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다녀와야 하는 원어님 선생님 대타로 어학원 단기 알바를 시작했다. (지난번 글에 언급한 하루 한시간 영어 선생님 알바와 다른 일이다.)
이 어학원 아이들의 영어 수준은 지금 당장 캐나다 학교에 보내진다 해도 별문제 없이 적응할 수준이었다. 특히나 고학년으로 갈수록 아이들의 영어 능력과 학습 태도는 캐나다 아이들과 비교했을 때 어쩌면 더 높을 것 같았다. 소규모 (4-8명)으로 진행되는 수업은 내가 질문하면 거의 모든 아이들이 매번 손을 들고 참여하려는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어떤 면에서는 우리 아이가 더 성숙해 보이기도 하고, 공부하는 능력만 놓고 본다면 학원 아이들이 더 대단해 보이기도 하고 그랬다. 우린 학원엔 보내고 있지 않지만, 남편이 수학 문제집을 집에서 같이 봐주고 있다. 공부시키는 건 그게 전부다. 그리고 캐나다에서 태어났으니 영어로 말하고 읽기는 당연히 잘 하지만, 쓰기가 안되고 있는 문제점이 있다. 한국생활 6개월 차가 넘어가니 쓰기는 한국어가 더 편하다고 한다. 영어는 철자도 외워야 하고 규칙도 다양한데 한글은 원리를 깨치면 소리 나는 데로 못쓰는 말이 없다. 물론 받침은 많이 틀리지만...ㅎㅎ 한글은 정말 우수한 것 같다.
2주 단기 알바가 끝날 무렵 어학원 쪽에서 혹시 더 수업을 맡아줄 수 있는지 물어왔다.
난 이 2주 동안 살이 거의 2kg 가까이 빠졌다. 이유는 쉬는 시간이 너무 짧아 중간에 뭘 먹을 시간이 없었기 때문이다. 살이 빠져서 쬐금 좋긴 했지만, 거의 못 먹어서 빠진 것으로 힘도 같이 빠지는 것이 느껴졌다. 수영시간에 팔 돌릴 힘도, 요가시간에 물구나무서기 할 힘도 같이 빠져버렸다.
그리고 우리 집에서 한 시간 가까이 가야 하는 대전 유명 학원가에 위치한 학원으로 거리상 멀어서 지금은 어려울 것 같다고 조심스레 거절했다.
엄청 긴장하고 시작한 알바였는데 또 도전하면 못할 것이 없구나.. 라는걸 배우는 시간이었다.
나는 누굴 가르치는 건 잘 못할 거라고 내 적성에 맞지 않다고 생각하고 살았다. 그런데 막상 해보니 재밌었고 아이들과 눈을 마주치며 교감하는 경험도 좋았다. 그리고 신기한 건 지난 2주 동안 하루에 5시간씩 영어를 막 해댔더니 내 영어 실력도 같이 좋아진 것 같다. 은행을 퇴사하고 지난 2년간 나의 대화 상대는 남편과 아이들 이였기 때문에 한국어가 주를 이루었는데 이번 기회에 원 없이 영어로 떠들고 왔다. 마지막까지 내가 잘할 수 있을까 걱정하며 못한다고 할까 고민했었는데, 도전하길 잘한 것 같다. 이번 일로 나도 조금은 성장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