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 순간에도 시간은 흐른다
석영의 장례식 이후, 라디오 방송은 평소와 다름없이 진행해야 했지만, 집에 돌아오면 참았던 슬픔이 지안을 삼키는 듯 했고,
그녀는 매일 밤을 울다가 지쳐 잠들 곤 했다.
물론, 그녀의 부모님처럼 석영도 살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할머니께 석영이 목숨을 끊은 정확한 날짜를 알아내기 위해 할머니께 여쭤봤지만
기억하지 못하셨다.
지안은 석영이 자신을 위해 한 일들을 생각하며 그녀는 석영을 위해 뭘 할 수 있을까 생각해 봤지만, 과거로 돌아가 그를 살리는 일 말고는 생각나지 않았고,
살리는 일조차 그녀의 부모님처럼 그 기적이 또다시 일어날지 확신이 없었고, 살렸을 때 과연 그가 고마워할지도 의문이었다.
‘혁주가 그랬다.
그가 원해서 한 일인데, 다시 살리더라도 사는 것 자체가
그에게는 고통일 수도 있으니 그냥 보내주자고.
그 말에 부정도, 긍정도 할 수 없었다.
난 그 누구보다도 살고 싶었다…
시한부 판정을 받은 그 순간부터 죽음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하고 또 생각했고, 두려웠다.
어렸을 땐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미래가 가장 무서웠는데,
이젠 죽음을 생각만 해도 숨이 막힐 정도로 무섭다…
그래서 누구나 다들 나와 같은 생각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하지만 나처럼 살고 싶은 사람만큼 사는 게 죽는 것보다
고통인 사람들도 많다는 걸 깨달았다.
내가 술만 마시면 혁주에게 자주 하던 말이 있다.
“오랜 시간 동안 나랑 친구로 있어줘서 고맙다,
앞으로도 같은 시간, 서로의 고민을 공유하고 함께 늙어가자“
근데 죽을 날을 받아 놓고 보니까 더이상 그 말을 할 수 없게 됐다.
난 그 약속을 지키지 못 할 테니까…
다른 사람들의 시간은 계속 흘러갈 것이고,
지금 이 순간에도 시간은 흐르고 있지만,
곧 내 시간의 흐름은 멈출 테니까…‘
아카데미 원장의 부탁으로 후배들을 응원하기 위해 처음 아카데미를 방문했을 때, 지안이 파리 진출을 앞두고 잠깐 한국에 귀국했을 때였고,
그때 지안이 롤모델이라고 하던 후배들이 지금은 하나둘씩 은퇴하고 있다.
파리에서의 활동을 접고 한국 들어왔을 때도 후배들 응원을 갔었는데, 그때 만났던 후배들도 어느덧 베테랑 모델로 성장해 자신만의 영역을 넓히고 있었다.
그렇게 후배들이 성장하고 나이를 먹어가는 걸 보다 보면 모두가 다 똑같이 늙어간다는 걸 새삼 깨닫게 된다.
모두의 시간은 공평하게 흐른다.
지안이 통증을 느끼는 주기는 점점 더 짧아졌고, 그 통증의 강도는 날이 갈수록 심해졌다.
이 사실을 유일하게 알고 있는 혁주는 매일 지안의 집에 수시로 드나든다.
몇 주간 가지 못했던 선우의 병원도 꼬박꼬박 내방해 상담받았다.
아무래도 나날이 통증이 심해지고 있는데 매일 진행해야 하는 라디오 방송 자체에도 무리가 될 수 있고,
가장 지안이 우려하는 부분은 아무래도 방송 도중 통증이 오는 상황이기 때문에 이쯤에서 하차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해서 라디오 국장과 강 대표
그리고 지안이 충분한 회의 끝에, 결국 지안의 생일이자 DJ로서 방송을 시작한 지 10주년이 되는 날인 7월 16일에 마지막 방송을 하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몇 달째 준비 중이던 지안의 20주년 팬 미팅을 생일 전주 일요일로 정해져 장소 대관까지 마치고 리허설 중이다.
처음이자 마지막 팬 미팅을 될 이날만을 팬들뿐만 아니라 지안도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다.
[2024년 07월 14일]
구로구 신도림동에 위치한 5000석 규모의 작은 공연장인 [명화아트홀]
공연장 입구에는 여러 부스가 구역별로, 팬클럽 확인 절차를 위한 부스, 응원 스틱과 입장 확인용 종이 팔찌를 나눠주는 부스, 짐 보관함이 부족할까 봐
따로 짐을 보관할 수 있는 공간으로 사용하는 부스 등이 있다.
오전 일찍부터 잠시 후 2시부터 있을 지안의 팬 미팅 리허설이 한창이다.
바로 옆에는 2000석 규모의 더 작은 공연장이 두 곳 더 있는데, 지안은 그곳을 각각 스텝들의 휴식 공간과 팬들의 대기 공간으로 사용하기 위해
함께 대관 하여 팬들이 대기하는 동안 쉴 수 있도록 준비한 공간과 음료와 간식을 먹을 수 있게 케이터링도 준비되어 있었으며,
시원하게 대기할 수 있도록 곳곳에 선풍기와 에어컨을 물론이고, 팬 미팅을 준비 중일 때, 여러 번의 미팅으로 굿즈의 종류 콘택트와 디자인까지
그녀가 직접 했고, 대기 공간 한편엔 그 굿즈들과 손 선풍기를 답례품으로 에코백에 담아 한 명 한 명 일일이 나누어 주고 있었다.
메인 공연장 뒤에 마련되어 있는 아티스트 대기실에서 지안이 의상과 메이크업 세팅을 마치고 대기 중이다.
긴장된 마음에 계속해서 심호흡하는 지안
팬 미팅 시작 1시간 전, 스텝들은 마지막 점검에 박차를 가하고 있었고, 팬들의 입장이 시작되어 팬들은 공연장 안으로 들어와 지정된 좌석에 하나둘씩 앉았고,
그 좌석 하나하나엔 두툼한 방석들이 깔려 있었고, 팬들에게 자리를 안내하는 진행요원들은 팬 미팅이 끝난 후에 그 방석도 가져갈 수 있다고 알려주고 있었다.
구역별로 좌석과 계단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번 팬 미팅을 위해 만든 굿즈 중 하나인 향수를 자동 분사기에 넣어 일정 시간이 되면 공연장 전체에
그 향이 퍼지도록 했고, 그 향수의 향을 맡을 때마다 오늘을 기억할 수 있기를 바라는 지안의 마음이 작은 것 하나하나에서도 느낄 수 있었다.
팬들의 입장이 끝나고 좌석에 앉아서 답례품들을 구경하며 팬 미팅이 끝나기만을 기다렸고, 다들 설레는 표정들이다.
오후 2시 정각이 되자, 계단에 설치되어 있는 유도등을 제외한 모든 조명이 꺼졌고, 동시에 팬들의 함성으로 채워졌다.
대형 LED 화면에 지안이 미리 찍어둔 오프닝 영상과 지금까지 모델로 활동하면서 찍어둔 영상이 재생된다.
영상이 끝나자마자 Anne-Marie의 2002 간주가 시작되고 지안은 리프트를 타고 올라오면서 노래를 시작한다.
조명이 켜지고 그녀를 비추자 공연장은 다시 팬들의 함성으로 가득 찬다.
그녀는 무대 앞까지 걸어 나와 자연스럽게 스탠드에 마이크를 꽂고 노래를 이어간다.
오래된 팬들도 처음 듣는 그녀의 노래에 팬들은 들고 있던 응원 스틱을 더욱 열정적으로 흔들었다.
노래가 끝나고 허리 숙여 인사를 하고는 오프닝 멘트를 시작하는 지안
“안녕하세요. 차지안입니다. 노래 부르는 모습을 처음 보여드린 거 같은데 어땠나요? 괜찮았나요?“
팬들은 긍정의 함성으로 화답했다.
“ㅋ감사합니다. 제가 내년이면 벌써 20주년이 되는데요. 일찍 여러분들을 만나고 싶은 마음에 많이 앞당겼습니다.
곧 제 생일이기도 한데 여러분들과 특별한 하루를 보내려고 준비 많이 했으니까 같이 즐겨주실 거죠?“
“네~~~!!!”
“와, 여러분 그동안 어떻게 참아오셨어요? ㅋ 이럴 줄 알았으면 이런 거 여러 번 할 걸 그랬네요. 사실 긴장을 너무 많이 했는데 여러분의 함성을 들으니까
용기가 막 생기네요~ 다음 순서가 또 노래라서~ 이번 곡은 제가 처음 접한 팝송이기도 하고, 라디오에서도 많이 틀어 들인 노래인데요.
감히 제가 잘 소화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활짝 열린 마음으로 들어주시리라 믿어요.ㅋ“
조명이 바뀌면서 Beyonce의 Irreplaceable 간주가 흘러나오고 노래를 시작하는 지안
노래가 끝나고 무대 조명이 전부 켜지면서 스텝들이 스탠드는 치우고 이젤 형태의 거치대를 가져와 A1 크기의 폼 보드를 세워둔다.
폼보드에는 대기 시간 동안 팬들이 지안에 대한 질문을 적은 포스트잇들이 깔끔하게 정리된 채 부착되어 있었고,
다른 스텝들은 지안이 앉을 1인용 소파와 미니 테이블을 가져다 놨으며, 테이블 위에는 페이스 수건과 빨대를 꽂은 물 여러 병이 담긴 바구니를 올려놓았다.
다른 의상으로 갈아입고 나온 지안은 마이크를 테이블 위에 잠시 올려놓고 소파에 앉아 옷매무새를 정리했다.
그녀는 다시 마이크를 잡고 포스트잇 하나하나 떼어내며 질문들에 답하기 시작했다.
“첫 번째 질문부터 조금 센데요?
언니, 10년 동안 라디오 진행하면서 많은 게스트가 거쳐 갔는데 혹시 언니한테 플러팅하거나 언니가 마음에 들어서 썸 탔던 게스트가 있었나요?
아...ㅋ 사실 이 질문은 저희 매니저 찬이 한테도 항상 듣는 질문인 거 같은데요.ㅋ 있죠~ 당연히~ 근데 제가 마음에 들어서 썸 탔던 적은 진짜 단 한 번도 없구요.
플러팅은 몇 번 있었던 거 같은데, 기억나는 게 없는 거 보면 별로였나봐요~
두 번째 질문 볼까요?
20년 동안 모델로 활동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적은 언제였나요?
음...제가 뉴욕에 처음 갔을 때, 저를 따라다니던 스토커가 있었는데 그때가 가장 힘들었던 거 같아요.
저를 좋아하는 마음이 그렇게 선을 넘을 수도 있구나 하는 생각에, 진짜 무서웠거든요.
제가 어딜 가나 그 사람이 보이고 숨어서 지켜보고 몰래 따라오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사람을 공포로 몰아넣을 수 있다는 게 가장 무서웠던 거 같아요.
어떤 고마운 분 덕분에 그 스토킹이 멈춰서 너무 다행이고 감사하죠.“
잘 알려지지 않은 얘기라 모르는 팬들이 많아 지안의 말을 들은 팬들은 걱정스러운 얼굴이 되었다.
<당신은 오래전부터 품어온 두려움이 있나요?
대부분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미래’도 두렵지만, 생각만 해도 숨이 막힐 정도로 공포감이 몰려오는 ‘죽음’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모든 사람이 언젠가는 죽는다. 하지만 죽으면 숨을 쉴 수 없을 텐데 얼마나 괴로울까 하는 생각에 두렵기도 하고, 이 세상에서 더 이상 기억되지 않는 존재로 한 줌의 모래알처럼 변한다는 사실도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다. 때때로 주변 사람들에게 ‘죽음’에 대해 대화를 나누다 보면 “나이 들수록 오히려 의연해진다.” “나만 죽는 게 아니다, 세상 사람들 다 죽는다.“
”영원히 사는 것도 고통일 것이다.“ 이런 말들을 자주 듣게 된다.
어린 시절 TV에서 보던 연예인들이 늘 나보다 나이가 많았다.
어느덧 아역배우들은 나와 비슷한 나이대가 되었고, 아이돌 들은 나보다 더 어린 친구들이 활동하고 있다.
그들도 나와 함께 늙어가는 걸 보면서 시간의 흐름을 느낀다.
시간은 모두에게 공평히 흐른다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혹시라도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갖고 있다면, 그래서 마음이 힘들어질 때가 있다면 세상을 떠나는 데 순서는 없겠지만,
좋아하는 연예인을 떠올리면서 지금부터 그 사람과 함께 늙어가겠다고 생각하고 이 사실을 기억했으면 좋겠다.
“모두가 다 똑같이 늙는다. 한 사람도 예외 없이.“
이걸 생각하면 아무래도 이전처럼 두려운 감정은 사라질 것이다.
이 감정 때문에 너무 힘들었기에 한 명이라도 더 많은 사람이 조금이나마 두려운 감정을 덜어낼 수 있었으면 한다. 그리고 내 곁을 지키는 소중한 사람들에게도 말해주고 싶다. 나 또한 힘닿는 데까지 이 자리에 있을 테니까 우리 같이 늙어가자고. 함께 시간을 쌓아나가면서 서로 힘들고, 고민하고, 행복한 순간들을 지켜주며 성장해나가자고.>
[빅뱅 - STILL ALIVE]
I’m still alive
I’m still alive
I’m still alive
난 죽어가는 듯 보이지만 죽지 않아
남들의 시선을 피해 결코 숨지 않아
언제나 보란 듯이
끝까지 추락하지만 I’m alive
난 더 이상 잃을게 없어
과거는 뒤로하고 Jump out
깊이 떨어지고 있는
내 모습이 아름다워
지금 내 자신을 하늘에 던져
난 자유로워
이 순간만큼은 난 살아있어
I’m still alive
나를 사랑하는 그녀가 불행해 보여
자취를 감추네 대중들이 두려워
많은 동경과 환호 정서불안
죽음에 대해 고뇌해 괴로운 밤
내 젊음의 유품은 사진뿐
내 청춘은 남들의 장식품
영적인 기를 받는 내 감성
네가 보지 못한 미래 난 봤어
내 인생 멜로디는 내가 지휘해
고조되는 Climax 를 즐기네
내게 미친 소녀들은 똑똑해
자격지심 너를 가지고 놀기에
사람들 다 떠나도
모두가 등을 돌려도
가여운 듯한
내 모습에 너 동정해도
세상은 안된다고
내게 말하지만
그 날의 울고 있던
난 지금 웃고 있어
언제나 보란 듯이
끝까지 추락하지만 I’m alive
난 더 이상 잃을게 없어
과거는 뒤로하고 Jump out
깊이 떨어지고 있는
내 모습이 아름다워
지금 내 자신을 하늘에 던져
난 자유로워
이 순간만큼은 난 살아있어
I’m still alive
I’m still alive I’m still alive
I’m still alive
I’m livin’ that I’m livin’that good life
I’m still alive I’m still alive
I’m still alive
We livin’ that we livin’ that’ good life
소리 없이 사라진 함성
대신에 탄식 섞인 탄성
이 감성시대의 내 반성은 찬송
양성보다 무서운 악성 방송
각성하라 아무개나 a-yo
단정 말아 아무 때나
난 죽어가는 듯 보이지만
죽지 않아
남들의 시선을 피해
결코 숨지 않아
그 손가락질은
내가 아직 이슈라는 증거
실망과 기대 이유와 근거
입에 오르락내리락해 구설수
날 기다리는 건 양지바른 무덤뿐
사람들 다 떠나도
모두가 등을 돌려도
가여운 듯한
내 모습에 너 동정해도
세상은 안된다고
내게 말하지만
그 날의 울고 있던
난 지금 웃고 있어
언제나 보란 듯이 끝까지
추락하지만 I’m alive
난 더 이상 잃을게 없어
과거는 뒤로하고 jump out
깊이 떨어지고 있는
내 모습이 아름다워
지금 내 자신을 하늘에 던져
난 자유로워
이 순간만큼은 난 살아있어
I’m still alive
I’m still alive I’m still alive
I’m still alive
I’m livin’ that I’m livin’that good life
I’m still alive I’m still alive
I’m still alive
We livin’ that we livin’ that’ good life
[XIA - 꼭 어제]
꼭 어제였던 것 같아 바래지 않는 그날
유난히 눈이 맑았던 아이 같던 너 이젠
오히려 날 위로해주네
작은 어깨를 감싸주고 싶었는데
오히려 너의 작은 어깨에 내가 기대 쉴 줄은
내가 할 수 있는 약속은
초라한 나의 진심은 겨우 이런 것뿐이야
그대와 함께 늙어가고 싶어요
흰머리조차도 그댄 멋질 테니까
세월 앞에 놓인 모든 게
희미하게 흐려지고 기억도 무뎌질 때
내 곁에 그대의 빈자리 있음을
잊어버리지만 그러지만 않게 해요
이렇게 너의 앞에서 기다려달란 말 못 해
입술 깨무는 내가아무 말도 못 할 것도 알고 있단 듯
가만히 웃어주는 네게 내가 할 수 있는 고백은
서글픈 나의 진심은 겨우 이런 것뿐인데
그대와 함께 걸어가고 싶어요
끝이 없는 길을 두 손을 맞잡고
세월 앞에 놓인 모든 게
희미하게 흐려지고 기억도 무뎌질 때
내 곁에 그대의 빈자리 있음을
잊어버리지만 그러지만 않게
나를 전부 다 줬지만 아깝지 않았다
말하지 못한 게 난 가슴 아파
그대와 함께 늙어가고 싶어요
이 삶을 다 써도 우리에겐 짧을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