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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은 Jun 08. 2024

온전한 나로 살기 위한 정체성 심리

인생의 주제 / 실존적 공허  

날씨가 흐리다. 비가 온다.

공기에서 비냄새가 난다.


나쁘지 않다.




기분과 감정이 날씨의 요소에 영향을 받는 인간인 나로서는 글의 분위기가 조금은 잔잔하고, 들뜨지는 않을 것 같아  오히려 안심이 된다. 아침에 눈을 떴는데 또 글 쓰고 싶다는 마음이 꿈틀거렸다. 학교 다닐 때, 심리학을 자유 전공 했다. 본전공을 이수하면서 이상심리학, 상담심리학을 들었고 교양 선택으로 미술 치료를 들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심리학의 대한 책을 많이 접했고, 교수님의 강의를 듣고, 공부를 하면서 책을 찾아 읽으니 나를 알아가는 느낌이 많이 들어서 좋았다. 어디서 오는지도 모르는 흔들 다리의 출렁거리는 불안과 가끔 쿵하고 우울한 마음이 갑작스럽게 오는 날의 횟수가 점점 작아적 고, 넓고 맑은 호수의 잔잔한 물결처럼 고요한 마음이 천천히 안정되기 시작했다.


살아야 되니까.

어떻게든 살아내야 되니까.


그 불안과 우울이라는 무섭고 어두운 감정에 지고 싶지 않아서 심리학을 공부하고 책을 찾아서 읽었던 것일까.


'심리'라는 학문이 공부를 할수록 나의 대한 이해와 그동안 이해하지 못했던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해답을 알려주는 느낌이 들었다. 뭔가 삶 자체를 일깨워주는 것 같았다. 이론적인 부분을 읽으면 그대로 머릿속에 습득이 이상하게 빠르게 되었고, 여러 가지 전문적 용어를 알아가는 과정이 너무 재밌었다. 이 뜻이 무엇이고, 왜 이렇게 설명이 되는지의 대해서 공부하는 과정이 너무 뜻깊게 느껴졌고, 그 공부를 하는 동안 진짜 아무 생각도 나지 않는 극도로 몰입할 수 있는 그 순간이 너무 좋았다.  


글을 구성하고 편집하고 다듬는 직업을 선택한 만큼, 더 다양하고 좋은 책을 찾아 읽고, 더불어 글을 많이 써야 앞으로 만나게 될 수많은 작가님들의 원고도 직업적 능력을 활용해 잘 수행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보통 매년 읽을 책의 목표 권수를 100권 정도 잡는다. 일주일에 1권, 한 달에 평균 4권씩 읽으면 48권 정도 되는데, 시간적 여유가 있는 데로 꾸준히 책을 많이 읽으려고 노력 중이다. 목표는 100권이나 딱 절반인 50권의 책은 어떻게든 읽으려고 노력하는 편. 그리고 글쓰기. 어쩌면 나에게는 당연한 일이다. 밥 먹고 양치하는 것처럼 책 읽고 글쓰기는 안 하면 찝찝한, 꼭 해야 될 숙명 같은 일이다.




그래서 도서관에서 <온전한 나로 살기 위한 정체성의 심리학>을 꺼내 들었다. 이 책의 저자는 고려대학교 심리학과 박선웅 교수님이다. 이 책의 핵심 주제는 '정체성'이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나는 무엇을 위해 살고 있는가?"

"내 삶의 의미는 무엇인가?"


위와 같은 나의 대한 물음이 주체적으로 삶을 꾸려가는 것이며, 그 질문의 대한 근원적 답변은 자신의 정체성을 찾았다는 것이다. 정체성을 찾는다는 것이 내가 나의 인생 이야기를 쓸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좋은 인생 이야기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여러 모습들을 하나로 엮어주고, 통합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정체성은 곧 삶의 의미이자 방향이며 자신에게 정말 중요한 가치가 무엇인지에 대한 답을 찾고 자신의 삶을 이끌어 가는 어쩌면 삶에 있어 아주 중요한 연료이지 않을까. 여전히 한국 사회에서는 정체성을 찾는 데는 많은 고민과 용기가 필요하다. 학업 성적과 경제적 성공을 더 우선시하는 경향과 그 획일적인 잣대가 심신을 피곤하고 정신을 피폐하게 만든다.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 '원칙'이 있다면 자신에게 중요한 것이 무엇이고, 어떤 방식으로 살아야 하는가라는 물음에 대한 답이 어느 정도는 있어야 된다고 생각한다.


'인생의 주제'를 생각하는 시간도 어쩌면 잘 살아가기 위한 꼭 필요한 작업이 아닐까. 지금 이 길의 중요성을 얼마나 내면화했는지.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깨닫게 된다면, 좋은 에너지는 저절로 나온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내가 나의 인생을 관통하는 주제를 열심히 찾고, 삶에 얼마나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지가 중요하다. 이 과정을 통한 깊은 깨달음은 생각보다 시간이 꽤 걸린다. 자신의 대한 탐색은 정말 꾸준히 해야 되는 것 같다.


프랭클은 삶의 의미를 상실한 현대인의 상태를 '실존적 공허'라고 말한다. 그는 자신이 살고 있는 삶의 맥락에서 고유한 의미를 찾아야 되며, 각 개인은 자기만의 인생 이야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삶의 의미 역시, 그 이야기 속에서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흔히 얘기하는 우울증, 무기력한 상태에 오는 번아웃이 실존적 공허에 가장 많이 적합하고 해당하는 편에 속하지 않을까. '시련이 없었다면 내가 지금 도달한 인간적인 성숙은 불가능했을 것입니다.' '자신이 겪는 시련 역시 역경을 이겨내는 힘과, 삶의 의미를 일깨운다.'라는 책 속의 문장이 또 조용히, 한 걸음씩 나를 세상 밖으로 나아가게 할 수 있게 힘을 주었다.


인생 이야기는 단순히 삶에서 일어난 일에 대한 기록이 아니며, 그 일을 어떻게 해석하고 어떻게 자신 안에 품는지를 둘러싼 이야기라며, 진짜 물어야 하는 질문은 '무엇을 하며 살 것이냐'의 대한 존재의 방식이라고 한다. 그러니까 어떻게 내가 인생을 망쳤는지가 아니라 '어떻게 내 인생을 찾게 되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잘 풀어가는 것이 어쩌면 인생을 바르고 성실하고 똑똑하게 살아갈 수 있는 힘을 가져다주는 건 아닐까.




삶이라는 길에서 흔들리지 않게 중심을 잘 잡으려고 무던히 노력하고, 성찰하기.

윤리적이고, 개념 있게, 바르게 살아가기.


인생이란


적당한 비와, 햇빛과 좋은 거름이 필요하다.

풍족한 땅에서 환하고 예쁜 꽃이 피어나길.


가능하면 더 이상 쓰러지지 않고, 단단하고 씩씩하고 예쁘게 잘 피어날 수 있도록,

그 꽃에 좋은 자양분이 충분히 잘 전달될 수 있도록, 예쁘게 잘 가꾸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매서운 한파에도 자신을 지킬 수 있는 그 강인함과 꿋꿋함을,

뜨거운 한여름의 쬐약볕에서도 서 있을 수 있는 그 흔들리지 않는 굳건함을,

만들어 내고, 지켜낼 수 있도록 오늘도 무던히 노력한다.


어쩌면 이런 일련의 과정이 평생 해야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본다. 파이팅. 오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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