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두 달 사이에 모든 살림살이를 처분해야 했다. 우선 큰 아이템이었던, 에어컨을 4월에 가장 먼저 팔았다. 그다음으로 아이들 침대 두 개, 세탁기, 건조기, 거실 블라인드, 선풍기, 냉장고, 티브이, 거실장, 식탁 그리고 안방 침대까지 큰 물건들을 모두 당근으로 처분했다. 큰 물건들은 하나씩 집에서 나갈 때마다 ‘아, 한건 처리했다'라는 홀가분함이 컸다. 부피가 큰 물건들이었기 때문에 집안이 빨리 정리되어 가는 기분도 들었다.
큰 물건을 정리하는 중간중간 작은 물건들도 정리해야 했다. 금액도 큰 물건은 십만 원 단위로 나갔다면, 작은 물건은 몇 천 원부터 몇 만 원까지 다양하게 처분했다. 나중에는 나눔 또는 500원에 내놓을 때도 많았다. 때로는 500원 받자고 이사준비로 바쁜 와중에 이렇게 까지 채팅에 신경을 써야 하나 싶기도 했다.
나눔을 몇 번 하다가 500원을 받기로 한 이유는 간단했다. 나눔을 재빠르게 받기로 말을 건 상대가 약속시간에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500원이라도 내면 약속을 어기는 빈도가 줄지 않을까 해서였다. 어떤 분들은 정말 500원이 맞느냐고 물어오기도 했다. 결과적으론 500원을 냈던 사람들은 모두 물건을 챙겨갔다.
아직 쓸만한 물건을 바로 쓰레기통으로 버릴 때 죄책감이 있었다. 누군가에겐 필요한 물건일 텐데.. 적임자를 찾지 못해 버려야 하는 순간이 오면 지구한테 미안했다. 나는 좋은 물건을 싼 값에 팔아준 전 주인들에게 받은 고마움을 전달하고 싶어서 당근을 열심히 했다.
그러다 어떤 구매자에게 생각지도 못한 메시지를 받았다. 동글이 청소기를 시골 할머니집에 드리려 한다고 했다. 내가 그 청소기를 구매했을 때 전 주인이 그랬던 것처럼, 부품들을 깨끗이 닦아서 내놓았다. 아직 완벽히 마르지 않았기에 꼭 말려서 쓰라는 당부와 함께. 그분은 그런 모습을 좋게 봐주신 것 같았다. 500원짜리 팔면서 열심히 소통하며 사실 스트레스도 받았는데, 따뜻한 칭찬에 그런 마음이 모두 녹아내려 버렸다. 그리고 당근 하길 잘했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하하
물건이 천천히 처분될 때마다, ‘아, 이 물건 없이도 살아지는구나. 조금 불편할 뿐이구나.’ 싶은 마음이 들었다. 캐나다로 돌아가면, 빈 집을 다시 채워야 하는 숙제가 남아있다. 이번엔 제발 천천히 조금만 집안에 들여놓아야지 다짐할 수 있었던 지난 두 달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