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지야! 달려!

초보운전 예지의 광안대교 전세

by 지은

교정이 푸릇푸릇하다.

곧 뜨거운 여름이 온다는 얘기다.




2026년 4월 14일은 내 생일이었다.

예지는 내 생일에 은진이랑 차를 태워줄려고 서울에서 부산까지 내려와 1일 보험을 넣고

온전히 나를 위해 광안대교를 왕복해서 2번 달려주었다. 고마웠다.


예지는 초보운전이다.

그래서 차 뒷쪽에 A4용지를 크게 4개나 붙혀서 '전운보초'라고 적혀있었다. 그래서 광안대교를 달리는데 거의 예지 혼자 전세낸듯 아무도 뒤에 따라오지 않았다. 은진이는 오랜만에 화장하고 우리를 반겼다. 나는 오전에 있는 수업을 마치고 예지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광안대교를 신나게 달렸다. 요즘 진짜 너무 고민과 걱정과 불안이 너무 많은데 타고싶었던 광안대교를 바람을 빌려 쌩하고 달리니까 뭔가 상쾌하고 시원한 느낌이 들었다. 푸르고 넓은 바다를 보니 가슴이 뻥하고 뚫렸다. 바다를 좋아하고 광안대교를 사랑하는 나에게 친구들이 주는 너무나 완벽한 생일 선물이었다. 우리 셋은 광안대교를 지나 광안리에 도착을 했다. 광안리에서 평소 좋아하는 캐릭터인 햄찌랑 같이 사진도 찍었다. 이들과 함께 있으면 꼭 초등학교 6학년 때로 타임머신을 타고 돌아간 듯한 느낌이 든다. 친구를 가려서 사귀고 착하고 순한 그녀들이랑 그냥 같이 있으면 결이 맞는 느낌이 든다. 초등학교 때, 예지 집에서 쪽자 만들어 먹다가 국자 태울뻔 했던 기억, 예지 집에서 토끼 키웠던 기억들 말이다.




유유상종이라 했던가. 끼리끼리 사귄다는 말이 있다.


예지도 은진이도 각자 저마다의 삶을 아주 열심히 사는 친구들이다.


힘들어도 포기하지 않고 천천히 나아가는 그녀들의 삶의 태도가 마음에 든다.

언제나 꿋꿋히 자신이 원하는 길로 가도록 노력하는 이들이 마음에 든다.


우리 셋의 공통점은 삶에 순종적이지 않고, 주체적이다.

하고 싶은게 있으면 벽 앞에서 멈추지 않고 실행을 하고 때로는 과감하게 부딪힌다. 그만큼 불안도가 높고 완벽함을 지향하며 항상 생각이 많은 것도 똑같다. 하지만 자신의 삶을 예쁜 그림을 그리는 것처럼 잘 그려나가고 있는 것 같다. 인생이라는 길에서 본인이 운전대를 잡고 움직이는 주체적인 삶.


좋다.


우리 셋은 만나면 '인생을 어떻게 살아가야 더 잘 살아가는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앞에 두고 셋이서 돌아가면서 얘기를 한다. 서로 다른 경험을 가지고 살아와 나이가 어느덧 서른. 저마다 하고 싶은 것도, 잘 하고 싶은 것도 다르다. 서로 바빠서 그동안 못했던 깊은 얘기들, 고민들을 서로 나누다 보면 해결이 되는 것도 있다가도 안되는 것들이 있다. 서로를 존중하고 배려하며 항상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는 존재. 사람을 가려서 사귀고 싸움닭인 나에게는 진짜 친구관계를 어떻게 해야 되는지 잘 알려주는 이들이다.


우리는 항상 서로에게 힘을 준다.


'언제나 할 수 있어! 너라면 무엇이든지 잘 할 꺼야! 너무 불안해하지말고 그냥 묵묵히 지금을 살아가면되'

'야, 우리처럼 열심히 자기의 인생을 열심히 잘 살아보려고 아둥바둥 하려고 하는 애들이 어디 있어?'

'지금은 조금 불안하고 걱정이 되지만 다 잘 될꺼야. 그러니까 우리 셋 다 너무 불안해하지말자'


삶의 대한 태도와 가치관과 자신을 위한 예의가 무엇인지 잘 알고 있는 듯한 친구들을 둔 덕에 난 오늘도 힘들고 서툴지만 그래도 묵묵하게 인생을 살아간다. 단단하지만 마냥 흔들리지 않도록.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도 천천히 걷는다.


대화를 하고 나면 상대의 표정이 언제 그랬냐는 듯 조금은 편해지고 내면에 있는 소리를 더 자세하게 들을 수 있다. 우리 셋은 각자 저마다의 상황에 불안하고 잘 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자 해야 할 일을 오늘도 묵묵히 하고 있다. 나는 이들을 응원한다. 천천히 묵묵하게 오늘도 열심히 다른 사람들이 지나가는거 신경쓰지말고 저마다의 발걸음대로 가면된다. 삶의 최종 목적지가 어디인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지만 그래도 내 머리속에 있는 것들은 있는 힘껏 다 그리고 펼치고 죽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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