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점점 나아지고 있는 걸까요?

오해와 걱정에서 벗어나 세상을 명확히 바라보자 ,『팩트풀니스』

by 미라지

"엄마가 살던 시대는 좋았어요?"

"무슨 뜻이야?"

"제 생각엔 지구가 곧 망할 것 같아요."

"으잉? 지구가 왜 망해?"

"못 사는 나라도 많고, 테러에, 전쟁에 만날 싸워대니 이러다 망하는 거 아닐까요?"

"꼭 그런 건 아니야. 엄마 어렸을 때보다 지금이 더 살기 좋아진 거 같은데."

"그래요? 어떤 점이요?"


어떤 점에서 더 살기 좋아졌냐니 말문이 막힙니다. 그러고 보니 여전히 아프리카 아이들이 굶어 죽고, 세계 곳곳에서 테러와 시위로 불길이 치솟고, 국민에게 총질을 하는 나라도 있고, 어처구니없는 사고와 재해가 이어지고, 북극에선 빙하가 녹아 해수면이 상승하고 있으니...... 뭐 하나 나아진 게 없는 듯합니다. 하지만 저는 아이에게 '세상은 나아지고 있다'는 희망을 주고 싶었습니다. 앞으로 100년은 더 살 아이에게 절망보다는 희망을 보여 주고 싶은 게 부모 마음이니까요.




올해 초 출간된 『팩트풀니스』(김영사) 세상이 실제로 나아지고 있음을 통계적으로 증명하고, 세상을 실제보다 더 나쁜 곳으로 왜곡해 보게 만드는 본능 10가지를 설명한 책입니다. 세계적으로 100만 부 이상 팔린 베스트셀러이자 빌 게이츠가 미국 모든 대학 졸업생에게 선물한 책으로도 유명하지요. 버락 오바마를 비롯한 각계각층의 찬사가 쏟아진 이 책에 굳이 저까지 숟가락을 얹는 건, 그만큼 제게도 의미가 컸기 때문입니다. 위기를 과장하고 겁주는 책은 흔히 봤지만 오해와 걱정에서 벗어나 세상을 명확히 바라보라 조언하는 책은 처음이었거든요. 세상이 나아지고 있다는 건 희망이 아니라 '팩트'였습니다.


대표 저자인 한스 로슬링은 통계학 분야의 세계적 석학이자 의사입니다. 스웨덴 국경없는의사회 공동 설립자이고, 유니세프 등 구호기구에서 활동한 분이지요. 인도와 아프리카에서 극빈층 의료지원과 보건환경 개선 활동을 하며, 모국 스웨덴의 발전상을 보며 '세계는 점진적으로 발전하고 있다'는 사실을 실감했고 통계적으로도 이를 증명했어요.


대부분의 사람들이 세상을 실제보다 더 무섭고 폭력적인 곳으로 인지하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고 안타까웠던 그는 '사실에 근거한 세계관' 즉 '팩트풀니스(사실충실성)'를 널리 알리려 평생을 헌신했다고 해요. 사람들의 잘못된 인식을 바꾸기 위해 아들, 며느리와 함께 '갭마인더재단'을 세운 그는 TED의 명 강연자로도 명성이 높았다 합니다. 『팩트풀니스』는 그가 아들, 며느리와 함께 쓴 책으로 생의 마지막까지 연구와 강연에 매진하고 효과적인 구호 활동을 고민했던 저자의 모습이 담겨 있습니다.


머리말에서 독자는 <세계에 관한 지식 테스트>를 치르게 됩니다. 우리가 세상에 대해 얼마나 아는 것이 없으며 편견투성이인지 알려 주는 테스트예요. 가난, 인구성장, 예방접종률 추이 등 세계 발전상을 묻는 13문항을 각국의 다양한 집단에게 제시했더니 대부분의 응답자가 침팬지가 찍어서 답을 맞힐 확률보다도 낮은 정답률을 보였다고 합니다. 더 많이 배운 학자나 고위직 사람들일수록 세상을 실제보다 나쁜 곳으로 오해하고 있었어요. 지난 20년간 세계 극빈층은 거의 절반으로 줄고, 전기 공급률과 예방접종률은 80퍼센트로 높아졌지만 이런 사실을 제대로 아는 이들은 거의 없었습니다. 저는 13문항 중 2개를 맞췄습니다. 평균 점수 정도 받은 겁니다.


그렇다면 왜 사람들은 세상을 실제보다 더 부정적으로 보는 걸까요? 안 좋은 일은 기억 속에 더 선명히 박히고, 세상이 점점 더 타락해 가는 것처럼 느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인간의 뇌는 수백만 년간 생존에 적합하게 진화되어 왔어요. 즉각적인 위협이 많은 수렵 채집 상황에서는 심사숙고보다 빠른 판단이 생존에 유리했지요. 문제는 진화의 결과인 '속단하는 우리 뇌'와 '극적인 것이 열광하는 성향'입니다. 문명화된 현대 사회에는 생존을 위협하는 문제들이 많이 사라졌지만 우리에게는 여전히 세상을 오해하고 과도하게 극적인 세계관을 형성하는 성향이 남아있는 겁니다. 전보다 나아진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하고 여전히 비합리적인 두려움과 부정적인 미래상을 갖는 것이지요.


이 책의 메시지만큼이나 강렬한 것은 공들여 제작된 인포그래픽이에요. UN을 비롯한 다양한 출처의 데이터가 과거에 비해 세상이 얼마나 발전했는지 보여줍니다. 인포그래픽은 정보를 직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게 도와주지요. '줄어드는 나쁜 것 16가지'와 '늘어나는 좋은 것 16가지' 그래프를 보면 '세상이 전보다 더 살기 힘들어졌다'고는 말할 수 없을 겁니다. 아동 노동과 사망은 물론 재난, 굶주림, 핵무기, 매연이 줄었습니다. 물과 전기 보급률, 여성 투표권, 탈문맹 비율은 높아졌고요. 세계 여자 아이들의 90%가 무사히 초등학교에 진학하고, 탈문맹률은 86%에 달한다 합니다.




저자는 '올바른 세계관을 갖고 비판적 사고를 하려면, 본능적인 반응에 주의하고 사실충실성에 따라 세상을 보라'고 조언합니다. 세상을 오해하게 만드는 10가지 본능은 어떤 것들일까요? 그의 통찰은 아프리카와 인도에서의 의료 활동, 스웨덴 등 각지에서 벌인 연구에서 비롯되었기에 요점만 나열하는 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가 들려주는 일화와 세심한 인포그래픽에 이 책의 울림이 있거든요.


그래도 간략히 소개하자면 첫 번째는 '간극 본능', 저자가 가장 강조한 부분입니다. 간극 본능은 생각 없이 세상을 양 극단으로 나누어 보려는 본능입니다. 이제 세계는 더 이상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의 이분법으로 나뉘지 않는데도 사람들은 선진국이 아닌 국가는 다 저소득 국가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세계 인구 다수(75%)는 저소득 국가도, 고소득 국가도 아닌 중간 소득 국가에 산다"고 합니다. "중간 소득 국가는 세상을 둘로 나누는 사고방식에는 존재하지 않는 범주이지만, 현실에서는 엄연히 존재(p.51) "한다면서 저자는 세계 국가들을 소득 수준에 따라 네 단계로 구분하고 있어요. "세계를 과도하게 극적으로 나누지 않고 네 단계로 구분하는 방식은 이 책에서 독자가 배울, 사실에 근거한 사고의 틀 중 첫 번째이자 가장 중요한 부분(p.69)"이라면서요.


과거를 미화하고 현실을 실제보다 더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부정 본능', 지금까지의 추세가 미래에도 계속될 거라 믿는 '직선 본능', 전체 비율을 보지 않고 수치 크기만 따지는'크기 본능', 안 좋은 일어났을 때 진짜 이유를 찾기보다는 개인이나 특정 집단 탓을 하는 '비난 본능', 예외를 간과하고 섣부른 판단을 내리게 하는 '일반화 본능', 아프리카와 아시아는 영원히 유럽보다 낙후되어 있을 거라 생각하는 '운명 본능'. 세상이 곧 뒤집힐 듯 다급한 상황을 편집해 연출하고, 공포를 조장하는 자극적인 영상을 내보내는 언론은 이런 본능을 자극하여 우리 눈을 가리는 데 일조합니다. 목적을 갖고 움직이는 로비스트와 활동가도 마찬가지로 우리를 겁주고요.


질병 예방과 의료환경 개선에 힘썼던 저자의 삶, 다른 대륙 사람들의 교류에서 비롯된 폭넓은 관점, 본능을 이기려면 배우고 훈련해야 한다는 겸손함이 인상적이었어요. 종교가 없는 저는 살아가며 필요한 자세와 관점을 책에서 배우는 편입니다. 제게는 '사실충실성'에 근거해 치우침 없이 세상을 보라 하는 잠언집과도 같은 느낌이었어요. 아이가 크면 꼭 읽어보라 권할 겁니다.

우리는 아이들에게 사실에 근거한 사고의 기본 틀을 가르치고, 사실과 경험을 바탕으로 생각하는 법을 훈련시켜야 한다. (...)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 아이들에게 겸손과 호기심을 가르쳐야 한다. 여기서 겸손이란 본능으로 사실을 올바르게 파악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아는 것이고, 지식의 한계를 솔직히 인정하는 것이다.

( 『팩트풀니스』, pp.355-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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