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by 안개꽃

순간 내 귀를 의심했다.

지금 내가 들은 게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노래가 맞는 거야? 둘째를 데리러 단지 내에 놀이터로 갔을 땐 동네 아이들이 무궁화 꽃 게임을 하는 중이었다. 어린것들이 어떻게 오징어 게임을 본 건지 모르겠지만 보통은 '레드라잇, 그린라잇!' 하면서 논다.

술래가 앞집 큰아이가 되었고 순간 난 지금 내가 뭘 듣고 있는 거지 했다. 너무나도 정확한 발음과 음정으로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라고 하는 것이 아닌가.


앞집 큰아이는 이제 12살이고 7학년 (중1)이다. 내가 너 발음 정말 좋다고 칭찬하니 이 게임을 많이 봐서 잘 안다고 으쓱해한다. 앞집 가족은 Eritrea 에리트레아 (동아프리카)에서 이민 왔고 아이들은 큰애만 빼고 모두 여기서 태어난 2세들이다. 오늘 무리 중엔 우리 옆집 자매도 있었는데, 그 가족은 영국 이민자로 아이들은 이민 3세이다. 그 아이들은 술래가 되었을 때 정확한 발음을 몰라 '나나나 나나 나나나나나!'라면서 멜로디를 정확히 불렀다 ㅎㅎㅎㅎㅎ 정말 신기했다. 그중에 한국 아이인 우리 둘째 (거의 만 4살)만 발음도 멜로디로 할 줄 모른다. 한국으로 한국어 배우러 얼른 가야지 싶다.


캐나다 이민자로서 캐네디언이 나한테 너 영어 발음 좋다고 칭찬하면 기분이 좋을 때가 있었다. 그랬던 내가 오늘 캐나다 아이에게 너 한국어 발음 정말 좋다고 칭찬을 했고 그 아인 한국 사람인 나에게 인정받은 것을 기뻐했다.

이런 날이 오다니 ㅎㅎㅎ 한국 살면서 한국에 살러온 외국인에게 너 한국말 잘한다라고 칭찬한 게 아니고, 캐나다에 살면서 케네디언에게 너 한국말 잘한다라고 기분 좋은 칭찬을 하게 되는 날이 올 줄이야 ㅎㅎㅎ


남편이 영어 과외를 알아볼 일이 아니고 그러고 보니 외국애들에게 한국어 과외를 해야 될 일이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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