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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개꽃 Jun 14. 2022

우중 캠핑 일주일 (7일 동안 비올 예정)

일주일간 캠핑 중인데 3일 남겨두고 재정비를 하기 위해 어젯밤에 집에 왔다. 애들도 좀 씻기고 못 봤던 티브이도 좀 보여주고 우리도 좀 씻고 남편만 다시 캠핑장으로 가서 자고 오늘 아침 다시 집에 왔다.


캠핑장이 집에서 20분 거리에 있다 보니 길게 예약했을 땐 이렇게 집에 종종 다시 돌아와 문명의 혜택을 누리다 간다. 집 나가면 고생이다. 그래도 캠프파이어와 눈앞에 산 뷰가 멋있어 계속 가게 되는 것 같다.


다행히 중간중간 비가 오지 않을 땐 작년에 만나 친구가 된 외국인 가족 아이들과 우리 아이들은 새로운 놀이를 개발해서 노느라 바빴다.


옆집 외국인 가족은 삼대가 캠핑을 다니는데, 할머니 할아버지는 작고 귀여운 캠핑 트레일러를 끌고 오고, 우리 또래 부부 4인 가족은 트럭 위에 루프탑 텐트를 가지고 온다. 우리는 텐트에서 전기난로를 틀고 잔다.


한국에 2년 다녀오면 미니밴과 팝업텐트 트레일러를 사기로 마음먹고 있다. 2년 후에 또 어떤 마음이 생길지 모르지만 우선 지금의 내 소망은 그 두 개를 사서 캐나다, 미국 여행을 실컷 하고 다시 이곳으로 돌아오는 것이다. 9월부터 한국으로 가는 것으로 시작되는 떠돌이 방랑 생활이 되겠다.


아늑하고 튼튼한 집에서 나가 텐트 생활을 하면 깨닫게 되는 것들이 있다.


1. 우리가 하루를 사는데 필요한 물건이 별로 없다는 사실

텐트, 침낭, 칫솔, 치약, 수건, 옷가지 한두 개, 캠핑 요리 도구 몇 개, 쉘터, 전기난로, 캠핑 의자, 약간의 음식, 가스버너, 부탄가스. 요렇게만 있으면 캠핑 생활을 계속할 수 있다. 여기서 좀 더 윤택한 생활을 위해 몇 가지만 더 추가하자면, 핸드폰 충전기와 와이파이 정도이다 ㅎㅎㅎ


2. 캠핑을 하고 집에 오면, 내가 얼마나 좋은 집에 살고 있는지를 새삼 깨닫게 되는 것

며칠 텐트 생활을 하고 집에 오면 우리 집이 이렇게 좋을 수가 없다. 따뜻한 물로 설거지를 할 수 있다는 것. 푹신한 매트리스에서 편안한 잠을 잘 수 있다는 것. 화장실이 방안에 있다는 것. 빨래를 원 없이 할 수 있다는 것 등이 새삼스럽게 갑자기 부자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원래 누리던 것들이었는데 잠시 떨어져 있다 다시 만나보니 우리 집이 참 반갑다.


3. 나도 그렇고 아이들도 그렇고 자연과 강제로 친해진다.

와이파이를 사긴 했지만, 집에 있을 때 보단 훨씬 스크린 타임이 적다. 그리고 눈앞에 나무, 산과 구름을 바라보며 마음의 위안을 받는 시간을 가진다. 아이들도 밖에서 자는 걸 좋아하는 것 같다. 연간회원권의 캠핑장이라 매번 같은 곳을 가고 있지만, 아이들한테는 오히려 그게 또 장점으로 다가오는 것 같다. 뭐가 어딨는지 잘 아니 둘이서만 산책을 다녀오기도 하고, 화장실을 혼자 가겠다고 용기를 내 보기도 한다. 캠프 파이어를 할 땐 불씨를 살려보겠다며 열심히 부채질을 하기도 한다. 긴 꼬치에 마시멜로를 구워 먹는 건 캠핑의 하이라이트다.

밖에서 비도 좀 맞고, 열심히 잔디밭 위를 뛰어다니고, 상상력을 발휘해서 분필로 바닥에 테이블과 의자 음식 그림을 그려놓고 식당 놀이도 한다. 주문도 받고, 계산도 한다. 아이들은 심심할때 창의력 발달이 된다고 하더니 맞는말 같다.


남은 3일간도 비가 올 예정이지만, 마지막 날은 비가 안 올 거라 한다. 그나마 다행이다. 짐 싸는데 비오면 돌아와서 말리느라 고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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