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 모닝!

by 안개꽃

오늘은 아침부터 노트북을 열었다. 나는 보통 오후 4시쯤 애들이 오후 티비 볼 시간이나, 밤 9시쯤 둘째 재우고 나서 브런치 글을 쓴다. 지금은 오전 9시이다. 주말이라 학교에 가지 않는 첫째와 둘째가 오전 티비 보는 시간 이기도 하다. 스크린 타임을 재재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지만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노력하고 있다.

45분 알람을 맞춰 놓고 티비를 틀어준다. 알람이 울리면 아이들은 협상에 들어간다. '이 에피소드만 다 보고 끌게' '5분만 더 플리즈~' 가끔은 리모컨을 숨겨둬서 화를 내기도 했는데, 요즘은 티비에 전원 버튼을 내가 찾았기 때문에 리모컨을 숨겨도 소용없다. 얼마 전까진 이사 와서 새로 산 이 티비는 버튼들이 없다면서 당황스러워했었다.


좋은 티비를 사놓고 남편은 한 번씩 우리 집에 티비를 없애면 좋을 것 같다고 고민한다. 애들이 만화를 많이 보려 할 때 보통 생기는 고민이다. 그럼 핸드폰도 있고, 노트북도 있고, 심지어 옆집 앞집도 있다. 완전 차단을 원한다면 애들을 데리고 밖으로 나가는 수밖에 없거나, 부모가 집에서 신나게 놀아주거나..(상상만 해도 힘들다)인데 어떤 게 가장 좋은 건지 참 어렵다. 초등학교 2학년인 첫째는 벌써 친구들 중에 핸드폰 있는 친구들이 꽤 있다면서 자기는 언제 사줄 거냐고 물어보기도 한다. 우리는 중학교 들어가면 생각해 보자고 했다.




일주일 후엔 밴쿠버 영사관 예약을 해뒀다. 코로나가 생긴 후로 예약을 해야 되는 시스템으로 바뀌었고, 한 사람이 한건만 예약할 수 있다. 그래서 우린 한 시간 반이나 운전해서 가야 하므로, 호텔을 하루 예약했고, 하루 자고 그다음 날 다시 줄 서서 번호표 받아 다른 일들도 처리하려고 한다. 번호표 받으려면 아침 8시 전에는 줄 서야 한다던데.. 아침 일찍 애들 데리고 가서 줄 서는 것도 일이다. 한국 가는 준비가 이렇게 더뎌서야, 우리 그냥 한국 말고 다른 나라를 한번 알아볼까라고 남편과 아이디어 회의를 하기도 한다. 어디가 되었든, 지금 사는 곳을 떠난다면 쉽사리 다시 돌아올 수 없을걸 알기에 무턱대고 다른 나라를 가기엔 또 겁부터 난다. 한국은 아무래도 두려움 보단 설렘이 더 크다. 어디에 가서 살든 나중에는 다시 이곳으로 돌아오고 싶다.




45분 알람을 맞춰 놨는데 반 정도 지난 것 같다. 사실 나도 알람이 울려도 개인적인 시간 사수를 위해서 애들처럼 협상에 들어가고 싶은 마음이다. '그래 너네 조금만 더 봐라, 엄마도 혼자 좀 놀게 ㅎㅎㅎ' 이런 내 마음과 싸워서 이겨야 한다. 45분 안에 글쓰기 훈련을 의도치 않게 하고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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