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전 마지막 장 볼 때 만두를 해 먹겠다고 다짐하고 만두피와 다진 돼지고기, 소고기를 샀다. 그리고 오늘 새해 첫날 온 가족과 함께 만두를 빚었다. 애들이 너무 좋아했다. 본인들이 만들었다고, 평소 고기를 잘 안 좋아하던 둘째도 많이 먹었다. 만두소가 아주 맘에 들진 않지만, (정말 고기와 두부 한모 케일 한 움큼만 넣었다) 그래도 집에서 만들어 바로 쪄먹고, 구워 먹으니 사 먹는 것 못지않은 맛이었다. 예전부터 집에서 만두를 해 먹어 보고 싶었으나 쉽사리 시도해 보지 못하고 있었다. 성공적으로 요리가 되어 기쁘다.
다음에 또 한다면 동그랑땡 만들 때처럼 온갖 야채를 넣고 해 볼 생각이다. 김치도 좀 넣고 ㅎㅎ 생각보다 너무 쉬웠다. 어렸을 땐 새해나 설날, 추석 이럴 때 온 가족이 둘러앉아 만두피도 직접 빚어서 만두를 대량 생산하던 때가 있었다. 할머니, 할아버지, 엄마 아빠, 자녀 5 명인 우리 집은 대 가족이 사는 집이라 그런 날은 온 가족이 동원되어 공장처럼 몇 시간이고 만두만 만들었다. 그런 기억이 나에게 남았는지, 오늘 식탁에 둘러앉아 만두를 만드는데 내심 흐뭇했다. 내가 어느덧 엄마가 되어 어릴 적 해오던 것들을 우리 아이들과 함께 하다니. 새삼 이미 어른이지만, 정말 어른이 된 것 같은 기분이었다.
그리곤 몇 시간 다 같이 대청소를 했다. 얼마 전 양쪽 집다 감기 기운으로 연말 약속이 취소되었는데, 그전에 손님맞이 청소를 하긴 했었다. 다만 애들 방은 그때 안 했었기 때문에 (손님 친구들이 놀다 가면 또 엉망이 될 테니 놀고 나서 할 생각이었다) 오늘 작정하고 치우고 비워냈다. 그런데 새해라 그런 건지 청소가 싫지 않았다. 요즘 빠져있는 '우리 집' 노래를 흥얼거리면서 기분 좋게 청소를 했다. 청소를 마친 후, 크리스마스 트리도 다시 해체했다. 남편이 3살 둘째에게 이제 내년에 다시 만날 거야~ 하니, 둘째가 하는 말이, 아빠 이미 벌써 내년이야~ 한다 ㅋㅋㅋ 눈뜨자마자 해피 뉴 이어~를 연발했고, 어제도 오늘이 올해 마지막 날이고 내일이면 새로운 해야라고 여러 번 말했기 때문에, 아빠 말이 틀린걸 바로 잡아낸 것이다. 이럴 때 우린 깜짝 놀란다. 기분 좋은 놀라움이다. 아이가 언제 커서 이렇게 대화가 되는 건지 신기하다.
어제부터 새로운 책을 읽고 있다. '12가지 인생의 법칙'을 쓴 조던 피터슨 교수의 책이다. 남편이 여러 번 추천한 책인데 결국 시작하게 되었다. 이 책을 읽고 남편이 힘의 균형에 대해 얘기를 한 적이 있는데, 우리 부부 사이의 파워 다이나믹에 대해 얘기하다 대판 싸운 적이 두어 번 있다. 그래서 좀 미워한 책이기도 하다. 내가 읽어보고 너가 해석을 좀 잘 못 한 거 아니냐고 따져볼 심산도 좀 있다. 어쨌든, 내가 졸업한 토론토 대학에서 심리학을 가르치는 교수라고 하는데 나는 기억이 없다. 내 전공이 심리학인데.... 잘 생각나지 않는다. 어제 남편에게 나도 이 교수님에게 수업을 들은 적이 있을까? 했더니 그럴 수도 있겠다라고 한다. 공대를 졸업한 남편에게 그걸 물어 무엇하냐만은.. 그래서 학교 웹사이트를 뒤져보니 아마 만난 적이 없을 것도 같다. 나는 사회/진화 심리학 위주로 공부했고. 이 교수님은 임상/상담 심리학을 주로 가르쳤던 것 같다. 그런데 이상할 것도 아닌 게, 이 교수님만 생각이 안 나는 게 아니고 대학을 5년 다녔는데 기억나는 교수님 이름이 한 명도 없다. 가끔 남편과 영화나 드라마 얘기를 할 때, 나 그거 안 본 건데? 하면, 아니라고 자기랑 나랑 같이 봤다고 할 때가 여러 번 있다. 난 정말 기억을 오래 붙들고 사는 스타일이 아닌 것 같다. 교수님들 생각도 안 나고, 심리학 내용도 잘 생각이 안 난다. 지난 10년간 금융권에서 일해서 그런가 돈 공부만 많이 해서, 머릿속에 돈 관련 기억만 많다.
그러고 보니, 제목과 다르게 만두도 집에서 만들어 본 적 있는 거 아니야???라는 생각이 확 든다. ㅎㅎㅎ
남편에게 한번 팩트체크를 해 봐야겠다. (헐.. 자기 생각에 만들어 본 적 있었던 것 같다고 대답한다)
앞으로 더 뭐 하고 살고 있는지 열심히 적어놔야겠다. 오늘도 이렇게 긍정적으로 마무리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