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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개꽃 Jan 08. 2024

새해를 맞이하며..(글쓰기의 부작용)

지난달에 끝난 14주간의 글쓰기 모임 후, 바로 <세상의 모든 직업> (가제)이라는 공저에 참여하게 됐다. 그래서 14주간 매주 천자씩 글을 써내던 작업이 계속 이어지고 있는 듯한 느낌으로 연말과 새해를 맞이했다.


아이들과 놀아줄 때도, 혼자 있을 때도, 화장실에서도, 잠들기 전에도 내가 써야 하는 주제를 계속 생각하면서 지냈다. 어떤 글을 쓰면 좋을까, 이런 에피소드를 써볼까 저런 에피소드를 써볼까. 아주 오랜만에 조용히 지내던 나의 뇌를 풀로 가동하며 지냈던 것 같다.


1월 1일에는 가족들과 울산으로 1박 2일 여행을 다녀왔다. 우리 집엔 남편이 찾아놓은 <2023-2024 한국관광 100선 최종 선정지> 리스트가 있다. 이 리스트는 우리가 국내 여행을 계획하는데 아주 유용한 길잡이 역할을 하고 있다. 리스트를 보며 이번에는 경상권에 있는 울산으로 골랐다. 울산에는 4곳이 100선 안에 포함되어 있는데, 태화강 국가정원, 영남 알프스, 대왕암공원, 마지막으로 장생포고래문화특구가 있었다.


걷기를 싫어하는 둘째 때문에 태화강 국가정원은 가지 못했고, 울산 가는 길에 영남 알프스를 제일 먼저 갔다. 그곳은 밀양에 있었는데 얼음골이라는 마을을 지나면 케이블 카 타는 곳이 나왔다. 얼음골을 지나가다 보니 사과 가게들이 줄을 지어 나타났는데 사과는 그 지역 특산물인 듯했다. 나는 남편에게 차를 세워보라 하여 어느 사과 가게에서 10kg나 되는 흠이난 사과들을 3만 원에 사는 행운을 누리기도 했다. 벌레 먹은 곳도 있고 사이즈도 제각각이지만 맛은 아주 달고 좋다.


그렇게 1박 2일 여행을 다녀오니 핸드폰엔 여행사진이 한가득이다. 그런데 나의 인스타그램은 11월 피드가 마지막으로 멈춰있다. 글감에 대해 계속 생각하다 보니 사진 자랑할 에너지가 남아있지 않게 되어버린 것이다. 12월에도 부여로 여행을 다녀왔고, 1월은 첫날부터 울산으로 여행을 다녀왔건만 사진을 골라내고 올리는 것이 왠지 숙제처럼 느껴져 버렸다. 이것이 요즘 내가 느끼는 글쓰기에 부작용인 것 같다. (이걸 부작용이라 부르는 게 맞나 싶기도 하지만..)


지난 몇 년간 해오던 한 해 마지막날에 브런치에 올리던, 한 해를 돌아보고 새해에 결심들을 적은, 포스팅을 하지 못했다. 몇십 년 만에 한국에 들어와 살다 보니 한국에서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해를 맞이하는 속도에 적응하는 것이 어려웠던 탓이다.


캐나다는 12월 첫째 주부터 마음이 싱숭생숭하여 다들 일을 술렁술렁하게 된다. 중순부터는 아껴뒀던 휴가를 쓰는 사람들이 생기고, 그때부터 1월 첫째 주까지는 거의 직장인들의 겨울잠이 이어진다. 회사에서도 미팅들이 눈에 띄게 줄어들고 이메일 트래픽도 한가해지는 시간이 찾아온다.


한국은 연말에도 회사며 학교며 유치원이며 평상시와 크게 다르지 않은 스케줄로 돌아갔다. 나도 유치원에 영어 특강 강사로 나가는 아르바이트를 계속 나갔다. 1월 첫째 주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바삐 돌아가는 머리를 휴식시키면서 차분히 한 해를 돌아보며 다가오는 새해를 마주할 여유를 찾기가 힘들었다.


그래도 매년 하던 연말 포스팅은 올해 못하였지만, 2024년에도 우리의 도전은 계속된다. 나는 공저모임에 참여하게 되었고, 남편은 글쓰기와 다리 찢기 수업을 신청했다. 요가강사인 남편은 뻣뻣한 자신의 근육들을 말랑말랑하게 해 보려 엄청 노력하는 중이다. 폼롤러 마사지도 매일 하고, 다리 찢기를 위한 스트레칭도 매일 하고 있다. 나는 공저에 참여하며 지난 나의 '투자 상담가'라는 직업을 소개하려 글을 열심히 쓰는 중이다.


원하는 바를 이루라고 서로를 응원하며 시작한 2024년이 기대된다.


대왕암공원
영남알프스
울산 출렁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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