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워도 결국, 우리는 혼자다
[2024년 03월 03일]
한 달이라는 시간이 흐른 후, 찬의 생일인 오늘
지안이 모델로 활동하고 있는 브랜드 차량 한 대가 출고되어 탁송 차량에 실린다.
지안의 오피스텔 입구에 도착한 탁송 차량에서 기사가 내려 전화를 하자 지안이 입구로 나온다.
탁송 기사에게 차량을 전달받고는 운전석에 앉아 시동을 거는 지안
이제 막 출고된 신차를 타고 도착한 곳은 10분 거리에 있는 한 원룸 오피스텔
지안은 도착하자마자 누군가에게 전화를 건다.
[어썸 찬이]
(네, 누나~)
“어디야?”
(저요? 집이죠~)
“잠깐 나와~”
(네? 네? 누나? 누나?)
찬의 부름에도 전화를 끊어버린 지안의 입가엔 미소가 번진다.
그녀는 시동을 끄고 차에서 내려 찬을 기다렸다.
5분쯤 지나자 찬이 신발도 제대로 다 신지 못하고 오피스텔 입구로 나왔고, 지안은 찬에게 차 키를 던졌다.
얼떨결에 받은 차 키와 지안의 얼굴을 몇 번이고 번갈아 가며 보던 찬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서 있다.
“오다 주웠다~ㅋ”
“네?”
“뭐해~ 빨리 삐용삐용 해봐, 바보처럼 서 있지 말고~”
찬이 차 키를 누르자 지안의 뒤에 세워진 차량이 소리를 내며 라이트가 번쩍였다.
(삐빅)
“이거 뭐예요?”
“우리 찬이 생일 선물~”
“네? 왜, 왜요?”
“왜냐니~ㅋ 나 때문에 고생 많이 했는데 이 정도는 내가 해줄 수 있지~ 맘에 안 들어?”
“아뇨, 아뇨~ 감..감사해요.”
아직도 안 믿기는지 지안의 눈치를 살피는 찬
“왜? 케이크도 있어야 돼?”
“아뇨~ 저...혹시 담당 바뀌나요? 대표이 다른 매니저로 바꾸래요? 이렇게까지 안 하셔도 대표님한테 저 담당 안 바꾸겠다고,
계속 누나 담당하겠다고 말씀드릴게요~“
“아냐, 그런 거~ 진짜 생일 선물이라니까? 왜 사람을 못 믿니?ㅋ”
“10년 이상 된 것도 아니고, 누가 3년 차 매니저한테 차를 사줘요~?”
“나~ 내가 주고 싶어서 주는 건데, 왜~ 싫어?”
“아뇨, 아뇨~ 그럴 리가요~”
그제야 찬은 표정을 풀고 광대가 승천한 채로 차량 구경을 하느라 바쁘다.
“생일 축하한다~”
“감사해요, 누나~ 진짜 제가 더 잘하겠습니다!”
지안은 찬에게 밥까지 사주고는 집으로 돌아왔고,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을 마시기 위해 커피머신 전원을 켜는데,
갑자기 밀려오는 고통에 배를 움켜쥐고 그 자리에 주저 앉는다.
최대한 손을 뻗어 약이 있는 수납장을 힘겹게 열었고, 식기 건조대에 엎어놓은 컵에 정수기 물을 받는다.
손이 너무 떨려 물을 많이 흘렸지만, 겨우 약을 먹은 그녀는 진정이 될 때까지 다시 그 자리에 주저앉아 있었다.
조금 진정이 된 그녀가 수건을 가져와 바닥의 물기를 닦아내는데, 눈물이 자꾸만 흐른다.
한참을 울다가 퉁퉁 부은 눈으로 도저히 부모님 집에서 밥을 먹을 수 없었던 그녀는 찬이가 데리러 올 때까지 소파에 누워있었고,
배고 고프지 않아 먹은 거라곤 커피머신에서 내린 에스프레소와 우유를 섞어 만든 라떼 한 잔 뿐이었다.
[다음 날]
탐정들의 추척 끝에 석영이 있는 곳을 알아냈다는 강 대표의 연락을 받은 지안이 혁주에게 전화했고, 문자로 받은 주소로 지안의 차를 타고 이동하는 두 사람
두 사람이 도착한 곳은 다행히 해외가 아닌 한국이었고, 해남 땅끝마을이었다.
교대로 운전해가며 4시간 40분 만에 주소지를 찾은 두 사람
지안이 초록색 철문에 노크를 하자, 다 쓰러져가는 집에서 할머니 한 분이 나온다.
“계세요?”
“누구..?”
“혹시 여기가 양석영 씨 댁 맞나요? 저희는 석영이 형이랑 친한 동생들인데요.”
“석영..이?”
양석영과 친한 동생들이라는 말에 철문을 열어주는 할머니
두 사람에게 마당에 있는 평상에 앉아 있으라고 하더니 잠시 후, 접이식 상에 가득 차려온 밥상을 평상에 내려놓는다.
“키 큰 여자랑 남자가..동생들이라고 찾아오면..밥 차려 주라고 했으니까..일단 들어요...”
“아, 네. 감..감사합니다. 잘 먹겠습니다.”
두 사람이 식사를 마치자 할머니는 밥상을 치우고는 두 사람의 이름이 적힌 봉투 두 통을 가져온다.
“우리 석영이...불쌍한 석영이...”
할머니의 얘기를 듣는 내내 두 사람은 봉투만 만지작거리며 고개를 떨구고 애써 눈물을 참고 있다.
석영은 그날 저녁, 권총을 사용한 걸 미국인 아버지에게 들켜 계속해서 맞는 바람에 어디에 사용했는지 실토할 수 밖에 없었고,
사람을 죽였다는 사실을 알게 된 아버지는 석영을 볼 때마다 두들겨 팼다.
아버지의 폭력을 이기지 못하고 뉴욕대에도 휴학계를 내고 가출한 석영은 한국으로 귀국하여 고시원을 전전긍긍하며 살다가 고시원 주인에게
지안과 혁주가 찾는다는 말을 전해 듣고 해남 땅끝마을까지 도망치듯 내려왔다.
갈 곳 없이 떠돌던 석영을 할머니가 거두어 주었고, 줄곧 이곳 할머니 집에서 지냈다.
그러다 깜깜하고 불확실한 미래와, 사람을 죽였다는 죄책감 그리고 지안과 혁주에게 피해주고 싶지 않아서 두 사람을 피해 다니면서도
누구보다 두 사람을 그리워했던 석영은 외로움에 사무쳐 스스로 목숨을 끊고 말았다.
폐지를 줍던 할머니가 저녁 시간에 집으로 돌아왔을 때 수도꼭지에 연결되어 있던 호수 줄을 천장에 목매달아 죽어 있었고,
할머니에게 남긴 유서와 두 사람에게 남긴 봉투 두 통이 그의 손에 쥐여 있었으며, 돈이 없어서 장례도 못 치르고 동네 사람들 도움으로 뒷산에 묻어줬다고 했다.
지안은 장례업체를 불러 늦게라도 석영의 장례를 치르기 위해 석영의 묘를 서울로 이장해 갔다.
장례를 다 치르는 동안 할머니도 서울로 모셨고, 그때까지도 지안과 혁주는 봉투를 열어보지 못했다.
장례식이 다 끝나고 납골당에 석영의 유골을 안치했고, 두 사람은 석영의 납골함 앞에서 하염없이 서 있다.
한참 시간이 흐르고 나서야 봉투 안에 든 편지를 꺼내 읽어 내려가는 두 사람
[차지안에게]
안녕, 지안아.
놀랐지. 이런 식으로 떠나서 미안하다.
적어도 너희에겐 민폐가 되고 싶지 않은데,
너는 그 스토커 ㅅㄲ랑 나랑 싹 다 잊고 살지,
왜 자꾸 나를 찾는 거냐…
나는 니 인생에서 더 이상 존재하면 안 되는 사람이잖아.
그래야 니가 남은 인생 편하게 살 거 아냐.
너희가 자꾸 나를 찾으면, 난 자꾸 너희를 기다리게 되잖아.
그럼 내가 너를 위해서 그런 짓까지 한 게,
아무것도 아닌 게 돼버리잖아…
그날도 말했듯이 난 내가 할 수 있는 걸 한 것뿐이야.
괜히 미안해서 나를 찾았던 거라면, 미안해할 필요 없어.
되려, 난 너에게 내가 해줄 수 있는 게 있어서,
너희가 날 찾아와서 그런 부탁이라도 해줘서 고마웠어.
너 대신 내가 해결할 수 있어서 다행이야.
정말로 내가 미래의 나에게 전해달라는 말을 하려고
날 찾은 거라면, 마음만 고맙게 받을게.
이미 위로받은 거 같았으니까.
근데 더 이상 나에게 남은 희망이 없어서 먼저 가려고…
너무 슬퍼하지는 말고, 괜히 너 때문이라는 생각도 하지 말고,
그냥 계속 너답게, 멋있게 나 대신이라 생각하고 살아주라…
위에서 지켜보고 있을게…
넌 천천히 와라…
[최혁주에게]
최혁주,
그래도 유일하게 계속 연락해준 건 너밖에 없었다.
너한텐 그게 제일 고맙다.
아카데미를 오래 다닌 것도 아닌데,
난 실력도 없고, 노력조차 안 해서 다들 관심 밖이었는데,
먼저 손 내밀어 준 것도, 모델 지망생도 때려치우고
미국 가 있는 동안에 나 챙겨준 것도, 너밖에 없었던 거 같다…
그래서 너희를 위해 내가 해줄 수 있는 게 뭘까, 늘 생각했었어.
근데 뉴욕까지 와서 먼저 말해줘서, 난 진짜 기뻤다.
아, 이거다. 내가 얘네한테 해줄 수 있는 거…
뉴욕으로 스카웃 돼서 온 지안이나, 노력파인 너나,
꼭 잘 될 거라고 믿었어.
그런 너희보다는 내가 하는 게 낫다고 생각했어.
사실 뉴욕대…아버지 때문에 간 거지, 전공도 적성에 잘 맞지도 않고,
솔직히 졸업은 못 할 거 같았거든.
희생, 뭐 이런 거 아니니까, 너희는 괜한 죄책감 갖지 말고,
난 먼저 가니까 맘 편히 살아…
지안이가 너무 슬퍼하면 좀 안아주고…
너희가 이 편지를 언제 보게 될지 모르겠지만 지금보다 더 잘 되라…
실력도 없고, 노력도 안 해보고 포기한 나 대신…
석영의 편지에는 꾹꾹 눌러쓴 한 글자, 한 글자에 그리움과 외로움이 묻어났다.
그래서 지안과 혁주는 참을 수 없는 슬픔이 한꺼번에 파도가 덮치듯 몰아쳐서 눈물을 멈출 수 없었다.
혼자 그렇게 긴 시간 동안 얼마나 외로웠을까.
두 사람이 누구보다 그립지만 그리워할 수도, 그리워해서도 안 된다고 생각하면서 얼마나 사무쳤을까.
약간의 틈이라도 내어줬다면 두 사람이 석영을 찾는 동안, 분명히 찾을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두 사람의 인생에 끼어드는 것보다 차라리 자신이 외롭고 그리워하는 게 낫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그게 정말 그가 원하는 것이었다고 하더라도, 과연 단 한 순간도 이들이 자신을 찾아주기를 바란 적은 없었을까.
이런 상황 속에서 그는 얼마나 혼란스러웠을까.
결국, 그의 인생 마지막 순간을 함께한 건 가족도 아니고, 연고도 없는 할머니뿐이었다.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라는 시구절처럼, 누구나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깊은 외로움을 느낄 때가 있다.
외로움이라는 감정이 참 무섭다. 무엇보다 이 감정이 가장 무서운 이유는 한순간이면 충족되는 감정이기 때문이다.
슬픔이나 우울한 감정 같은 경우는 일시적으로 몰려왔다가 사라지는 외로움보다 훨씬 오래 지속된다.
반면에 외로움이라는 감정은 그 순간 충족되면 바로 해소되지만, 일순간 몰려올 때 몹시 충동적이라는 특성이 있다.
그렇기에 외로움에 휩싸이면 이성적인 판단 능력을 상실하게 된다.
기대고 의지하고 싶은 마음이 너무 커서, 만나선 안 될 사람, 나를 아프게 할 사람을 판별해낼 능력을 상실하게 되는 것이다.
‘내가 지금 너무 외로운데, 뭘 가리겠어. 일단 만나보자’ 하는 생각으로 미래에 후회할 일을 아무렇지 않게 하게 된다.
“저녁에 의자를 사지 마라” 라는 외국 속담처럼, 피곤한 저녁 시간에 둘러보는 의자는 다 편해 보이고 좋아 보인다.
사람과의 만남도 마찬가지다. 외로움으로 눈앞이 흐려져 판단력을 읽은 상태에서 만난 사람이 과연 나와 잘 맞을까?
혹시 본인의 설렘이 만들어낸 환상 속 이미지에 속고 있는 것은 아닐까?
마음이 허전한 상황에서 누군가를 보고 첫눈에 반한다 해도, 그 순간에 내가 생각하는 그 사람의 이미지는 그의 진짜 모습이 아니라,
스스로 만들어낸 상상이고 픽션에 가깝다.
여러 번 만나 서로 깊이 알게 되기까지는 그의 본 모습을 결코 알 수 없다. 만에 하나 그가 진짜 괜찮은 사람일 수도 있지만,
대다수의 경우 설레는 마음으로 혼자서 쌓아 올린 환상의 이미지가 산산이 부서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 언제까지 이런 시간 낭비, 감정 낭비를 반복할 수는 없지 않은가. 외로움은 누군가가 없애줄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나에게만 외로움이 찾아오는 것도 아니고, 지구상의 그 누구도 외롭지 않은 사람은 없다. 단지 솔로거나, 혼자 사는 사람에게만 외로움이 찾아오는 것도 아니고, 연인이 있는 사람에게도, 배우자가 있는 사람에게도,
더 나아가 자식이 있는 사람에게도 모두 외로운 순간은 찾아온다. 쇼핑을 하든, 책을 읽든, 운동을 하든 본인만의 취미 활동이라도 하면서 잠깐의 감정의 빈틈, 순간의 공허를 이겨냈으면 좋겠다.
어쩌면 지금 당신에게 필요한 건 외로움의 시간을 성찰의 시간으로 바꿀 지혜일지도 모르겠다.
고독의 시간은 행복의 시간보다 훨씬 느리게 흐른다. 그러니 그 시간을 낭비하지 않기를 바란다.>
[이소라 - 신청곡]
창밖엔 또 비가 와
이럴 땐 꼭 네가 떠올라
잠이 오지 않아
내방엔 이 침묵과
쓸쓸한 내 심장 소리가
미칠 것만 같아
So why turn up my radio
어디서 목소리가 들려오고
And on the radio
슬픈 그 사연이 너무 내 얘기 같아서
Oh, oh, hey DJ play me a song to make me smile
마음이 울적한 밤에 나 대신 웃어줄
그를 잊게 해줄 노래
Hey DJ, play me a song to make me cry
가슴이 답답한 밤에 나 대신 울어줄
그를 잊게 해줄 노래
치열했던 하루를 위로하는 어둠마저 잠든 이 밤
수백 번 나를 토해내네 그대 아프니까
난 당신의 삶 한 귀퉁이 한 조각이자
그대의 감정들의 벗 때로는 familia
때때론 잠시 (잠시) 쉬어 가고플 때
함께임에도 외로움에 파묻혀질 때
추억에 취해서 누군가를 다시 게워낼 때
그때야 비로소 난 당신의 음악이 됐네 (쉿)
그래 난 누군가에겐 봄 누군가에게는 겨울
누군가에겐 끝 누군가에게는 처음
난 누군가에겐 행복 누군가에겐 넋
누군가에겐 자장가이자 때때로는 소음
함께 할 게 그대의 탄생과 끝
어디든 함께 임을 기억하기를
언제나 당신의 삶을 위로할 테니
부디 내게 가끔 기대어 쉬어가기를
So why turn up my radio
어디서 목소리가 들려오고
And on the radio
슬픈 그 사연이 너무 내 얘기 같아서
Oh, hey DJ play me a song to make me smile
마음이 울적한 밤에 나 대신 웃어줄
그를 잊게 해줄 노래
Hey DJ play me a song to make me cry
가슴이 답답한 밤에 나 대신 울어줄
그를 잊게 해줄 노래
창밖엔 또 비가 와 이럴 땐 꼭 네가 떠올라
잠이 오지 않아
난 어쩔 수 없나 봐
[종현 -Lonely]
미안해 내 탓이야 고마워 덕분이야
툭하면 내뱉던 네 그 말버릇
너도 힘든 걸 난 다 아는데
아마 넌 내가 바본 줄 아나 봐
우는 얼굴로 나 힘들다 하면
정말 나아질까
그럼 누가 힘들까 아프다 징징대면
모두 다 괜찮아지는데
아마 너와 난 착각 속에
서로를 가둬둔 지 몰라
아냐 너는 날 이해 못 해
걱정 어린 네 눈을 볼 때면
Baby I’m so Lonely so Lonely
나는 혼자 있는 것만 같아요
지친 널 볼 때면 내가 너에게
혹시 짐이 될까 많이 버거울까
Baby I’m so Lonely so Lonely
나도 혼자 있는 것만 같아요
그래도 너에게 티 내기 싫어
나는 혼자 참는 게 더 익숙해
날 이해해줘
우린 함께 있지만 같이 걷질 않잖아
외로움과 괴로움 기억 하나 차인 건데
넌 왜 자꾸 다르게만 적으려 하는 건지
Baby I’m so Lonely so Lonely
나는 혼자 있는 것만 같아요
그래도 너에게 티 내기 싫어
나는 혼자 참는 게 더 익숙해
날 이해해줘
날 내버려 둬
Baby I’m so Lonely so Lonely
나는 혼자 있는 것만 같아요
Baby I’m so Lonely so Lonely
나도 혼자 있는 것만 같아요
그래도 너에게 숨기기 싫어
나는 혼자 참는 게 더 익숙해
날 이해해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