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중에 기차 타고 로마 가기
18일 월요일: 아침 먹고 짐가방을 로비에 맡긴 후 드디어 피렌체에 피날레를 장식하러 두오모 돔으로 향했다. 460개의 계단과 갈수록 좁고 가팔라지는 경사를 거쳐 꼭대기에 올랐다. 어제 맞으편 종이 있는 탑에 갔을 때 거의 돔 높이만 했는데 돔에서 내려다보는 피렌체는 더 예쁘고 아름다웠다. 하지만 중간중간 우리 눈엔 너무나 잘 띄는 한글 낙서들이 조금 창피하고 화가 났다. 점심은 첫날 저녁으로 갔던 식당에 다시가 같은 토마토 모차렐라 샐러드에 피자 한판, 같은 와인과 같은 디저트를 먹었다. 지금은 점심 후 다시 호텔로 돌아와 6층 꼭대기 테라스에서 두오모를 바라보며 카푸치노를 마시고 있다. 이렇게 여행기도 쓰면서..ㅎ 성훈이는 술기운에 엄청 졸리다고 이 불편한 의자에서 내 어깨에 기대 졸고 있다. 이제 두 시간 정도 후면 로마행 기차를 타러 출발해야 한다. 난 비행기보다 오랜만에 기차에 더 들떠있다..
드디어 호텔에서 나와서 기차역으로 걸어왔다. 마지막에 로비에서 짐 찾으면서 카푸치노를 계산하려 했는데 공짜라며 돈을 받지 않았다. 역시 공짜는 기분이 좋다 ㅋ
생각보다 금방 걸어서 기차역에 도착했다. 역시 사람들도 많고 정신없어 예상대로 몸이 긴장된다. 맥도널드는 사람이 많아 5번 터미널 옆에 있는 작은 카페에서 이따 배고프면 먹을 토마토 모차렐라 샌드위치를 하나 사서 앉았다. 여기서 40분은 버텨야 하는데.. 나는 역이 시끄러워 귀가 다시 아프려고 한다. 아무래도 여기 올 때 비행기에서 압력 때문에 고막을 다쳤던지 한 것 같다. 귀가 지금 매우 예민해진 상태여서 한번 아프면 머리랑 목이랑 뒷덜미까지 아파진다.
곧 로마 가는 기차를 탈 생각하니 다시 기분이 좋아지고 있다^^ 기차를 탔다. 5번 터미널인 줄 알았는데 5번 칸이라는 소리였다. 기차표에 영어가 전혀 없어 커스터머 캐어 센터에 가 확인했는데 직원이 영어를 잘 안 하려 했고 대충 터미널 5가 맞다고 했는데... 아니었다. 터미널은 정해지지 않고 기차가 들어오는 데로 전광판에 표시가 되는 시스템이었다. 5번에 서있다가 12번에 기차가 들어온걸 보고 놀래서 뛰다 싶은 걸음으로 와서 기차를 탔다 ㅋ
한 가지 아쉬운 점은 7시 반 기차여서 바깥이 이미 깜깜해 플로렌스에서 로마까지의 바깥 구경을 전혀 못한다는 거다. 티켓 끊을 때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이다. 그래도 간간이 보이는 불빛들로 보아 역시 언덕 위에 집들이 좀 있는 것 같았다.
근데 기차가 매우 빨라 비행기 못지않게 귀가 먹먹하다. 지금 내 귀 무지 예민한데...ㅋ 다행히 아직까지 아프진 않다.
나는 모르는 낯선 동네를 여행하기 보단 도미니칸처럼 경치 좋은 데서 쉬는걸 더 좋아한다고 생각했고 이태리 오기 전에 소매치기 걱정에 스트레스도 좀 받았었는데, 막상 와서 보니 이런 여행도 재밌는 것 같다. 그리고 우리가 만만해 보이지 않은 건지 관광객 피크 시즌이 아니라 그런 건지 소매치기들은 찾아볼 수 없었다. 참 다행이다. 지금 로마 가는 중인데 로마도 안전하다고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다.
9일 화요일: 어제 밤 9시 반쯤 기차역에서부터 호텔까지 힘들게 걸어왔는데, 프런트 직원이 우리 방은 아침이 포함되어있지 않는다고 했다. 나랑 성훈이랑 깜짝 놀라며 프린트해온 종이를 들이밀자 혹시 모르니 내일 아침 매니저랑 다시 얘기해보라고 했다. 만약 포함이 안되면 일인당 14유로란다. 조금 걱정했던 부분인데 피렌체에서 너무 좋은 호텔 서비스에 로마 호텔도 같은 기대를 하고 있었다. 성훈이는 그것 때문인지 새벽 3시에 날 깨워서 잠이 오질 않는다고 했다. 나는 잘 잤는데 아침 9시쯤 성훈이를 깨워 아침을 얻어낼 마음에 준비를 단단히 하고 내려갔다. 어제랑 다른 남자 직원이 역시나 우리 방은 젤 작아 아침 포함이 아니라고 했다. 다시 프린트해온 종이를 들이밀고 따지자 매니저랑 얘기해 보고 오겠다고 기다리란다. 난 또 자기가 매니저 인 줄 알았지.. 근데 그 직원 쫌 휴 잭맨 닮았었다. ㅋ 암튼 우리 종이를 카피하더니 아침은 공짜로 주되 익스피디아한테 따지겠단다. 그래서 거기 차지하려고 하냐 했더니 맞단다 ㅋ 그래도 큰 건 하나 해결했다 싶어 마음이 놓였다.
오늘은 바티칸 성당에 새로 취임한 교황의 인사말이 있는 날이었다. 생각지도 못하게 우리 로마 여행 때 그런 일이 생기다니!!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바티칸 광장에 모였고 각 나라 인사들과 취재진들도 있었다. 우린 거긴 정신없을 것 같으니 다른 날 가보자고 하고 스패니쉬 스텝에 먼저 도착했다. 사진 찍고 놀다가 샾들 구경하러 내려왔는데 잘 안보이던 한국사람들이 몽클 래어 가게 안에 많이 있었다. 역시 ㅋㅋ 명품을 좋아하는 한국인들..ㅋㅋ
그다음으로 걷다 보니 강이 나왔다. 강 건너면 바티칸인데 다시 오기로 하고 트레비 분수를 찾아 여러 유명한 광장을 지나고 유명한 성당들을 지나고 조각상들과 분수를 지나 드디어 사람이 젤 많이 모여있는 트레비 앞으로 왔다. 여기 한참 앉아있다가 동전도 던졌다 ㅎ 다시 와야지! 근처에서 중국식당을 갔는데 맛이 토론토와 비교가 안되었다. 잘하는 중국집들은 다 토론토에 있다더니 내가 먹던 맛이 자꾸 생각나 비교돼 쫌 아쉬웠다.
걷다가 결국 다리를 지나 바티칸에 갔다. 원래 다른 날 가려고 했는데 오늘 가 버렸다. 새 교황과 여러 나라 사람들 때문에 로마에 모든 경찰들이 거리에 나와있는 것 같았다. 덕분에 소매치기들은 더욱 눈에 띄지 않은 것 같다.
이제 사람들이 다 빠진 바티칸을 둘러보며 으리으리한 사이즈에 놀랐다.
오늘 팬띠 온도 봤다. 텔레비전으로만 보던 장소들에 오니 막상 느낌이 내가 보던 곳들이 맞나 싶은 것이 이상했다. 팬띠 온은 기둥에 크기나 위에 돔에 크기나 정말 어마어마했다.
집에 힘겹게 걸어와 오는 길에 호텔 앞 슈퍼에서 샌드위치와 티 라무스 케이크, 과자를 사들고 돌아와 반씩 나눠먹고 신라면 컵라면도 하나 나눠먹었다. 지금은 샤워 후 누워서 일기를 쓰는 중이다.
성훈이는 스트레칭과 윗몸 일으키기 100번 팔 굽혀펴기 100번 후 30분 뛰러 내려갔다. 여행 후 첫 달리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