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되어 시댁에 전화를 걸었다. 남편과 함께 카톡으로 영상통화를 매주 일요일 오전에 항상 함께 하고 있다. 남편이 40세에 은퇴하겠다고 얘기를 꺼낸 게 벌써 7년 전쯤 일 것 같다. 그때도 자리 깔고 들어 눕진 않으셨지만, 적잖은 충격을 받으셔서한동안 집 안 분위기가 좋지 않았었다. 그리고 나에게 따로 전화하셔서, 네가 잘 말해 보라고.. 적어도 55세였나 50세였나 아무튼 그때 까진 회사 다녀야지 무슨 소리냐 하셨다. 처음엔 보통 내가 어려운 어른과 대화할 때처럼 속마음을 숨긴 채 '네'하고 짧게 대화했다. 그러다 어느 날은 이렇게 말해 버렸다. '어머님, 00이와 제 마음이 다르지 않아요. 저도 적극 지지하는 바예요. 그리고 필요하면 제가 벌면 되죠'라고 했다. 그때만 해도 난 회사 나가서 돈 버는걸 즐거워했고 이른 퇴사는 생각하지 않을 때였다. 어머님은 그 뒤로 이렇게 말씀하셨다. '차라리 네가 극심하게 반대하고, 한 명은 꼭 퇴사하겠다고 하고 해서 싸우고 난리 치는 것보다, 둘이 한뜻이라니 그게 나은 것 같다'라고 하셨다. 아무래도 하나밖에 없는 아들의 성향을 잘 이해하시기 때문에 내리신 결론이라 생각된다.
그렇게 몇 년에 걸친 설명으로 인해 부모님이 더 이상 반대 의견을 내비치시지 않을 때쯤 우리는 조기 은퇴를 감행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었다. 애초에 40세를 목표로 노력해 왔는데 37세에 동반 퇴사를 같은 날 했다. 그렇게 산지 9개월이 흘렀다. 그리고 종종 우리가 통화할 때 이렇게 말씀하신다. '너네는 젊은 애들이 집에만 있으면 심심해서 어떻게 사니? 안 심심하니?' 옆에서 아버님이 애들이 있잖아 하신다. 이 질문에 심심하지 않다고 짧게 대답하지만, 전화를 끊고 곰곰이 생각하게 된다. 내가 심심하지 않은 이유를 말이다. 우선 애들이 어려서 손이 참 많이 간다. 만으로 7살 반, 세 살 반이다. 하루에 엄마를 백번쯤 부르는 것 같다. 아침, 점심, 저녁을 해 (떠) 먹여야 하고, 목욕도 시켜야 하고, 심심하다고 노래 부르는데 하루 종일 티브이만 틀어줄 수도 없다. 싸우면 달래줘야 하고, 놀이도 같이 해줘야 하고, 간식도 챙겨줘야 하고. 정말이지 회사 다닐 때보다 어찌 보면 더 바쁘게 사는 것 같은데 말이다. 심심하지 않냐고 물으시면... 흠... 애 키우느라 얼마나 바쁜지 일일이 설명할 수도 없고 참.. 그렇다. 맞벌이로 일할 땐 남에 손에 키웠다. 아침 8시 반에 어린이 집에 데리고 가서 오후 5시쯤 데리고 온다. 그럼 저녁해 먹이고 조금 놀다 보면 금방 잘 시간이다. 그렇게 편하게 하던 육아를 남편과 둘이 온전히 해 내려니 초반엔 정말 쉽지 않았다. 그래서 회사를 그만두고도 초반 두 달 정도는 파트타임으로라도 둘째를 잠시 보내기도 했다. 그러다 그 돈도 아까운 마음이 들어 결국은 직접 집에서 데리고 있기로 했다. 그래서 애들 때문이라도 심심할 틈이 없다.
시부모님은 이민 와서 20년간 샌드위치 가게를 한 곳에서 쭉 운영하셨고, 이제 가게를 파시려고 준비하시는 것 같다. 이제 정말 현실 은퇴 준비가 시작된 것이다. 그런데 벌써 가게에 출근 안 하고 집에서 아버님과 둘이 매일매일 있을 생각 하면 엄청 심심할 것 같다고 하신다. 그런 기준에서 보면 우리는 어떻게 안심심하나 싶으실 수도 있겠다.
내가 생각을 해 본 결과, 안심심한 가장 큰 이유는 아이들 육아 때문이고 그다음은 엄청 수다스러운 남편 때문이다. 아버님은 집에서 참 말씀이 없으시다고 한다. 그래서 어머님은 두 분만 계신 집이 심심하실 수도 있으실 것 같다. 허나 어머님의 아드님인 남편은 오메 수다스럽다. 가끔 하는 말을 끊지 못해 듣고 있을 때도 있다. 연기가 걸려 티가 나면 서운해하기도 하지만, 본인도 자기가 말이 많다는 걸 알기에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남편은 혼자 나에게 길게 말할 때도 있지만, 생각을 주고받는 것도 좋아하기에 나에게 대답을 요구하는 말을 할 때도 많다. 그래서 난 심심할 틈이 없다. 애들도 나를 안 찾고, 남편도 조용할 땐 그땐 나 혼자 놀면 된다. 보고 싶었던 드라마 라던지 유튜브 라던지, 아니면 책 이라던지.. 아니면 브런치에 글쓰기 라던지. 도저히 심심하다 느낄 시간은 없다.
대학 때 연애 5년, 결혼 11년 차 총 16년을 함께 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시간을 돌아보면 앞으로도 심심하진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