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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핑 이야기 (짐 풀고, 먹고, 놀고, 짐 싸고..)

July 21, 2021

by 안개꽃

캠핑장 연간 회원권을 안 샀으면 어쩔 뻔했는지.. 요즘처럼 캠핑을 많이 다닌 적은 없었던 것 같다.

5월에 회원권을 사고 테스트 겸 2박 3일을 다녀온 후, 어떤 날은 4박 5일, 또 어떤 날은 7박 8일, 또 어떤 날은 3박 4일, 그리고 다음 달에 14박 캠핑이 예약되어 있다.


집에서 차 타고 15분 거리에 있는 이곳은 올 3월 회사를 퇴사한 우리 부부에게 딱 이였다. 경제적 독립을 이루었다고 생각하고 월급을 포기했지만, 그렇다고 첫 해부터 어디 멀리 여행 다닐 정도는 아니다. 지난 10년간 온 가족 몸에 배어 있는 회사 중심 생활 패턴에서 우리 가족 주도적인 생활 패턴으로 바꾸는 노력이 필요했다. 또한 월급이 정기적으로 들어온다는 가정하에 굴러가던 경제 패턴에서 월급 없이 우리 가족 경제가 굴러가게 만드는 생활을 상상 속에서 해 오던 것을 실전으로 옮기는 중요한 과제가 남아 있었다.

그래서 시간이 많아진 우리에게 가장 저렴한 방법으로 자유를 만끽하기에 캠핑 만한 게 없는 것 같다.


우리가 작년에 이사 온 이곳엔 매우 유명한 호수 (Cultus Lake)가 하나 있는데 우리 집에서 차 타고 15분 거리에 있고 캠핑장과도 매우 가깝다. 작년에 토론토에서 이곳으로 1박 2일 답사를 왔을 때도, 이 호수에 반해 이 동네에 살면 이곳에 얼마나 자주 오게 될지 상상했던 기억이 있다. 정말 정말 멋있다. 너무 크지도 또 너무 작지도 않은 호수 이면서, 차 타고 드라이브 들어가는 길은 한쪽은 호수에 바로 붙어있고, 다른 쪽은 산에 바로 붙어있어 매번 들어갈 때 마다 감탄을 한다.

'우린 정말 축복받았어'

'이런 휴양지로 이사 오게 되다니.. 그땐 잘 몰랐는데 정말 잘 한 결정인 것 같아'

'저번에 7시간 걸려서 배를 두 번이나 갈아타고 바다로 캠핑 다녀왔는데, 여기가 더 좋은 것 같아'

'정말이지 이곳이 질리는 날은 없을 것 같아'

등등 온갖 찬사를 하면서 호수를 즐기고 있다.


집에서 가깝다 보니, 캠핑을 갔지만 집에도 자주 들른다. 승용차에 테트리스하듯이 짐을 싸다 보니 아이스박스는 작은걸 골랐다. 그래서 중간중간 음식을 채우러 집에 오기도 하고, 집에 와서 음식을 해 먹고 다시 가기도 하고, 남편과 번갈아서 한 명은 집에서 애들과 자고 한 명은 캠핑장에 돌아가서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기도 한다.


캠핑장에서 차 타고 나와 호수에 가서 낮 시간을 즐기기도 한다. 캠핑장 안에도 수영장이 있긴 하지만, 날이 더울 때는 호숫가가 훨씬 좋다. 다행히 아이들이 구명조끼 입고 물놀이하는 방법을 터득했고, 튜브 타고 놀던 나도 얼마 전 튜브를 바닥에 깔고 앉아 있다 터지는 바람에 어른 구명조끼를 드디어 하나 사 입었다. 구명조끼 입고 호수에서 노는 건 신세계였다. 굉장히 많은 아이들이 수영을 할 줄 아는 모습을 보고, 우리도 다음 달부터 동네 커뮤니티 센터에 아이들 수영 클래스를 등록해 줬다. 남편은 수영할 줄 알고, 나도 배워야 하는데 내건 비싸서 우선 등록하지 않았다. 우선 구명조끼로 버텨보려 한다.


8월에 2주동안 캠핑을 예약해 뒀는데 그때는 그림 그리는 도구들도 들고 가 봐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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