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을 두려워하지 말라

by 안개꽃

쏟아지는 기사에 안 봤지만 본 것 같은 '옷소매 붉은 끝동' 드라마에 애절한 사랑 이야기는 남녀 주인공의 시간차를 둔 죽음과 그 후에 죽어서 사랑이 영원히 이루어지는 듯한 결말로 끝이 난다. 가 핸드폰을 붙잡고 사는 걸 좋아하지 않는 남편 때문에 몰래몰래 이준호와 드라마 메이킹 영상을 보다가 나도 몰래 팬이 되어 가는 중간 길 어디쯤에 있는 것 같다. (우리 집 노래와 춤 정말 좋다 ㅎㅎ)


명상을 오래 한 남편과 어려서부터 빨리 늙어 인생을 빨기 감기 하듯 살아냈으면 좋겠다 생각한 나는 종종 죽음에 대해 얘기하곤 한다. 내가 가끔 지금 죽어도 여한이 별로 없다고 말을 하면 예전엔 그럼 지금 사는 게 별로 행복하지 않다는 얘기로 들려서 별로 라던 남편이었다. 그런데 명상을 7년 이상 하더니 요즘은 달라졌다. 본인도 지금 죽어도 별로 여한이 없다고 한다. 더 이상 죽는 게 두렵지 않다고 한다.


그때나 지금이나 내가 여한이 없다는 이유는, 내가 가진 것이 무언이든지 집착을 하고 싶지 않아 하는 내 성향 때문 일 것이다. 내 인생, 내 목숨이지만 어떻게 끝날지 모르는 끝이 찾아온다면 집착하지 말고 담담히 받아들이고 떠나야지..라고 생각하고 살아왔다. 그런데 남편을 만나고 애들이 생기고 난 후에는 조금 달라진 것도 같다. 혼자 남아 육아를 담당해야 하는 남편이 조금 안쓰럽게 느껴진다. 어제 이런 얘기를 하다가, 남편이 본인이 만약 지금 떠나야 한다면, 다른 남자 만나서 살라고 한다. 애가 둘이나 있는 과부를? 누가 만나주겠냐 했다. 그럼 나도 애 있는 싱글 남자를 찾아야 하는데 그럼 내가 돌봐야 하는 가족이 몇 명이 되는 거야???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남편 말이 돈 많은 과부가 될 테니 애 없는 남자를 찾아보란다. 허허


그런 얘기를 하다 어젯밤 잠들기 전에 옷소매 드라마 얘기를 꺼냈다. 우리도 죽어서 다시 만날 수 있을까? 남편 말이 다시 만날 수 있을 것 같다고 한다. 그리고 어쩌면 예전에도 만난 적이 있을지도 모른다며.. 하지만 예전에도 우리가 커플이었다면 내가 남자고 남편이 여자였을지도 모르겠다 했다. 아무래도 난 조금 남자 같은 성향이 있고, 남편은 여자 같은 성향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 성향이 따로 있는 건 아니지만, 보편적인 선입견 기준에서 그렇다는 것이다. 남편은 여자들만 있는 모임에 혼자 나가도 전혀 무리 없이 몇 시간이고 수다 떨 수 있는 성향이고, 난 소소한 것들을 잘 못 챙기고 굵은 것만 기억하는 스타일이다. 그리고 상처도 쉽게 받지 않는다. 적고 보니 이게 도대체 남자 여자랑 무슨 상관인가 싶다. 내가 심리학 공부할 때 가장 어려웠던 부분이 이런 것이다. 어떤 심리 학자는 O를 주장한다. 다른 또 유명한 심리 학자는 X를 주장한다. 그럼 또 다른 유명한 심리학자는 O와 X 다 말이 된다고 주장한다. 그럼 나는 모두 다 말이 되는 걸로 받아들이게 되고, 누가 그걸 주장했는지는 기억하지 못하게 된다. 하하 정말 어떻게 대학교에서 공부했는지 신기할 따름이다.


지금 죽어도 여한이 없게 산다는 건, 어떻게 생각해 보면 정말 감사한 일인 것 같다. 내가 없어도 남은 가족이 잘 살아갈 거라는 확신이 있는 것도 참 감사한 일인 것 같다. 다시 태어나서 다시 남편과 살고 싶다는 건 아니지만 (난 다시 태어나고 싶지 않다), 죽음 후에 어떤 것이 펼쳐 질지 모르는 상황에 지금 같이 살고 있는 남편이 그때도 같이 있어 준다면 참 든든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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