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점은 그동안 나를 붙잡고 장시간 늘어놓았던 아이디어들을 나 대신 세상에 던진다는 점이다. 안 좋은 점은 포스팅 만들고 글 쓰느라 컴퓨터 하는 시간과 댓글관리로 인한 핸드폰 사용 시간이 그만큼 늘었다는 점이다.
옆에서 7살 첫째가 질문을 한다. "아빠 인스타그램 왜 그렇게 열심히 해?" 또는 "아빠 팔로어 몇 명 있어?"
남편이 답한다 "8명?"
"그럼 아빠는 몇 명 팔로우하는데?"
"258명????"
ㅋㅋㅋㅋ
지금은 거의 일주일 만에 100명 까까운 팔로어가 생겼다.
남편은 소셜 미디어를 통해서 우리가 또는 본인이 어떻게 36살에 조기 은퇴를 하게 됐는지에 대해 알리고 싶어 했다. 우리가 했기 때문에 조기 은퇴를 원하는 사람이 있다면 정보를 나눠주고 응원해주고 코칭해 주고 싶어 한다.그렇게 파이어족 커뮤니티를 찾아가게 되었다.
처음엔 나와 "같이" 하고 싶어 했다. 대학생 때 우리가 연애하던 그 시절부터 지금까지 남편은 같이 하는 걸 좋아한다. 공부도 같이하고 심지어 본인 시험공부 하는데 빈 교실에 들어가 나를 앉혀두고 교수처럼 자기 시험 과목을 열심히 설명해 주곤 했다. 남편 전공은 산업공학이었고 나는 심리학이었다. 아직도 그때 나에게 '린 프로세스'라면서 도요타 자동차 공장을 예를 들어 설명해 주던 게 생각난다. 말을 하면서 아이디어를 정리하는 타입인 사람이다. 그런데 소셜 미디어를 같이 하기란 여러므로 쉽지 않았다. 본인과 같은 수준으로 열띤 토론에 참여하지 않는 나를 보며 마치 나 때문에 시작을 못하고 있는 듯한 변명을 여러 번 듣고 있자니 나는 특단의 조치를 내릴 수밖에 없었다.
"우리 따로 해!"
난 원한다면 포스팅 전에 내가 한번 보고 의견을 제시해 주겠다고 했다. 그러니 나 신경 쓰지 말고 어서 시작하라고 했다.
그렇게 시작한 남편의 인스타그램을 보고 있자니 매우 흐뭇하다. 본인이 세상에 하고 싶은 말이나, 그냥 자기 생각 정리 차원에서도 소셜 미디어에 포스팅한다는 단순한 행위가 머릿속에 떠도는 생각들을 정리시켜 주는 것 같아서 좋다.
남편의 인스타그램에는 우리 사진은 (아직?) 없다. 자료나 글, 책 소개, 글귀, 우리 집 투자 정보 등이 있는 각종 숫자 또는 그래프만 있을 뿐이다.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이 어카운트가 흘러가게 될지 모르겠으나 남편이 정리하고 만들어내는 자료가 훗날 또 우리의 자산이 될 거라는 확신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