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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개꽃 Dec 28. 2023

나도 작가가 될 수 있을까

늦여름 어느 날, 좋아하는 작가가 글쓰기 모임에 함께할 멤버를 모집한다는 글을 보게 되었다. 고민할 틈도 없이 후다닥 써 내려간 신청서를 보내고 나니, 그제야 혹시라도 내가 뽑히게 되면 어쩌지라는 생각이 찾아왔다. 


정지우 작가의 글들은 페이스북을 통해 자주 접했고, 멀리 캐나다에 살면서 전자책으로 작가의 책을 찾아 읽기도 했었다. 나는 정지우 작가의 글을 읽을 때마다 감탄과 부러움을 동시에 느끼곤 했다. '아.. 이 글 너무 좋다. 나도 저렇게 글을 잘 쓰면 참 좋을 텐데..'하고 말이다. 


뽑히면 어쩌지..라고 생각하던 내가 소수정예 글쓰기 모임에 뽑혔다는 이메일을 받았다. 그렇게 9월부터 12월 마지막 주까지 총 14주간 매주 글 한편을 써서 올리는 작업이 시작되었다. 글 한편을 완성해 네이버 카페에 올리면 글쓰기 멤버들이 합평소감을 댓글로 달아주고, 격주에 한 번씩 줌 미팅으로 만나 작가의 합평을 듣고, 다시 한번 퇴고를 하여 올리는 방식으로 모임이 진행되었다. 


첫 글을 쓴 게 정말 엊그제 같은데, 어제는 14주의 마지막 줌 미팅을 하였다. 다양한 직업과 경험을 한 사람들이 모여 자신만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써 내려가는 시간은 생각했던 것 보다 훨씬 좋았다. 나를 포함한 많은 멤버들이 내면 치유의 시간이라 고백했을 만큼 말이다. 우리는 같은 글감의 주제로 이렇게 다른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구나를 매주 경험했다. 


첫 번째 글감은 연필이었는데, 나는 그 글에서 '나에겐 연필과 연결된 성실함이 부족했다'라고 썼다. 학창 시절 엉덩이 무겁게 버티고 앉아 공부하는 학생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번 모임에서는 누구보다 성실하게 글을 써냈다. 학교 다닐 때도 이 정도로 숙제를 신경 쓴 적은 없었던 것 같은데, 이번엔 매주 토요일 자정이 되기 전 일찌감치 글을 마무리하고 마감시간에 늦지 않게 글을 올리려 노력했다. 또한 합평이 끝나고 나면 퇴고를 다시 한번 하여 글의 완성도를 높여보려 노력하기도 했다. '성실함이 부족했다'라는 과거를 바꿔보려는 듯, 무던히 성실히 14편의 글을 써냈다.


나의 노력을 멤버들이 알아봐 준 걸까. 합평을 할수록 글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는 칭찬을 많이 받았다. 처음이 워낙 부족했기 때문에 조금의 성장도 티가 나는 것일 테지만 말이다. 마지막으로, 한 편의 글을 의미 있게 마무리 짓는 게 어려운 나에게 정지우 작가는 나의 내면 속으로 더 깊이 들어가 보는 연습을 해 보라고 조언했다. 기억 속으로 더 깊이 들어가 보고 침잠하여 하나의 에피소드가 너무 가볍게 끝나지 않도록 고민을 해 보라고 했다. 


격주로 모이기로 한 글쓰기 줌 미팅은 보강 미팅으로 거의 매주 만나게 되었다. 그렇게 매주 수요일 밤 9시에 만나 12시까지 이어졌던 수업들은 앞으로 내가 글을 쓰며 살아갈 때 두고두고 기억하게 될 소중한 추억으로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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