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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개꽃 Mar 04. 2022

2년 만에 데이트 (캐나다 최저시급 14,473원)

지난 월요일은 내 생일이었다. 우리는 자연스레 결혼기념일, 밸런타인, 그리고 서로의 생일을 특별하게 챙기고 있진 않다. 더 어렸을 땐? 꽃다발도 사고, 보석가게에서 목걸이, 팔지, 반지 등도 사고 그랬던 것 같은데 점점 그렇게 돈 쓰는 게 아까워지기 시작하면서부턴 비싼 선물은 안 산다.


모든 것을 간소하게 줄여서 사는 연습을 하게 되면서, 액세서리 심지어 결혼반지도 안 하고 있고, 회사를 안 가니 옷 쇼핑도 안 하게 되었고, 화장을 안 하니 로션만 만들어 쓰고 있다. 요즘 우리끼리는 '궁상'과 '아껴 쓰기' 사이 어디쯤에서 살고 있는 것 같다고 하기도 한다.


남편은 26살 결혼할 당시보다 살이 엄청 빠지는 바람에 결혼반지가 흘러내리게 되면서 하지 않게 되었고, 나는 아이를 낳으면서 툭 튀어나온 다이아 반지는 거추장스러워 안 하게 되었다.


이번 생일은 선물은 안 하지만, 오래만에만 어른 식사를 하면서 기념하기로 했다. 안 그래도 최근 옆집 엄마가 큰아이가 babaysitting 자격증을 땄다면서 페이스북에 올렸어서 옆집 아이에게 애들은 몇 시간 맡기기로 했다. 그렇게 이곳으로 이사 오고 처음으로 두 아이를 옆집 아이에게 맡기고 2시간 반 동안 저녁을 먹으러 다녀왔다.


옆집 아이는 11살인데 돈을 얼마나 줘야 하나 잠시 고민하다 남편이 그래도 최저인금은 줘야 되지 않겠나 한다. 오랜만에 찾아보니 시간당 $15.20이고 지금 환률이면 한국 돈으론 14,473원이었다. 동네 베이비시터가 아직 학생일 경우 10불에서 15불 사이를 주는 것 같지만, 우리는 최저시급으로 주기로 했다. 그렇게 두 시간 반 베이비시터 값은 38불이었고, 반올림해서 40불을 주었다.


옆집 큰 아이는 (만) 11살 같지 않게 참 의젓하다. 우리 집 아이들도 매우 잘 따른다. 그 집 둘째는 8살이고 우리 집에 거의 매일 놀러 오는데, 어제도 자기도 와도 되냐고 했으나 옆집 엄가가 안된다고 막아준 것 같다.


바로 옆에 아이 엄마도 있고, 우리는 걱정 없이 두 시간 반의 짧은 자유를 즐기고 왔다. 우리가 간 식당은 평소 가고 싶어 하던 해산물 레스토랑이었는데, 그 집 시크니쳐 메뉴는 해산물 플래터로 모둠 해산물 접시이다. 매일 시장가에 따라 가격이 변하는데 어제 물어보니 2인분에 $145이라고 한다. 그래서 고민 끝에 그걸 시키진 못하고 그냥 다양한 요리를 시켜서 먹고 팁 15%까지 해서 총 $110 내고 왔다. 이렇게 음식값 $110, 베이비 시팅 값 $40, 총 $150을 썼다. 오랜만에 거금을 썼는데, 이 돈은 멀리 온테리오에 사시는 시부모님이 스폰서 해주시기로 했다. 생일 전, 베이비시터를 고용하고 나가서 외식을 할 예정이라고 하니, 둘 다 생일 선물로 돈을 내주시겠다고 하셨기 때문이다. 조금 전 사진을 보내드리고 $150불 나왔다고 '감사합니다' 하니 '잘했다' 하신다 ㅎㅎ 결혼 12년차 되니, 얼굴도 두꺼워지는 듯하다 하하하


밥 먹고 나오는 길에 남편이 한마디 한다. '우리 오늘 먹은 거 집에서 다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하하 시간이 많아진 나는 안 해본 요리도 '도전!' 해서 척척 해내고 있기 때문이다. '그.. 그렇지..ㅎㅎㅎ 외식도 진짜 비싸졌어. 좋은 재료 넣고 집에서 해 먹는 게 최고지!'


다음에 또 베이비시터를 고용해서 두 시간의 자유가 주어진다면, 우리는 커피숍으로 갈 생각이다. 그것이 아무리 생각해도 가성비 대비 만족감이 더 클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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