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화

한 사람 때문에 인생이 바뀌기도 한다

by 제나랑

현재로 돌아온 지안과 혁주

이번에는 찬에게 전화로 확인하지 않아도 바뀐 과거로 인해 어떤 것들이 달라졌는지 알 수 있었다.

IMG 에이전시에 두 사람이 함께 계약한 이후, 많은 것이 달라졌다.

지안은 최신 트랜드는 물론, 여성과 남성의 성 경계를 넘나들며 자신만의 유니 섹슈얼 스타일 선두 주자로서,

여성복과 남성복 구분 없이 다양한 패션쇼 무대에 서는 최초의 모델이자 지금까지도 선, 후배들 통틀어 가장 인정받는 모델로 성장했으며,


혁주 또한, 지안과 함께 뉴욕, 파리까지 해외 진출을 멈추지 않고 활발하게 활동해 왔고 지안 못지않게 남성 모델로써 조명에 따라, 컨셉에 따라,


다양한 이미지를 소화하는 대표적인 모델로 성장했고, 5년 전부터는 배우 최혁주로 활동하면서 연기력도 인정받고 있다.

그로 인해, IMG 에이전시에는 지안과 혁주의 위상을 증명이라도 하듯, 사무실 곳곳에는 두 사람의 포스터들이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었고,


심지어 각자의 방에 후배들이 그들의 업적을 눈으로 직접 확인하며 꿈을 키울 수 있도록 전시되어 있었다.

더불어, [Awesome8]의 사옥은 이전보다 더욱 업그레이드되고, 한층 더 고급스러워진 외관과 내부를 자랑했다.

강 대표도 지금의 사옥과 회사의 위상은 두 사람 덕분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석영이 대신 스토커를 처리해준 덕분에 지안은 스토커에 시달리는 일 없이 그 어떤 공황장애나 불안증에서 벗어날 수 있었고,


뉴욕에서 활동하면서, 파리 그리고 한국으로 다시 돌아와서도 계속해서 석영을 찾기 위해 노력했으나, 그의 타의인지, 자의인지 그를 찾을 수 없었다.

두 사람은 내일 사옥을 방문하기로 하고 오늘은 일단 각자 집으로 향한다.

[다음 날]

[10:25]

혁주는 일어나자마자 지안을 데리러 왔고, 혁주의 바이크를 타고 [Awesome8] 사옥에 도착한 두 사람

새로워진 사옥의 외관과 내부에 감탄하는 것도 잠시, 곧장 강 대표의 방으로 들어가자 두 사람을 보고 의아한 듯 하던 일을 멈춘 채 앉아 있는 강 대표

“뭐야, 무슨 일이야? 아침부터 둘이?”

“아니, 다름이 아니라, 양석영 소식 아는 거 없어?”

“또 양석영 얘기야? 아카데미 같이 다닐 때는 그렇게까지 친하지 않았다며~ 근데 왜 그렇게까지 찾아? 몇 년째 나한테 양석영 소식 묻는 건지 아니?


그것도 둘 다?“

“꼭 만나서 전할 말이 있어서 그래~”

“솔직히 처음엔 그냥 둘이 이러다 말겠지 하고 넘겼고, 그다음엔 니들 둘이 이렇게까지 걔 소식을 궁금해하는지 나도 궁금해져서 찾아봤는데,


내가 사람 찾는 거에 젬병인 건지, 아님, 걔가 꽁꽁 숨은 건지, 그것도 아니면…죽은 건지 못 찾겠더라.


아카데미 원장님도 미국으로 유학 간 뒤 소식은 전혀 모르는 것 같고...“

“아...저희도 뉴욕에 처음 갔을 때, 잠깐 본 이후로 못 봐서...”

“아~ 뉴욕에서 만난 적 있어? 몰랐네~”

“다음날부터 번호도 없는 번호로 나오고, 뉴욕대도 휴학하고, 집도 나갔다고 하고...”

“걔 만난 날 무슨 일 있었니? 갑자기 그렇게 사라질 리 없잖아.”

“우릴 크게 도와준 일이 있긴 한데...”

그동안 적극적으로 강 대표에서 석영을 찾아달라거나 도와달라고 하지 못한 이유는 지금처럼 이렇게 강 대표가 그날의 일에 대해 물으면 말하지 않을 수도,


거짓말을 할 수도 없고, 의심만 살 것 같은 두려움 때문이었다.

말한다면 과연 강 대표가 그것까지 이 두 사람을 이해해줄 수 있는 사람일까, 확신이 없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날의 일에 대해 아는 사람이 많아지면 좋을 게 없으니까.

하지만 강 대표의 도움 없이는 석영을 영영 못 찾을 거 같은 생각도 들었다.

사이가 틀어질까 두려워 거짓말을 하며 둘러대는 것보다는 솔직하게 털어놓는 것이 더 지안다운 선택일 것이다.

“사실은...”

운을 떼는 지안을 보고 혁주가 말리지만 그녀는 괜찮다는 제스처로 혁주를 진정시킨다.

“내가 강 대표한테는 내 작은 치부 하나까지도 다 까놓고 말하는 거 알지?”

“알지.”

“그 건 내가 정말 강 대표를 믿고 의지해서 그런 거라는 것도 알지?”

“응, 알지.”

“우리 엄마, 아부지는 모르게 해도, 강 대표한테는 숨기지 않는 것도 알지?”

“알지. 무슨 말을 하려고 이렇게 서론이 길어?”

“나 뉴욕에 있을 때 스토커가 있었는데 사무실, 숙소는 당연하고, 쇼장, 촬영장, 하다못해 집 앞 카페에 가도 어디선가 숨어서 몰래 지켜보고 있고,


심지어 혁주를 남친으로 오해하고 지혼자 내가 바람폈다 주장하면서 죽이려고 협박하고, 칼로 위협해서...


평생 그 ㅅㄲ한테 시달리며 사느니 차라리 죽이고 싶었어…


그러다 우연히 석영이 형을 만났는데 아버지가 사냥 허가증이 있어서 총기를 소유하고 있으니 도와주겠다는 거야.

그게 자기가 나한테 해줄 수 있는 유일한 거라면서...그래서 부탁했어, 내가...덕분에 나는 이렇게 편해졌는데 죽기 전에 형한테 해주고 싶은 얘기도 많고,


이제는 내가 형한테 해줄 수 있는 것도 많을 거 같아서… 꼭 보답하고 싶은데 어디에서도 찾을 수가 없으니까...너무 답답해...


나한테 실망할까 봐, 더 이상 나를 못 믿게 될까 봐 너무 무서운데...난 강 대표 믿으니까...나 좀 도와줘...“

강 대표는 말없이 자리에서 일어나 지안을 양팔 가득 안아주고는 한참 등을 토닥인다.

“으구~ 못난아~ 혼자 끙끙대면서 얼마나 힘들었어~”

강 대표의 말 한마디에 터진 지안의 눈물은 19년간 그녀를 봐 온 강 대표와 혁주도 처음 볼 정도였다.

지안이 모델이라는 직업을 선택하게 된 건, 지하철역 앞에서 친구를 기다리다 우연히 마주친 대선배님 덕분이었듯,


강 대표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되었던 사람은 지안이었다.

[Awesome8]이 설립 된 지 얼마 안 되던 신생 시절, 다른 에이전시처럼 스카웃을 위해 종종 아카데미를 찾곤 했는데,

원장이 추천한 모델이기도 했고, 수업과 데뷔 무대까지 눈여겨본 후, 강 대표는 그녀를 스카웃하지 않으면 안 될 거 같은 생각을 지울 수 없었고,


그녀를 스카웃 한 후로 그녀의 성장이 곧 회사의 성장임을 실력과 노력으로 증명하는 그녀를 볼 때마다 확신과 신뢰가 두터워졌다.

이러한 이유로, 여성 CEO로서 많은 인터뷰를 해왔던 강 대표가 터닝포인트나 인생을 바꾼 한 사람에 대한 질문을 받을 때마다 항상 떠올리는 사람은 그녀였다.

서로에게 가장 중요했던 순간에 서로의 곁에 있었던 두 사람은 그렇게 서로에게 좋은 영향력을 끼쳤다.


겨우 안정을 찾은 지안

강 대표는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어 양석영의 기본적인 개인정보를 주고는 소지 파악을 부탁했다.

“누구한테 전화한 거야?”

“아, 내가 아는 언니 소개받은 탐정사무소. 그 언니 전남편이 예전에 바람펴서 탐정사무소 도움으로 증거들 수집해서 이혼 잘했다고 해서


혹시 모르니까 명함 받아 놨었거든. 경찰은 좀 그렇고 우리 힘으로 안 되면 탐정사무소밖에 없지 않을까 싶어서~


소지 파악되면 연락 준다고 했으니까 기다려보자.“

“아...탐정...”

“근데 한국에 없으면 아무리 탐정이라도 어렵지 않나?”

“탐정들끼리 커뮤니티가 있나 보더라고~ 그 바닥도 우리처럼 인맥이 곧 힘인 거 같더라~”

“아...”

“연락 오는 대로 알려 줄게~”

“응...고마워.”

지안과 혁주는 강 대표와 일 얘기를 더 나누다가 사옥을 나왔고, 혁주는 바이크로 지안의 집까지 데려다준다.

혁주와 인사를 나누고 도어록 잠금을 해제하기 위해 뒤돌아선 순간, 통증이 시작되었다.

혁주는 지안을 일단 집 안으로 부축하고 소파에 앉힌 후, 지안의 약을 찾는다.

“...하아…주..방 수납..장에...”

지안이 알려준 대로 주방 수납장을 재빨리 뒤진 혁주는 바로 약을 발견하자마자 컵에 정수기 물을 받아 그녀에게 건네줬고,


고통에 몸부림치던 지안이 약을 먹은 후, 조금씩 진정이 되자 그제야 안심의 한숨을 쉬는 혁주

“너...그동안 계속 이렇게 아파한 거야? 혼자?...”

“……”

“강 대표한텐 언제 말할 거야? 더 늦기 전에 말은 해야 하지 않을까?”

“……”

“내가 대신..”

“아니...말 해도 내가 해...니가 대신 말하면 난 암 때문이 아니라 강 대표 손에 죽을지도 몰라...”

“후우...19년 만에 처음 보는 모습 많이 보여주네...”

“...사람들 기억 속에 내 마지막은 멋있는 모습이길 바랬는데...그럼 뭐하나 싶은 생각도 드네...


가장 가까운 사람들 기억 속 내 마지막 모습은 이 꼬라지일 거라는 게…참...하아...그냥 망한 거 같애...“

“마지막 모습이 어떻든, 그게 언제든, 우리들 기억 속에 너는 최고로 멋있을 거야...그건 걱정하지 마...넌 그런 쓰잘데기

없는 생각 하지 말고, 좋은 생각만 해. 알았어?“

“...그래...”

혁주는 지안의 라디오 방송 시간에 맞춰 찬이 데리러 올 때까지 그녀의 집을 떠나지 않고 옆에 있었다.

<20대에서 30대의 시기는 인생에서 가장 찬란한 나이이자, 삶의 많은 것이 결정되는 때가 아닐까 싶다.

다양한 사람을 만나며 겪어봐야 할 때이고, 삶의 방향성을 잡고 미래를 계획해야 할 시기이다.

앞으로의 날들을 위한 단단한 토대를 마련해야 할 때이기도 하다.

목표가 무엇인지에 따라 각자의 행동과 생활이 달라지겠지만 누군가에게는 스펙을 쌓는 게 중요할 수도 있고, 누군가에게는 취업 이후가 가장 중요할 수 있다.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가정을 이루는 게 중요할 수 있다.

그 과정에서 내 사람이라 여겼던 사람이 멀어지기도 하고, 별달리 중요히 여기지 않았던 사람 덕분에 어려움을 타개할 힌트를 얻기도 한다.

당신에게 가장 중요한 순간, 곁에 있는 사람이 누구인가에 따라 삶은 예기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며 많은 것이 달라진다.

그 사람 하나 때문에 인생이 걸린 문제에서 180도 다른 선택을 하게 될 수도 있다.

물론, 어느 한 사람 때문에 인생 전반이 걸린 문제에서 잘못된 선택을 하는 경우를 정말 많이 보기도 한다.

그 사람에게 투자하고 시간 뺏기느라 본인의 목표 기준에 도달하지 못해서 꿈을 포기해야 하는 사람도 흔하다.

하지만 연애도 중요하고, 좋아하는 사람과의 감정을 잘 쌓아가는 것도 필요한 일임은 부정할 수 없다.

그렇다고 인생을 결정짓는 중요한 순간에 자기감정에 빠져서 상대방만 바라보며 본인이 해야 할 일들을 놓친다면,

그렇게 흘러가 버린 시간은 겨로 돌이킬 수 없음을 유념해야 한다.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

이 순간에도 내 삶을 결정할 시간은 빠르게 흘러가고 있다.

간혹 사랑과 삶의 목표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는 대단한 사람이 있기는 하다. 정말 열심히 치열하게 사는 사람.

세상엔 능력도 뛰어난데 열심히 하기까지 하는 사람이 매우 많다.

하나의 목표도 제대로 이루기 어려운데 두 가지를 성취하려면 얼마나 큰 노력을 해야 할지 따져보라.

대부분의 사람은 그게 불가능하기 때문에 무엇 하나라도 중요한 문제가 해결된 다음에 진짜 연애가 가능해진다.

꿈꾸는 일과 사랑을 동시에 쟁취하는 삶을 살려면 최소한 일 하나만큼은 제대로 손에 잡고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나에게는 과연 사랑과 내 삶 모두 쟁취할 여력이 있는지, 우선순위는 무엇인지, 포기하려면 무엇을 놓아야 할 것인지를 생각해봤으면 좋겠다.

좋아하는 사람을 곁에 두고서도, 사업을 하거나 본인 적성에 맞는 회사에 다닐 수 있다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인생은 결코 생각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지금 그 중요한 시기에 본인이 현실적으로 집중해야 할 문제가 무엇인지 냉정하게 판단해봤으면 좋겠다.

좋아하는 사람을 곁에 두려고 하는 욕심과 본인의 미래를 책임져줄 직업이 걸린 이 문제에서 어느 것이 더 중요한 것인지는 본인이 가장 잘 알고 있으리라.>


[Lauv - Changes]

I'm getting rid of my clothes I don’t wear

내가 안 입는 옷들을 정리할 거야

​I think I'm gonna cut my hair

머리도 자를 거고

​'Cause these days I don’t feel like me, mm

요즘 내가 나 같지가 않거든

​I think I'm gonna take a break from alcohol

술도 좀 쉬어야 할 것 같고

​Probably won't last that long

아마 그리 오래 안 걸리겠지

​But Lord knows I could use some sleep, mm

하지만 내가 잠을 좀 자야 한다는 건 신도 아시겠지

Changes, they might drive you half-insane

달라져야 할 것들, 그것 때문에 넌 반쯤 미쳐버릴지도 몰라

​But it's killing you to stay the same

하지만 달라지지 않으면 지금을 견디지 못하겠지

​But it's all gonna work out, it's all gonna work out someday

하지만 그래도 의미가 있을 거야. 언젠가는 의미가 있을 거야

​Moments, livin' with your eyes half-open

순간들, 눈을 반만 뜬 채로 사는 순간들

​You've been thinking ’bout these changes

너는 이런 달라짐들에 대해 생각하겠지

​It’s all gonna work out, it's all gonna work out someday

그래도 의미가 있을 거야. 언젠가는 의미가 있을 거야


​I think I’m gonna take some pills to fix my brain

내 머릴 좀 고치기 위해서

약을 좀 먹어야 할지도 모르겠어

​'Cause I tried every other way

할 수 있는 건 다 해 봤거든

​But some things you can't fix yourself

하지만 아마 어떤 방법들로는 널 못 고칠 수도 있을 거야

​But he said that he's doing the same thing over and over

하지만 그 애는 같은 짓을 반복하고 또 반복한다 했었지

​And life ain’t easy these days, no, life ain't easy these days

산다는 게 참 쉽지 않아 요즘은, 맞아, 산다는 건 쉽지 않아 요즘.

​……​

Na-na-na-na-na-na-na ​Na-na-na-na-na-na

​Na-na-na-na-na-na-na Na-na-na-na-na-na

​Na-na-na-na-na-na-na Na-na-na-na-na-na

​Na-na-na-na-na-na-na Na-na-na-na-na-na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