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어느 날 한국 와서 처음으로 제주도 여행을 다녀왔다. 캐나다에서 한국으로 2년살이를 꿈꿨을 때, 처음엔 제주살이를 생각했었다. 한 6개월 정도 인터넷으로 제주도 곳곳을 뒤져가며 행복한 상상을 하다, 육지의 같은 조건의 아파트 월세를 비교해 보곤 어렵지 않게 마음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 월세가 두 배 이상 비쌌기 때문이다.
결국 우린 세종시에 정착하게 되었고, 생활에 안정이 찾아오고 나니 그제야 제주도에 한번 가고 싶어 졌다. 뉴스에서 종종 제주도가 너무 비싸 국민들이 제주도 대신 오히려 가까운 해외로 여행을 더 많이 간다는 소식을 접하곤 했다. 그렇지만 우린 동남아나 일본보다 꿈꾸던 제주도를 가장 먼저 가보고 싶었다.
그렇게 비행기 티켓 알아보기를 시작했는데, 어른 둘, 초등학교생 한 명, 유치원생 한 명으로 4인가족 비행기 티켓 왕복은 거의 90만 원 가까이 들었고, 4박 5일 자동차 렌트는 50만 원 가까이 잡아야 했다. 시간이 넉넉한 우린 배를 타고 그리고 우리 차를 가지고 제주도에 가기로 결정했다.
여러 항구에서 제주도를 갈 수 있지만, 완도항에서 출발하는 게 배 타는 시간이 가장 짧다고 해서 완도에서 배를 탔다. 그렇게 2시간 반정도 배를 타니 제주도에 도착했다. 우리 차를 타고 제주도를 누비니 제주도가 낯설지 않고 국내 어디 바닷가 도시에 와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13년 전 신혼여행으로 제주도를 처음 갔었다. 그땐 신혼여행이라는 특별함에 눈이 멀어, 지금이라면 절대 하지 않았을 고급 숙소를 예약하고 매 끼니 가격을 고려하기보단 유명한 식당에서 밥을 먹었다. 그렇게 3박 4일 동안 300만 원 가까운 돈을 쓰고 온 기억이 있다.
그런데 13년 동안 여러 가지로 변한 우리는 비싸고 좋은 것만 찾기보단 우리가 부담 없이 즐기면서 만족할 만한 수준의 숙소와 식당위주로 여행 계획을 잡았다. 그렇게 4인가족이 4박 5일 동안 총 160만 원 가까이 쓰면서도 아이도 어른들도 매우 만족할 만한 여행을 즐기고 돌아왔다.
160만 원의 경비를 나눠보면 아래와 같다.
- 왕복 유람선 티켓값과 차 싣고 가는 값: 55만 원 정도
- 숙소: 제주시에서 1박 - 15만 원, 서귀포에서 3박 연박 - 40만 원 (아고다를 통해 예약함)
- 식비, 주유비, 각종 입장료 모두 포함: 50만 원
캐나다 신용카드로 모두 결제했기 때문에 환율계산하면 대략 160만 원 정도 썼다고 할 수 있다.
내가 완도에서 제주도 가는 배를 예약하고 나니 주변에서 "요즘 비행기 특가도 떠서 몇만 원이면 왕복 살 수 있던데요?"라고 하는 분들도 있었는데, 이상하게 나는 그런 특가 혜택을 잘 찾지 못하는 것 같다. 그래서 결국 배를 타고 다녀왔는데 한 번은 해볼 만한 여행이었다 생각한다. 배가 커서 멀미도 없었고, 아이들과 갑판 위에서 찍은 사진들도 좋았다.
내려가는 김에 해남에 들러 맛있는 점심도 사 먹었고, 유명한 고구마빵도 먹어봤다. 그리고 다행히도 서울에서 출발하는 게 아니고 세종시에서 출발하다 보니 완도까지 운전해 가는 게 그렇게 힘들지 않았다. 4시간 조금 안되게 걸렸던 것 같다.
남편과 나는 제주도 여행을 하면서 이곳에 살지 않은 걸 후회하게 될까라는 생각을 했는데 결국 캐나다로 돌아가기 전에 한번 더 여행 온다면 그걸로 충분할 것 같다는 결론을 내리게 됐다. 지금 사는 세종시는 국내 여행하기 딱 좋은 위치라 부산, 강릉, 거제도 등을 힘들이지 않고 운전해서 다닐 수 있어 제주도였다면 그렇게 자주 여행하지 못했을 거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비교적 싸게 이번 제주도 여행을 할 수 있었던 이유는 숙소를 고급 5성급 호텔이 아닌 곳에서 묵었다는 점과, 일인당 3-4만 원씩 하는 식사를 하지 않았다는 데 있을 것 같다. 그래도 야외 온수 풀이 있었던 제주시에서의 일박은 아이들이 매우 좋아했고, 서귀포에서 세 밤 머물렀던 꼭대기 층의 복층 펜션은 아이들의 환호성을 자아내기 충분했다.
내년 봄에 조금 더 자란 아이들과 다시 한번 제주도를 찾을 거라 결심하며 글을 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