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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명조끼 입고 호수에 뛰어들다

Aug 23, 2021 월

by 안개꽃

작년에 이사 온 이도시에는 유명한 호수가 있다. Cultus Lake라는 호수인데, 6.3제곱키로미터이고 (1,500 에이커) 정도의 크기이다. 물이 매우 깨끗한 특징이 있고, 관광지로 조성이 되어 있어서 호숫가를 주변으로 길도 잘 나있고, 중간중간 차 타고 호수를 따라 운전해 가다 보면 물놀이 포인트가 3-4군데 있다. 중간에 호수를 끼고 캠핑장도 여러 개 있고, 보트를 내릴 수 있는 보트 라운치도 있다. 우리는 RV도 없고, 보트도 없지만, 집에서 가까우니 날이 좋으면 일주일에 3-4일 호숫가에 가서 2-3시간 놀다 온다.


난 아직 수영을 못한다. 지금까지 배울 기회가 없었는데 호수에 물놀이를 하러 가면, 애들은 구명조끼를 입고 놀고 나는 튜브를 타고 놀았다. 그런데 그 튜브를 바닥에 깔고 앉아서 놀다가 그만 터뜨려 버렸다... 그래서 이 기회를 빌어 그동안 벼르던 어른용 구명조끼를 장만했다. 소감은, 진작에 살걸!이다. 구명조끼를 입고 노니 그렇게 든든할 수가 없다. 튜브 타고 놀 땐 가지 못했던 먼 곳까지도 수영하면서 갈 수 있다.


지난주에는 호수 근처 연간 회원권을 샀던 캠핑장에서 캠핑하는 중, 호수에 수영하러 갔다. 이제 구명조끼도 있겠다 그동안 마음속으로 하고 싶어 하던 점프를 도전해 보고 싶었다.

그런데 막상 점프를 하려고 섰는데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렇게 망설인 지 5분쯤 지났을까 뒤에서 여인 두 명이 응원을 하면서 다가온다. '유캔 두잇! 유캔 두잇!' 내가 좀 무섭다고 멋쩍어하자 그럼 하나, 둘, 셋 하고 같이 뛰어내리자고 한다.

그렇게 나는 얼떨결에 그녀들의 응원에 힘입어 같이 점프를 했다. 물속에서 고맙다고 말하고 그 뒤로 만나지 못했다. 다시 생각해 봐도 너무 고맙다.


그 뒤로 날이 추워져서 호수에 가지 못했는데 내일은 26도에 해도 쨍쨍하다고 하니 다시 한번 도전해 봐야겠다.

이렇게 집에서 차 타고 10-15분이면 도착하는 이 호수에는 작년 9월에 이사 오고 나서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둘째 낮잠 재울 때나, 비치에서 돗자리 깔고 놀 때나, 수시로 가는 우리 가족의 놀이터가 되었다.



그녀들 덕분에 점프에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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