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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은 May 25. 2024

세상은 왜 존재하는가

호박 같은 철학

"자. 이제 글을 한 번 써볼까?"


평화로운 주말 아침. 세탁기를 돌리고 거실에 있는 컴퓨터 앞에 앉았다. 글 쓸려고 하니 또 심장 안에서 하얀색의 천사 날개가 괜히 요란하게 빨리 글 써라고 날개를 파닥파닥 하는 것 같다. 어제 오랜만에 집 근처 도서관을 다녀왔다. 혼자 또 3-4시간을 글자를 마주치며, 문장과 어간 사이의 책 속을 탐구하며 글자랑 놀고 왔다. 문장 안에서 형용사, 부사, 용언을 파악하고 서술어의 뜻이 무엇인지 분석하는 것도 너무 재밌었다. 책 속에 빨려 들어가 무언가에 깊게 몰입되는 시간이 좋았다. 내용과 다르게 문장이 간결해서 어려운 내용에 한결 다가가기 쉬웠고 평소 관심 있는 분야를 읽다 보니 뭔가 속이 뻥- 뚫리는 느낌이 들었다.


철학의 대한 책이었다.


윌 버킹엄 외 3의 저자가 쓴 <철학의 책>과 짐 홀트의 <세상은 왜 존재하는가>를 읽으니 이제 갓 철학의 대한 관심과 호기심이 생긴 질문의 대한 답을 찾아낸 것 같아 톡 쏘는 사이다처럼 짜릿하고 상쾌한 내적 쾌감이 온몸에 전율을 휩쓸기에 충분했다. 세상을 살아가는데 존재의 의미는 진실을 구성하는 궁극의 요소라고 설명한다. 즉 본질이라는 뜻이다. 요즘 나는 '본질'의 대한 구체적인 뜻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추상적 관념과 다르게 세상이 존재하는 이유의 대해서 물음을 던진다. 객관적 가치와 논리학의 법칙, 불확정성의 원리가 세상이 존재하는 이유라고 책에서 답한다. 존재 의미의 대해서 물질과 정신으로 2가지로 나뉘는데 물질은 확장된 본질이며, 정신은 생각하는 본질이라고 한다. 세상의 존재 문제와 왜 세상은 존재하는가의 대한 본질적인 질문이 자꾸 사람을 생각하게 만든다.


"우주는 어디로부터 비롯되었으며 왜 세상은 무가 아니라 유인가?"의 대한 질문의 답을 윌리엄 제임스는 모든 철학에서 제일 어려운 문제라고 했다. 우주라는 광활한 넓음을 생각했을 때, 그 끝이 과연 존재할까?라는 존재의 가치의 대한 유념이 자꾸 철학이란 분야에 손을 찾게 만든다. 우주의 존재 이유는 순수한 과학적 설명과 공룡의 시대, 빅뱅 이전에 무엇이 있었는지. 과학적인 설명이 필요하고, 물리적 원인이 반드시 포함된다고 설명한다. 그래서 최초의 물리적 상태의 근원이 설명이 되지 않는다고 답한다. 궁극의 근원적 의문은 과학을 초월한 과학이고 그 존재의 의미는 앞서 얘기한 듯 '본질'이라는 기본 명제에 해당되어 보인다.




어떤 학생이 "교수님, 왜 세상은 무가 아니라 유입니까?"라고 묻는다. 사실 나도 이 질문의 대해서 많이 궁금해서 글을 읽기 전에 교수님께서 어떻게 얘기하실지 궁금했다. 약간 긴장하면서 글을 읽어 내려갔다. 시드니 모겐베서 교수가 답하길 "아. 만일 세상이 무로 채워지더라도 자네는 여전히 만족하지 못할 테니까!"라고 답하셨다. 난 이 말을 딱 보자마자 무릎을 탁 쳤다. 뭔가 생각지도 못했던 답변과 전기 같은 찌릿한 깨달음이 느껴졌던 부분이었나. 책을 읽으면서 독일의 염세주의 철학자 아르투어 쇼펜하우어의 대해서도 관심이 갔다.


그는 "세상의 존재에 대한 의문을 무시하는 것은 지적 결핍의 징후이며, 인간의 지적인 관심이 낮아질수록 존재 그 자체에 대한 신비감이나 수수께끼 같은 모습도 옅어져만 간다"고 말한다. "인간이 다른 동물들 위에 우뚝 설 수 있었던 것은 유한한 자신의 모습에 대한 의식 때문이고, 왜 이 세상이 존재하느냐라는 질문의 해답은 왜 내가 존재하는가 하는 질문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답한다. 빅뱅의 잔광 현상을 발견한 공로로 노벨 물리학상을 공동 수상한 아노 펜지머스의 주장은 "더 큰 존재론적 대담성이 있다며, 만일 우주가 항상 존재했던 것이 아니라면, 과학은 우주의 존재를 설명할 필요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라고 답을 한다. 한 가지 질문이지만 여러 가지 답변을 알 수 있게 되어 책이라는 건 정말 중요한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도라에몽 상자 같은 존재라고 다시 생각했던 순간이었다. 책을 앞으로도 아주 가까이, 소중하게, 자주 접하게 될 수 밖에 없는 이유이자 숙명이다. 아직 철학의 대한 관심은 옅은 하늘색이다. 좀 더 관심이 깊어지고 색이 짙어지고 선명해지는 날에는 지금보다 더 나은 사고와 통찰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을 해본다. 그러면 글의 대한 깊이가 철학을 대하는 깊이만큼 훨씬 구체적이고 명료해지지 않을까.




존재의 대한 수수께끼.

본질의 대한 궁극적 물음.




살아가는 세상 속은 존재하는 사회의 그 전통에 대한 비판에 따라 변화하고, 그 변화의 대한 합의 도출과 변화 유발하며 단계적으로 발전하는 사회로 인해 과도기를 형성한다고 한다. 이에 따라 도덕적 규범과 비판적인 통찰력이 필요한 순간이 분명 있을 거라 생각된다. 이제 갓 입문한 철학의 대한 생각은 철학 = 물음이다.


현재 살고 있는 존재와 이유의 대해서 궁금해하고,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유한한 개체와 무한의 연속성이 있는 이 시대가 어디서, 어떻게, 어디로부터, 이렇게 연속적으로 발생되고 발현되어 왔는지. 이제야 조금은 아가들이 조금 크면 '왜?'라는 질문을 부모님에게 자주 하는지 이해가 가는 것 같기도 하다. 그들은 이 세상의 모든 것들이 궁금한 게 어쩌면 지극히 당연한 거고 정상일 것이다. 이들은 '언어발달과 호기심'으로 이 시기의 아기들은 새로운 단어와 개념을 배우고, 이를 통해 세상을 이해하려고 한다. 반복적인 질문을 통해 아기는 언어를 연습하고, 자신이 배운 내용을 확인하며, 주변 세계에 대한 이해를 높인다. 그리고 '안정감과 확신'을 얻기 위해서라고 한다. 같은 대답을 반복해서 들으면 그 대답이 맞다는 확신을 가질 수 있고, 이는 아기에게 심리적 안정감을 주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부모의 관심과 애정 확인'을 볼 수 있는데 아기들은 질문을 통해 부모의 관심과 애정을 확인한다. 반복적인 질문은 부모가 자신에게 집중하고 있다는 신호로 받아들이고, 이 시기의 질문은 아기의 정서적 요구를 반영할 수도 있다.


여기서 부모가 해야 할 적절한 대응은 인내심을 가지고 대답하며, 같은 질문을 여러 번 하더라도 차분하고 일관된 태도로 답변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는 아기가 신뢰감을 느끼게 하고, 언어 발달에도 상당한 도움을 줄 것으로 예상되며, 질문을 확장시키며 아기에게 "이게 뭐야?"라고 물으면 "이건 자동차야. 자동차는 도로를 달려."와 같이 대답을 확장해 줄 수 있다. 이러한 부모의 반응은 아기의 호기심을 충족시키고, 더 많은 정보를 배울 수 있다고 한다. 그리고 아기가 질문할 때마다 '잘 물어봤어! 좋은 질문이야!'와 같은 칭찬을 통해 아기가 질문하는 것에 대한 긍정적인 강화가 이루어지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 질문의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아기의 언어 발달과 호기심을 충족시킬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그 아이들의 근원적 질문의 대한 이해의 답을 어느 정도 찾은 것 같아서 나중에 만약이라도 엄마가 되는 환경에 놓여진다면, 그 아이가 '왜?'라는 질문이 끊이지 않도록 정말 자세하게 물음의 대한 답변을 해주면서 호기심 가득한 아이로 키우고 싶은 생각이 방금 또 들었다. 아이가 호기심이 있다는 건, 세상의 대해서 더 알고 싶은 게 많다는 뜻이고, 알고 싶다는 게 많을수록 지적 탐구가 활발하다는 뜻이다. '왜?'라는 질문을 아이가 했을 때는 그 아이가 어느 정도 원하는 질문의 답변에 도달할 때까지 엄마로서 아주 열심히 성심성의껏 답을 해주리라 철학에 발을 딛으면서 다짐 한다.




어쩌면 아기들과 같은 세상의 대한 호기심이 내가 지금 가지고 있는 철학적 물음이 비슷한 시기라고 생각해도 될까. 세상 사람들은 이 시기를 다 겪고 성장을 해왔을 것이다. 다만, 차이점은 그 질문을 계속하고 있느냐. 중간에 질문을 멈췄느냐가 전자와 다른 부분이 아닐까. 호기심을 지적 탐구로 채워가는 길이 철학이라 생각되고, 이 과정은 물음과 지적 호기심의 대한 새로운 탐구의 상쾌하고 신선한 생각과 끊임없는 질문을 만들어 준다. 생각의 깊이와 넓이의 한계를 깨워주는 역할을 하는 학문이 '철학'이라는 것이고, 맛없고 울퉁불퉁해 보이지만 속은 아주 알차고 맛있는 호박 같은 분야인 것 같다. 호박은 영양가도 많고 가지각색의 요리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철학은 참 매력적인 학문인 것 같다. 우연하게도 학생 때 존경하는 교수님이 철학 전공이셨다.


철학이라는 분야도 꽤 공부할만한 분야인 것 같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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