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행복해야 모든 게 평화로울 수 있다.
2015.09.29 화
엄마/아내/직장인/나 자신 내가 생각하는 가장 큰 내 역할을 구분하자면 이렇게 된다. 더 세분화하자면, 가족 내의 역할 딸/며느리/언니/동생/누나 도 있겠지만 결국 딱 3,4가지만 정해 보라 하면 내가 가장 신경 쓰는 역할은 저 정도인 것 같다. 그리고 중요도와 내 노력도의 크기의 순서도 저기 쓰인 데로 인 것 같다.
작년부터 새로 생긴 '엄마'라는 역할을 알게 모르게 가장 신경 쓰고 있다. 오늘은 무얼 해 먹여야 하나, 뭘 하고 신나게 놀아줄까, 잠은 잘 자나, 춥진 않을까, 양말을 신겨야 하나 말아야 하나 등등
'아내'는 10년 전 20살에 만나, 5년 연애하고 5년의 결혼생활을 하고 있는데, 딸이 생기기 전까진 성훈이를 사랑하고 사랑받고 하는 게 가장 큰 즐거움이자, 제일 우선순위였다.
'직장인'. 나는 보험/투자 세일즈 일을 하기 때문에 월급이 없다. 성과가 있어야 돈을 받는다. 아기 낳기 전까진 좋았는데, 작년부터 급격히 줄어든 인컴이 최근 간간히 일어나는 부부싸움에 원인이 되고 있다.
'나 자신'. 외모 가꾸기. 쇼핑하기. 친구 만나기. 욕조 목욕하기. 드라마 맘 편히 보기. 자격증 공부하기. 피곤하면 낮잠 자기. 등 스스로 에게 쓰던 시간이 가장 뒤로 밀려나 지금은 정말 여기에 시간을 내기가 힘들다. 미용실을 일 년에 한두 번 갈까 말까 하고, 욕조 목욕은 커녕 샤워할 시간이라도 있음 다행이다.
남편은 순서를 바꾸라고 조언한다. 일을 가장 첫 번째 순위에 놓길 원한다. 그런데, 잘 되지 않는다. 물론 내가 남들에 비해 경쟁심이 좀 없고, 낙천적이고 해서 그럴 수도 있지만, '엄마' 역할은 그냥 되는 거지 내가 맘대로 순서를 정하기가 힘든 것 같다.
어제는 한 달에 한번 하는 가계부 정리를 하다가, 싸움으로 번지고 말았다. 점점 내려가는 가계부 숫자를 보는 게 영 힘들었나 보다. 안 그래도 내가 예전만큼 못 벌고 있어, 책임감을 크게 느끼고 있는데 대놓고 화를 내니 나도 서운함을 말하다 대성통곡을 하고 말았다. 나도 번다고 버는데, 물론 남편보단 덜 벌지만, 그래도 애도 남편보다 더 많이 보지, 집안일도 더 많이 하지, 나름 남편보다 일을 더 많이 하고 있다.
순간 내가 왜 이러고 사나..라는 허무함이 밀려들었다. 그리고 또 엄청 울었다 ㅜㅜ 서럽고 치사하고 힘들고 피곤하고.. 성훈이에게 너는 내 보스가 아니다. 돈이 그렇게 좋으면 애는 왜 낳았느냐.. 난 이렇게 살고 싶지 않다.. 등 마음속에 있는 생각을 거의 90% 솔직하게 얘기하고..(10%는 차마 말할 수 없었다. 절대 다시는 화해할게 아니라면 해야 할 말과 하지 말하야할 말 정돈 이런 격한 감정이 드는 상황에서도 생각하고 저울질하게 되더라.) 아무튼, 다 말하고 나니 내가 기다리는 대답은 결국 '미안해..'라는 사과 한마디였다. 뭐 요즘 보니 이것도 패턴이 되어가는 거 같지만. 어쨌든, 성훈이가 사과했고, 아침이 되어보니 새벽에 어떻게 얼마나 미안한지, 앞으로는 어떻게 할 건지에 대한 장문의 이메일이 와 있었다.
눈뜨자마자 읽고는 기분이 나아졌다.
그렇지만, 이 일이 있은 후로는 둘째에 대한 생각이 다시 회의적으로 바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