람들은 힘들 시절을 겪으며 노력한 결과라고 떠들겠지만, 착각이야, 물론, 노력을 다른 사람에 비해선 많이 했겠지만,


노력만큼이나 운도 따라줬기 때문에 그 성공이 가능했다고 봐, 나는.

예를 들면, 니가 가장 신선한 재료로, 가장 검증된 레시피로 요리를 했다고 치자. 근데, 간장, 설탕, 소금 같은 간을 맞추는 양념 중 그 무엇도 들어가지 않으면


그 요리가 맛있을까? 맛은커녕, 먹기도 힘들겠지? 누구나 맛있다고 극찬하는 요리를 만들려면 그런 기본적인 양념이 어느 정도 들어가야 한다는 거야.

나는 그 정도가 딱 우리 인생의 운이라고 생각해.“

“준비된 자에게 행운이 따르리라? 이것도 같은 이치인 건가?”

“그렇지. 누구에게나 행운이 찾아가는 순간이 있지만 준비되어 있지 않으면 그 행운을 알아보지 못하고 잡을 수 없지.

그 준비는 아마 노력이 아닐까? 그 순간을 기다리며 끊임없이 남들보다 더 노력하다 보면 반드시 그 행운은 오게 돼 있고, 그 행운을 알아보는 순간,


그 행운은 오롯이 내 것이 된다. 난 그렇게 믿어.“

“내 생각엔 내가 형의 말을 전하지 않아도 2024년의 양석영은 꽤 제대로 살고 있을 거 같은데?”

“그건 직접 눈으로 확인하기 전까지는 모르는 거지. 너무 장담하지 마. 15년 동안 나한테 무슨 일이 일어날 줄 알고.”

“그것도 맞는 말이네.”

“너도 그 행운을 알아보고 잡았기 때문에 여기 있는 거 아니야? 누구에게나 과거로 가는 타임머신을 탈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과거로 돌아갔을 때 바뀔 수 있다는 보장이 없는데, 넌 시도했고, 노력했으니까 행운을 잡을 수 있는 기회가 너에게 온 거지.


아니면, 누구나 볼 수 있는 타임머신이지만 너만 알아본 거일 수도 있고…그래서 니가 바꾼 과거는 뭐였어? 지금 이거 말고...“

“엄마랑 아부지...원래는 중3 때 사고로 돌아가신 거였는데, 그래서 20년 동안 두 분을 그리워만 하면서 살았는데, 자꾸 실패했는데도 포기가 안 되더라...


보고 싶었던 우리 엄마, 아부지니까...그래서 계속 시도했고, 결국 그 사고를 막았어. 그래서 과거가 바뀌었고, 2024년의 우리 엄마, 아부지는


내 옆집에 살아계셔...이게 가능하다는 걸 알고 나니까 욕심이 생기더라...그래서 스토킹도 막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 거지...


근데, 이번엔 형 아니었으면 못 했을 거야. 계속 실패했겠지. 누가 너무 욕심부렸다고 욕해도 상관없어.“

“아무도 너에게 욕할 자격 없어. 다른 사람들은 그런 기회조차 가질 수 없었을 거고,


그 기회가 주어졌더라도 너보다 훨씬 더 욕심부려서 원하는 바를 이루기도 전에 망쳤을 테니까.“

“고마워...”

석영과 인사를 나누고는 그의 집을 나서는 순간, 다시 현재로 돌아온 지안과 혁주

<인생에서 운과 노력의 비중이 몇 퍼센트 정도 된다고 생각하는가?

인생에서 운이 차지하는 비중은 100퍼센트가 아닐까? 인생의 운은 태어날 때부터 이미 정해져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태어날 때부터 자신의 인생이 어느 정도는 결정된다고 봐도 과언은 아니라는 말이다.

물론, 열심히 노력하다 보면 우연히 운이 찾아와서 누군가의 인생이 달라질 수는 있겠지만, 그렇다면 모든 노력가가 반드시 성공해야 할 것이 아닌가.

노력하면 반드시 성공한다는 보장만 있다면, 그 어떤 일도 어렵지 않을 것이다.

어떻게 될지도 모르는 일에 투자한다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어떤 이들은 지금 하고 있는 일들은 예전부터 힘들게 노력한 결과라고들 하지만 모든 결과는 상당 부분 운 덕분이다.

왜냐하면 노력은 분명히 했지만, 노력만큼이나 운도 따라줬기 때문이다.

성공까지 이르기 위해서는 반드시 노력 이외의 첨가물이 있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노력만큼이나 운이 필수 요소가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고, 운이 주어지지 않는다면 우리가 힘들어하고 고통받는 시간이 점점

길어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이 기간을 버티는 건 정말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니까 이미 인생은 정해져 있으니까 희망 따위 버리고 포기하는 게 빠르다고 말하려는 게 아니다.

다만, 언제 찾아올지 모른다고 하는 그 운이 우리에게 일평생 한 번쯤은 찾아올 거라는, 희망이 아닌 ‘확신’을 가지고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

누구에게나 인생에 단 한 번은 기회가 온다고 하지 않는가.

운이 존재한다는 전제하에 그 운이 내게 오게끔 만드는 방법이 있다면 그 방법은 ‘내게 운이 찾아올 거라고 믿느냐 아니냐‘에 따라 달라진다고 믿는다.

언젠가는 내게 운이 찾아올 거라고 믿고 살아가는 사람과 내 인생에 운은 단 한 번도 없을 것 같다고 생각하는 사람,

확신을 가진 사람과 포기한 채 살아가는 사람, 이 중에서 운은 당연히 나에게 찾아올 거라고 믿고 살아가는 사람에게 갈 것이다.

우리에게는 지금까지보다 앞으로 살아갈 인생이 훨씬 더 많이 남았을 것이다.

남아 있는 시간을 전부 포기하기로 마음먹은 게 아닌 이상, 내게 운이 찾아올 거라고 믿고 작은 것부터 하나씩 긍정적인 변화를 일으켰으면 좋겠다.

‘운’은 언제든지 찾아올 수 있다. 다만, 다가온 ‘운’을 놓치는 건 게으름뱅이뿐이다. 오늘 기회가 온다 해도 내가 제로이면 결과 또한 제로에 수렴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Sting - Shape of My Heart]

He deals the cards as a meditation

그 사람은 마치 명상하듯 카드를 다루죠

And those he plays never suspect

그래서 짐작조차 할 수 없죠

He doesn't play for the money he wins

그는 돈을 따려고 카드를 하는 게 아니에요

He don't play for respect

존경받기 위함도 아니죠

He deals the cards to find the answer

그는 카드를 치면서 해답을 찾아요

The sacred geometry of chance

우연의 신비로운 기하학

The hidden law of a probable outcome

나올 법한 패의 숨겨진 법칙

The numbers lead a dance

숫자들이 골치 아프게 하네요

I know that the spades are the swords of a soldier

난 스페이드가 병사의 검이란 걸 알아요

I know that the clubs are weapons of war

클로버는 전쟁의 무기죠

I know that diamonds mean money for this art

다이아몬드는 이 판의 돈을 의미하는 것도 알아요

But that's not the shape of my heart

하지만 그건 내 마음의 모습은 아니에요

He may play the Jack of diamonds

그 사람은 어쩜 다이아몬드 잭을 낼지도 모르죠

He may lay the queen of spades

그는 스페이드 퀸을 내려놓을 수도 있겠죠

He may conceal a King in his hand

그는 손안에 왕을 감추고 있을지도

While the memory of it fades

반면에 그 기억은 사라질지도 모르죠

I know that the spades are the swords of a soldier

난 스페이드가 병사의 검이란 걸 알아요

I know that the clubs are weapons of war

클로버는 전쟁의 무기죠

I know that diamonds mean money for this art

다이아몬드는 이 판의 돈을 의미하는 것도 알아요

But that's not the shape of my heart

하지만 그건 내 마음의 모습은 아니에요

That's not the shape, the shape of my heart

그건 정말 내 마음의 모습은 아니에요


And if I told you that I loved you

내가 만약 당신에게 사랑한다고 말한다면

You'd maybe think there's something wrong

아마도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하겠죠

I'm not a man of too many faces

난 수많은 얼굴을 가진 사람이 아니에요

The mask I wear is one

내가 쓴 가면은 하나뿐이죠

Those who speak know nothing

말하는 사람들은 아무것도 모르죠

And find out to their cost

대가를 치르고 나서야 알게 되죠

Like those who curse their luck in too many places

여기저기서 운을 탓하는 사람들처럼요

And those who fear a loss

그리고 두려워하는 사람들도 지는 거죠

I know that the spades are the swords of a soldier

난 스페이드가 병사의 검이란 걸 알아요

I know that the clubs are weapons of war

클로버는 전쟁의 무기죠

I know that diamonds mean money for this art

다이아몬드는 이 판의 돈을 의미하는 것도 알아요

But that's not the shape of my heart

하지만 그건 내 마음의 모습은 아니에요

That's not the shape of my heart

그건 내 마음의 모습은 아니에요

That's not the shape, the shape of my heart

그건 정말 내 마음의 모습이 아니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