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이야기
9월에 한국행 티켓을 끊어 놓고, 급하게 여권 확인을 했다. 모두 다 넉넉하게 기간이 남았는데 막내만 1년 정도로 가장 짧게 남아 있었다. 이번에 나가면 몇 년을 살다 올지 모르는데 다시 5년짜리 여권을 만들어 나가고 싶었다.
2018년에 태어난 막내는 그해에 5년짜리 여권을 만들어놓고 아직까지 한 번도 사용하지 못했다. 이참에 갓난아기 때 사진을 업데이트해서 다시 여권을 만들어야지 하고 캐나다 여권 만들기 정부 사이트를 들어갔다. 우선 최근 한국 뉴스에도 나올 정도로 현재 캐나다 여권 만들기는 매우 열약한 상황인 듯하다. 앱을 다운로드하여 in-person 예약을 하는데만 1달 반 정도 후가 가장 빠른 예약이었다. 급한 사람은 아침에 무작정 줄을 서면 순서대로 들여보내주는데 중간에 예약자 우선순위에 밀려, 그냥 줄 선 사람은 그날 일처리 해주는 숫자가 굉장히 적은 것 같았다.
간간히 새벽 3시, 4시, 5시에 줄 서러 갔다는 둥, 그때 가도 이미 20-30명은 앞에 있었다는 둥, 이제는 전날 저녁부터 와서 줄 서야 한다는 둥 말이 많아지고 있다. 대신 줄 서주기 알바도 생겼을 정도다. 코로나로 인해 눌려있던 여행 수요가 폭발하면서 여권을 만드는 신청자 수가 어마어마한 듯 싶다. 그것에 비해 캐나다 행정 속도는 거북이 기어가는 듯이 느리다.
응급상황으로 비행기 타기 48시간 전인 사람들은 밤새 줄을 설 경우, 급하게 일처리를 해 주는 듯싶기도 한데 문제는 우편으로 신청한 사람들이다. 그 사람들은 감감무소식으로 3개월이 넘게 기다리는 경우가 생기고 있고, 기간이 남은 여권과 출생증명서 같은 원본 서류를 신청서에 같이 보내버린 사람들은 밤샘 줄 서기를 시도해 볼 수 조차 없게 된다. 어찌어찌 그래도 서류 없이 줄 서서, 도대체 내 신청서는 어디에 있는 것이냐고 따져 물었더니, 우편으로 여권 만드는 시스템과, 사무실에 방문해서 신청받는 시스템이 달라 지금 어디에 있는지 확인해 줄 수 없다는 답변도 들었다는 사람도 있었다.
아.. 나는 어제 둘째 여권 갱신 신청을 예약해 뒀다가 엄청난 고민 끝에 예약 취소 버튼을 눌렀다. 여권 사진도 이미 찍어놨고 모든 서류도 다 준비해 뒀는데 도대체 9월 초 안에 여권을 받을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세 달이나 남았는데 캐나다 행정 속도를 믿지 못해 그냥 여권 신청을 포기했다니.. 내가 결정해 놓고도 어이가 없다. 이런 일에 관심 없는 남편도 신청해 놓고 언제 나올지 몰라 애태우느니 확실하게 마음 편한 방법을 선택한 게 잘한 거라 말했다. 우린 한국에 들어가서 다시 둘째 여권을 신청할 계획이다.
해외 나가서 여권 신청하는 게 더 어려울지, 여기서 신청해서 출발 전에 받는 게 더 어려울지 모르겠으나 확실한 방법을 택했다. 그냥 1년 남은 여권이라도 잘 챙겨두기로.
학생 때 이민 왔기에 한국 시스템이 캐나다에 비해 얼마나 빠르고 효율적인지 사실 잘 못 느끼고 살았다. 그냥 캐나다가 한 번씩 느리면 아.. 나의 인내심 테스트를 또 이렇게 하는구나.. 정도로 살아왔는데 이번에 한국에 가면 신세계를 경험하게 될지 궁금하다.
(그래도 착한 캐네디언들은 저리 기다리고도 공무원한테 소리 지르거나 화내는 사람이 거의 없다. 그냥 그러려니.. 한다.)
https://www.cbc.ca/news/politics/passport-applications-pandemic-surge-1.6428096
https://www.koreatimes.net/ArticleViewer/Article/1463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