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신자유주의를 어떻게 생각해요?

아이가 'ism'을 물어온다면,『우리가 매혹된 사상들』

by 미라지

아이가 묻습니다.

"사회주의와 공산주의는 뭐가 달라요?"

"뭐라고? 다시 말해 줄래?"라며 시간을 끌고도 제대로 설명해 주지 못했습니다.


"사회 민주주의도 민주주의예요?"

"민주주의라는 말이 붙어 있잖니"라고 말하려니 참 궁색했습니다.


"신자유주의를 어떻게 생각해요"

...... 산 넘어 산이었습니다.




중학생이 된 아이는 사회 시간을 좋아했습니다. 실제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을 배우니 재미있나 봅니다.(요즘 중학 사회는 어렵더군요. 쪽지 시험에서 뭘 틀렸냐고 물으니 '게리맨더링*'을 못 썼다 합니다) 특히 정치와 법에 관심을 보이며 갑자기 묻곤 했습니다. 신자유주의는 나쁜 건가요? 박정희를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견해를 물어 올 때는 지식을 물을 때보다 더 신중히 답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중동고 철학교사이신 안광복 선생님의 『우리가 매혹된 사상들』(사계절) 을 참고하곤 했습니다. 로마 공화주의부터 낭만주의, 제국주의, 신자유주의, 지금의 생태주의까지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32가지 사상을 소개하는 책입니다. 아이는 신기하다 했습니다. 다른 책에서는 못 본 마오이즘과 주체사상이 설명되어 있다면서요.


가장 큰 미덕은 32가지 사상을 치우침 없이 고르게 설명한다는 겁니다. 모든 말과 글은 중립적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책에도 노골적이든 은근하든 저자의 관점과 가치관이 드러나게 마련입니다. 『우리가 매혹된 사상들』은 『교과서에서 만나는 사상』의 개정 증보판인데요, 저자가 거리를 두고 여러 관점에서 다양한 사상을 살피도록 돕는다는 점에서 군더더기 없는 훌륭한 참고서라 하겠습니다. '철학 물음'과 '더 읽어 볼 책'도 수록되어 있고요. 물음에 답하긴 쉽지 않았지만요.


함께 읽은 아이에게 어떤 사상이 아이의 마음을 끄는지 물었습니다. 저는 '니힐리즘'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인생의 허무를 받아들여라, 정답은 없으니 욕망에 충실하게 살라는 메시지였습니다. 아이는 뉴스에서 자주 듣던 '포퓰리즘'이 무엇인지 알게 되어 좋았다 했습니다. 지금 무어라 답해도 시간이 지나면 아이 생각은 바뀔 겁니다. 10대니까요. 생각을 다듬어나가고, 모호한 부분을 구체화하고, 무엇이 옳고 그른지 판단하고, 주관을 갖는 것이 성장이라 생각합니다. 아이에게 저의 가치관을 주입하기보다는 아이가 다양한 생각을 접하고 스스로 판단할 수 있도록 돕는 부모가 되고 싶습니다. 책을 참고해 찾은 제 답을 적어 둡니다.




"사회주의와 공산주의가 어떻게 다르냐면 말이다, 공산주의와 사회주의는 비슷한 뜻이야. '모두가 가진 것을 함께 누리는 사회를 만들자'는 얘기지. 공산주의는 대개 경제적 측면에서 자본주의와 대립하는 개념이야. 자본주의는 개인 재산을 중요하게 여기지만, 공산주의는 네 것 내 것 가리지 않고 몫을 똑같이 나누자고 주장해. 정치적 측면에서는 사회주의와 자유주의가 대립해. 자유주의는 개인을 우선시하는 반면 사회주의는 전체를 먼저 생각해. 평등하게 잘 사는 세상을 목표로 하는 거지."


"사회민주주의도 민주주의냐고? 우선 민주주의가 무엇인지 알아야겠네. 민주주의는 '시민의 정치적 평등과 참여를 핵심으로 하는 사상'이래. 대부분의 선진국이 채택하는 정치체제이고, 넓은 의미로는 다양한 생각과 의견을 존중하는 문화를 뜻하기도 한대. 세상에는 여러 민주주의가 있어서 북한은 '인민 민주주의', 북유럽은 '사회 민주주의'를 추구한대.

북유럽의 사회 민주주의는 시장 경제와 경쟁을 인정하되 모두 평등하게 잘 사는 세상을 만드는 게 목표야. 자본주의가 낳은 문제인 경제적 불평등을 해결할 방안으로 사회민주주의 이념이 점점 더 주목받고 있대. 아, 우리나라 헌법 4조에는 '자유 민주적 기본 질서'라는 표현이 나온대. 그런데 이게 독재 시절의 구호였던 탓에 지금은 '자유 민주주의 = 반공 = 보수 세력'이라는 공식이 만들어져 버렸다고 하네"


"신자유주의가 무엇인지부터 알아야겠네. 1970년대 들어 세계 경제 상황이 나빠지자 영국과 미국 정부가 나서서 복지를 줄이고 친기업적인 정책을 폈대. 나라에서 운영하던 기업들을 민간에 팔고, 직원들을 해고하기 쉽도록 만들었어. 그리고 금융 기업들은 돈으로 돈을 버는 상품을 만들어 이익이 남을 만한 곳이라면 찾아가 투자하고 돈을 벌어갔어. '금융 자유화'가 온 세계에 퍼지면서 빈부 격차가 커지고 글로벌 기업은 더 승승장구하게 됐지. 하지만 신자유주의가 도입되면서 우리나라 경제의 문제점, 그러니까 정치인과 기업인의 결탁이나 부패 문제가 해결된 것도 사실이야. 여러 학자들이 소득 불평등 같은 신자유주의의 문제를 해결하려 고심 중이래."




* 게리맨더링(Gerrymandering): 자기 당에 유리하도록 선거구를 정하는 것. 예를 들어 반대 당이 정한 지구를 억지로 분할하거나 자기 당에게 유리한 지역적 기반을 멋대로 결합시켜 당선을 획책하는 것을 말한다. https://terms.naver.com/entry.nhn?cid=40942&docId=1059101&categoryId=3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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