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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nniferC Mar 03. 2017

'글쓰기'에 대한 기억

글쓰기는 나에게 두려움이었다 

초등학교 6학년 때였다. 

가장 열심히 살았던 시절이었다. 그땐 하고 싶은 것도 되고 싶은 것도 정말로 많았다.  

신나게 놀기도 해야 했고 과학, 웅변, 합창, 걸스카웃... 

시키는 사람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너무 하고 싶은 게 많았다. 그중에 하나가 글쓰기였다. 

초등학교 6학년 때 담임선생님은 글쓰기를 좋아하셨던 분이던 것 같다.

봄이 되면 '동시'를 쓰게 하셨고 이런저런 글쓰기 공모전을 소개해 주시고 아이들이 글을 써오면 첨삭 지도를 해 주셨다.  몇몇 아이들은 공모전에 입상을 해서 전교생들 다 모여 있는 자리에서 상장과 부상(크레파스 등)을 받기도 했다. 

어느날 담임 선생님께서 봄과 관련된 동시를 써 오라고 하셨다.  

아이들이 공책에 동시를 써오면 한 명 한 명 첨삭 지도를 해 주셨는데 선생님은 내 동시를 읽으시고는 고개를 갸우뚱하셨다.  뭐라고 코멘트를 줘야 할지 한참 고민을 하시는 것 같았다.  음.. 그러시더니 시는 함축적 의미가 있어야 하고 운율이 있어야 한다고 설명하시고는  다시 써 오라고 하셨다. 

집에 돌아와서 책상 위에 다시 써 오라는 동시를 어떻게 써야 할지 머리를 싸매고 고민을 했다. 수학 문제처럼 정답이 있는 것도 아니고 참 난감했다. 

책꽂이에 언니 꺼인지 오빠꺼 인지 모를 얇은 책-시집이 내 눈에 들어왔다. 

난 늦둥이로 태어났다. 나이 차이가 한참 나는 언니 오빠의 책, 어른들이 보는 책들이 책장 한가득이였다. 

꼼꼼히 꽂아있는 책장에서 시집 몇 권이 빛을 발하고 있다.   나를 꺼내보라고 유혹하는 것 같았다.  

시집을 꺼냈다.  봄과 관련된 시를 발견하고 에이 모르겠다... 

어디서 많이 들어본 시인이면 안된다.  너무 어려운 단어를 사용하지 않는 시이어야 한다.  완전 범죄를 위해서 꼼꼼하게 따졌다. 

가장 적합해 보이는 시 한 편을 골랐다. 

시를 내 공책으로 옮겨 적었다.  연필로 초등학생 공책에 옮겨 적으니 초등학생이 쓴 시처럼 보였다. 

3연의 시를 전부 다 베껴 쓰면 안 될 것 같았다. 1,2연은 그대로 베껴 쓰고 마지막 3연은 내가 직접 썼다. 

다음날 국어시간, 드디어 선생님께 노트를 들고 갔다. 두근두근 두근.  울렁울렁. 

드디어 선생님이 내가 쓴 동시 아니  표절과 창작의 결과물을 찬찬히 읽으신다. 

그 시간 어찌나 길게 느껴지던지. 드디어 선생님의 입술이 움직인다. 

제발 제발 제발... 

선생님이 1,2연이 너무 좋다고 하시면서 시란 이렇게 운율이 있어야 한다고 하시면서 칭찬하신다. 근데 3연이 이상하다고 하시면서 3연을 다시 쓰라고 하신다. 

그렇게 난 3연을 다시 쓰고 또다시 쓰고 3-4번의 첨삭 지도 끝에 어정쩡하게 마무리가 되었다. 

그때 그 시가 아마 이랬던 것 같다. 정확하진 않지만 어렴풋하게. 


제목 : 봄 

봄 / 봄날 / 바람이 분다. 

봄 / 봄날 / 꽃내음이 분다. 

봄 / 꽃이 많이 피었다 / 꽃이 피니 나도 좋다 


그 후로도 쭈욱 글쓰기는 나를 괴롭혔다. 나는 오타와 비문 제조기였다. 수많은 에피소드들을 만들어냈다. 

나에게 글쓰기는 두려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쓰기를 시작해 보려고 한다.
브런치를 시작하면서 내 다짐은 "이제 두려워하지도 말고 멋 부리지도 말자"이다.  첨삭지도하는 선생님도 안계시니 맘편히 그냥 내 이야기를 꾸준히 축적해보고 싶다. 

꾸준히 써보자. 엉덩이 무겁게. 


(커버 사진 이미지 출처  Write by Izabela Wasilewska,  CC BY-NC-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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