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때 캐나다에 이민 가 22년을 살다, 작년 9월에 아이 둘을 데리고 한국에 왔다. 캐나다에서 태어난 아이들이 한국 문화와 언어를 좀 더 배우길 원했다. 그리고 캐나다에서 10대, 20대, 30대를 보낸 우리 부부는 한국이 그리웠다.
그렇게 세종시에 정착한 지 벌써 10개월이 지났다.
웬일인지 오늘은 아이들이 8시에 모든 준비를 마치고 얼른 학교에 가자고 조른다. 그래서 일찍 학교와 유치원에 데려다주고 오니 30분의 여유시간이 생겨버렸다. 30분이 생긴 김에 캐나다 은행을 퇴사하고 한국에 와서 살고 있는 우리 가족의 하루 스케줄에 대해 써보기로 했다.
우리 부부는 아침 6시 전후에 일어나 계란프라이, 토스트, 루이보스차를 내려마시고 (커피를 잠시 끊은 지 한 달이 되어간다) 남편은 7시에 집에서 나간다. 아침 7시 반부터 한 시간 직장인 영어를 가르치기 때문이다.
그럼 난 7시 좀 지나 아이들을 깨운 후, 아침을 간단히 먹인 후, 8시 20분쯤 집에서 출발해 아이들을 학교에 데려다준다. 그리고 8시 50분쯤 집 앞에서 남편과 다시 만나 화, 목 일주일에 두 번 요가원에 같이 간다.
요가에 가지 않는 월, 수, 금은 수영을 다닌다. 15분에서 20분 정도 걸어서 수영장까지 걸어가는데, 그것도 꽤 운동이 된다. 이렇게 지낸 지 벌써 6개월이 지나가고 있다.
요가나 수영을 마치고 집에 오면 잠시 쉬었다가 이번엔 내가 한 시간 아이들 영어를 가르치러 나갔다 온다.
그러고 집에 돌아오면 곧 아침에 학교와 유치원에 맡겼던 아이들을 데리러 갈 시간이다.
아이들이 집에 오면, 그때부터 두 번째 하루가 시작된다. 간식도 챙겨주고 저녁도 차려주고 놀이터에 데리고 나가기도 하다 보면 또 애들 재울 시간이다.
저녁 8시부터 양치시키고, 샤워시키고, 머리 말려주고, 잠옷 입히고 자야 한다는 분위기를 조성한 후, 8시 40분쯤엔 침대에 눕힌다.
이런 생활패턴 중간중간 책도 읽고, 브런치도 쓰고, 장도 보고, 어제는 마동석의 곧 또 천만영화가 될 거라는 '범죄도시 3'도 봤다.
오늘은 수요일 오후에 두 시간씩 하는 민화 그리기 수업에 등록하여 첫 수업을 다녀왔다. 열심히 배워서 나중에 캐나다 돌아가서도 민화 그리기를 하면서 지낼 수 있으면 좋겠다 싶다.
아무래도 지루할 틈이 없이 꽉 찬 하루하루를 살고 있다.
2년을 계획하고 한국에 해외살이를 하러 왔는데 벌써 중반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나름 여러 가지 마음의 계획을 가지고 한국에 살러 왔는데,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아이들이 너무나도 적응을 잘해주어 나머지 소망들은 조금 천천히 이루어져도 좋겠다 싶은 마음도 든다.
밤에 산책간 세종시 이응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