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안개꽃 Aug 11. 2023

할머니를 노인 주간요양원에 처음 보내고, 엄마는 울었다

난 엄마가 후련해할 줄 알았다. 역시나 당사자가 아닌 제삼자 입장으로 엄마를 바라보는 나는 또 틀렸다.

지난주 엄마에게 전화가 걸려왔는데 할머니를 노인 주간 요양원에 처음으로 맡기고 돌아 나온 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할머니를 두고 나오는데 괜히 눈물이 나왔다고 했다.

아니 도대체 왜? 잠시 몇 시간 헤어져 있는 건데, 할머니가 운 것도 아니고 엄마가 울었다니.. 나로선 선뜻 이해되지 않았다.

엄마는 물가에 어린아이를 두고 돌아선 것같이 마음이 착잡하고 할머니가 낯선 곳에서 잘 적응할까 싶기도 하고 그랬단다. 마치 아이를 어린이집에 처음 보낼 때의 부모 심정을 말하는 듯했다.

그러면서 괜히 할머니를 어디다 버리고 온 것 같은 죄책감도 들었다고 했다.


다행히 그날의 4-5시간 요양원 나들이는 서로에게 만족스러운 시간 이었던 것 같다. 엄마와 아빠는 일주일에 두 번 정도 할머니를 그곳에 맡겨보기로 했다. 어제 통화할 땐 할머니가 조금 가기 싫다고 하셨지만, 우리 둘째도 유치원 안 다닌다고 처음에 얼마나 울었는지.. 아마 할머니도 그런 기관에 다니는 건 무척 낯설 테니 처음이라 그러신 거라 생각한다. 시간이 약이라고 할머니도 적응하시게 되리라 믿는다. 다만 초기 치매이시니 매번 갈 때마다 낯선 공간으로 인식하시면 어쩌나.. 걱정이 나도 살짝 되긴 한다. 할머니의 단기 기억 능력은 매우 떨어졌고 장기 기억 능력만 남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엄마에게 나의 걱정을 내비칠 생각은 없다.


엄마와 아빠가 이렇게라도 일주일에 두 번 몇 시간의 자유를 만끽하시길 바란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