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 York, NY

난 그래도 토론토가 더 좋다! 12.08.2016-12.11.2016

by 안개꽃

뉴욕 예약한 게 몇 달 전인데, 시간이 흘러 드디어 뉴욕행 비행기에 혼자 올랐다. 혼자.

비행기를 아는 사람 하나 없이, 같이 가는 동행 없이, 오롯이 혼자 타기는 이번이 처음인 것 같다. 비행기로 한 시간이면 가는 뉴욕을 7년 전 토론토에서 관광버스로 가는 여행사를 통해 처음 갔었다. 마침 눈도 많이와 가는데 11시간, 오는데도 그 정도의 시간의 버스를 탄 후로는 비행기 아니면 다시는 차타고는 안 가기로 마음먹었었다.

비행기는 한국 갈 때처럼 큰 사이즈는 아니고, 아담했다. 양쪽으로 두 줄씩이 다였다. 내 옆에는 좀 특이한 아줌마가 탔다. 자리에 앉을 때부터 한국에 흔히 만날 수 있는 50-60대 아줌마처럼, 친근하게 자기 짐을 나에게 맡기고, 말도 좀 걸고, 근데 잘 안 들려 하셔서 좀 소리 질러서 대답해야 했다.

그리고 비행기가 심하게 흔들릴 땐, 자기 나라 작은 종교책 같은걸 꺼내 들고 중얼중얼 열심히 읽어댔다. 생각해보니 뉴욕으로 출발할 때도, 한 시간가량 활주로에서 대기를 했었네,, 무슨 싸인이었을까..?


뉴욕 라구아디아 공항에 도착해서는 바로 뉴욕에 상징 노란 택시를 타고 펜 스테이션 근처로 갔다. 타고나서 구글 네비를 검색해 보니 한 시간 정도 걸린다고 나와서, 헐 그럼 택시비는? 급 기사 아저씨한테 얼마나 나올 거 같냐,, 난 현금 50불 밖에 없는데,,(물론 카드도 있지만,,) 그러니, 그 안에 해결될 거라고 안심하란다. 그래서 그 정돈 택시비로 낼 수도 있겠다 싶어 중간에 내리지 않고 그냥 타고 왔다. 67세라는 백인 아저씨는 말하는걸 엄청 좋아하셨다. 우린 그 한 시간 동안, 트럼프/힐러리 얘기 (아저씬 트럼프 찍으셨음), 한국 박근혜 대통령 얘기 (이미 대략 무슨 일인지 알고 있었다), 아저씨 4자녀 얘기, 캐나다/미국 관계, 그린 에너지 정책, 내 새로운 직장 얘기, 종교 얘기, 내가 둘째를 낳아야 할지 말지 얘기 등, 정말 다양한 분야에 수다를 떨다 도착지에 도착하게 되어 어쩔 수 없이 헤어졌다. 기분이 좋아진 나는 45불 택시비에 5불 팁까지 해서 가진 현금 50불을 다 드리고 내렸다. 왠지 여행에 시작의 느낌이 나쁘지 않다.

숙소는 한인텔이라는 사이트에서 찾은 펜스테이션 근처 콘도 마스터 베드룸이었다. 비용은 하루에 179불 정도였던 것 같다. 무엇보다 숙소 위치가 시내 중심가에 한인타운 하고도 가깝다 하여 골랐다. 그런데, 한인타운은 4일 동안 한 번도 안 갔다.

성훈이와 저녁 먹으러 보아, 상혁이가 엄청 추천했던, 토토라면집에 갔다. 줄이 정말 길었는데 나름 안정적인 시스템이 있어서 (줄 서있는 동안 주문하고, 앉자마자 음식을 준다), 작은 가게가 바삐 돌아갔다. 일본 라면은 토론토에서도 몇 번 먹어봤는데, 항상 좀 느낌이었는데, 토토라면은 토론토 라면집들에 비하면 간이 쎄지 않아 맛있게 먹었다. 여행 가기 전, 서은이가 데이케어서 옮겨온 거 같은, 토하고 설사하는 바이러스에 걸려서, 토하고 입맛 없어 힘들어했는데, 나도 옮은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래서 속이 안 좋다고 계속 성훈이이게 말했는데, 그 라면 한 그릇을 하나도 안남기도 다 먹었다. 진짜 맛있었던 것 같다.

저녁 먹고 타임스퀘어도 보고, 디즈니스토어 가서 서은이 선물도 몇 개 샀다. 뭘 사면 서은이가 가장 좋아할지를 놓고, 나와 성훈인 한참 고민을 했다. 우리가 골라온 선물 중 하나는 줬고, 남은 두 개는 크리스마스 선물로 포장해서 줄 생각이다. 옷장 안에 숨겨뒀다 ㅋ

그리고 산책하다 보니, 파리바게트 빵집이 나왔다. 우린 1층에서 소보로 빵과 티를 사서 2층으로 들고 올라가 자리를 잡고 앉았다. 이 소보로 빵은 위에 땅콩 가루를 좀 뿌려놓은 것 같았다. 성훈이는 자기는 평생 소보로 빵에 땅콩이 들어가는지 이번에 처음 알았다고 신기해했다. 난, 내 생각엔 원래는 없는데, 여기 빵에만 뿌려놓은 거지 모든 소보로 빵이 그런 건 아닐 것 같다고 말했다. 잠시 후 성훈이가 말했다. 우리가 이렇게 정말 별거 아닌 소보로 빵에 뭐가 뿌려져 있는지 무슨 맛이 나는지를 놓고 토론을 하고 있다니, 정말 이런 여유 진짜 오랜만인 것 같다고 좋다고 했다. 서은이가 서운할 수도 있겠으나, 이런 둘만의 여유가 정말 오랜만이라 그 순간 눈물이 핑 돌았고, 왠지 마음이 3박 4일 동안 아무것도 안 하고 둘이 방안에만 있어도 좋을 것 같은 그런 기분이었다.


다음날 금요일 아침은 유명한 베이글 집에 갔다. 줄이 줄이 장난 아니었다. 실제 뉴요커들도 출근길에 많이 들른 것 같았다. 거기에 관광객들까지 합쳐서 정말 바쁜 가게였다. 여행 동안 뉴욕에서 들른 맛집들은 대부분 바쁘고 유명한 곳들이라 기본 30분 이상 줄이였는데, 성훈이랑 나랑은 이렇게 장사가 잘 되면 일할 맛 나겠다는 둥, 주인은 돈 많이 벌어 좋겠다는 둥, 토론토에서는 이렇게 줄 서서 뭐 먹어본 적 별로 없다는 둥, 이런 수다를 떨었다.

점심은 성훈이 한국 고등학교 동창 지원 씨를 만났다. 이번 여행 오기 전, 뉴욕에 있는 동기들에게 연락을 해서 미리 약속들을 만들어 둔 상황이었다. 약간 동창회 느낌?으로 온 뉴욕 여행이다. 난 좋았다. 말로만 듣던 성훈이 친구들을 직접 만날 수 있어서 좋았다. 그리고 친구들이 맛집들을 예약해 줘서 맛있는 것도 먹고^^ 우리 둘이만 갔다면 매번 그런 맛집들로만 가진 못했을 것 같다. ABC Kitchen에서 먹은 점심도 맛있었다. 무엇보다 인테리어도 예쁘고, 나중에 알고 보니, 할리우드 연예인들도 많이 오는 곳이라고 한다. 난 못 알아본 건지, 없었던 건지 아무도 만나지 못했지만 ㅎ

이날 저녁은 네이버 맛집 검색을 해서, 짬뽕을 사 먹었다. 토론토에도 먹어볼 수 있는 정도의 맛인 것 같았지만, 어쨌든 추운데 뜨끈한 짬뽕 한 그릇이 반가웠다. 우린 배가 별로 안고파, 한 그릇을 시켜 둘이 싹싹 다 나눠 먹었다.


토요일 아침은 타임스퀘어로 걸어나가 하드락 카페에서 아침을 사 먹었다. 미국은 일 인분 양이 토론토보다 좀 더 큰 거 같다. 점심은 성훈이 고등학교 친구 3명을 만나서 먹었다. 모던 멕시코 식당이었는데, 새로운 맛이었다. 친구 중 한 명인 병찬이와 셋이서 시내 구경을 하고, 고등학교 전체 연말 동문회 모임에 갔다. 원래 이 모임은 일정에 확정으로 포함은 아니었지만, 병찬이도 가겠다고 해서 다 같이 가게 됐다. 모임에 가보니, 뉴욕에서 대학, 대학원, 박사 등 공부 중인 사람들, 회사에 다니고 있는 사람들, 한국에서 출장/파견 나온 사람들 등, 다양한 직업군과, 나이의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그래도 우리처럼 여행 왔다가 모임에 나온 사람은 없었던 듯..ㅋ 그렇지만, 같은 고등학교 출신이라는 이유로 처음 만났지만, 다들 금방 친해지고, 반가워하고, 서로의 안부를 궁금해하는 모습이 좋았다. 7시 모임은 11시까지 이어졌고, 우린 이때 숙소로 돌아왔지만, 병찬이는 남았었는데 새벽 5시까지 놀다가 헤어졌다고 한다. 우린 평상시 10시 전에 침대에 눕기 때문에 2차까지 가는 건 무리였다. 성훈이는 약간 아쉬워하기도 했었지만.


다음날 일요일은 우리가 토론토로 돌아오는 날이다. 점심에 성훈이 회사 동료였다가 지금은 남자 친구와 뉴욕으로 회사를 옮긴 메이라는 친구 커플로 만나기로 했다. 메이는 중국사람인데, 남자 친구는 한국 남자이다. 남자 친구가 생각보다 한국말을 잘해서 영어 하는 간간히 한국말도 좀 했다 ㅋ

그 남자 친구가 최근에 한국에 2주 갔다 와서, 성훈이와 촛불집회에 관련해 서로 얘기도 좀 했다. 한국 정치를 꽤 자세히 팔로우하고 있다는 하는 모습이 성훈이와 조금 닮았다. 메이는 정말 성격이 좋았다. 사랑스러운 사람이라는 표현이 정말 잘 어울릴 것 같다. 성훈이와 커피 버디였다는데, 친한 팀 멤버가 떠나가서 좀 아쉬울 것 같았다.

우린 브런치를 먹고, 비행기 시간이 6시 반, 7시 반, 시간이 달라서 공항에 좀 일찍 가서 비행기 시간을 좀 당겨서 같이 타고 올 생각으로 1시 반쯤 공항에 도착했다. 그런데, 토론토에 눈이 많이와 일요일 비행 스케줄 3개가 전부 켄슬 됐다고 한다. 다음 비행기는 월요일 오전 10시 반과 11시 반, 그나마 두 자리는 없고 하나씩 따로 타야 하는 상황이었다. 호텔비를 주지도 않는다고 하고, 난감했다. 무엇보다, 월요일 아침 일찍 성훈이는 미팅이 있었고, 나는 점심 약속과 2시 손님 미팅도 있었다. 순간 그레이하운드나 메가 버스 스케줄을 알아봤는데, 저녁에 출발해서 다음날 아침 도착이었다. 그래서 우린 결국 자동차 렌트를 해서 둘이 운전을 해 가기로 했다. 다른 터미널로 가서, 원웨이 차 렌트하는데 300불. 우연히 온타리오 번호판 차가 하나 있어서 그거 타고 왔다. 니싼 알티마였던 것 같다. 우리 차보단 커서 눈길에 운전하고 오는데 도움이 됐던 것 같다. 근데 캐나다 쪽으로 올수록 눈이 많이 내려서, 운전이 힘들었다. 손과 어깨에 힘이 들어가고, 가로등도 없는 구간이 많았고, 산 타고 올랐다가 내려갔다 하는 구간도 있고, 국도로 갈 때는 길이 안 좋아 50킬로로 달리는데 이래서 언제 토론토에 도착하나 싶은게,, 이게 잘 한 결정일까, 하는 생각과 함께 힘들게 10시간을 달려 새벽 2시에 시부모님 집에 도착했다. 우리는 거의 반반씩 운전했는데, 그때의 여파로 오늘이 벌써 목요일인데 이제야 겨우 몸 컨디션이 제자리로 돌아온 것 같다.


우리는 운전 중간에 이런 얘기도 했다. 우리가 만약 오늘 지금 운전하다 죽게 된다면..(운전에 별로 도움이 되는 주제는 아니었지만 ㅋ) 어떨 거 같아? 이 주제로 길게 얘기하지 않았지만, 결론은 둘 다 괜찮을 것 같다 였다. 남은 가족들 생각하면 눈물이 앞을 가리지만, 그래서 별로 좋은 대화 주제는 아닌 거 같지만, 그래도 우리 참 행복했고, 만약에 갈 때 둘이 같이 라면 그것도 난 좋을 것 같다고.

오늘 당장 죽어도 여한이 없는 기분으로 사는 건 참 감사한 일인 것 같다. 남은 성훈이가 서은이를 잘 키울 수 있을 것 같고, 아무튼. 옆으로 세고 있네.


이번 여행도 우리의 튼튼한 파트너십을 확인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던 것 같다. 우리 안 그래도 친한데 완전 더 친해지길 바래! 를 하는 것처럼 차에 10시간 꼭 붙어서 와야 했다니..

내가 다시는 차 타고 뉴욕 안 간다고 다짐했었는데, 이렇게 또 차 타고 돌아오게 되다니!

인생은 아이러니의 연속인 것 같다. 좀처럼 계획데로 흘러가지 않고, 계속 나를 테스트하는 기분.

지난번 한국 여행 때와 비슷한 느낌으로, 앞으로 몇 년간 뉴욕 여행은 별로 가고 싶지 않을 것 같다ㅋ

다음엔 휴양지를 가야지!


토토라면집 (닭육수 라면이였다!)


타임스퀘어가 보이는 거리


모마 미술관. 사람이 많지 않아서 좋았다.




뉴욕 지하철. 이제보니 한글메모도 보이네! 힘내세요 재혁씨 ㅋ


뉴욕에 큰 트리. 여기가니 뉴욕에 모든 관광객이 한자리에 모여있었던듯 하다.


캐나다로 돌아오는 길 차안에서. 다시봐도 눈이 정말 많이 내리고 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