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동강 강변을 바라보면서 옥류관 냉면을 먹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남북 정상회담이 있던 날, 판문점에서 남북의 휴전선을 손잡고 넘어가던 순간, 아쉽게도(?) 난 이탈리아 출장 중이었다.
밀라노에서 1시간 정도 떨어진 벨라지오라는 아름다운 도시에 난 있었다. 꼬모 호수로 둘러싼 절경의 도시 벨라지오는 예로부터 휴양지로 유명했다고 한다.
로마 황제의 별장이 벨라지오에 있었고 조지 크루니 별장도 벨라지오에 있다.
그 아름다운 도시에서 OGP라는 글로벌 단체에서 20여 개국의 정부, 시민단체 대표를 초대해서 3박 4일 동안 '열린 정부'라는 주제로 워크숍을 개최했고, 영광스럽게도 나는 한국 대표로 유일하게 초청을 받았다.
20여 개국에서 온 존경받는 명망 있는 시민운동가, 정부 혁신을 도모하는 부처의 차관급 공무원, 혁신가를 지원하는 비영리단체 대표들...
같은 테이블에서 앉아있는 것만으로도 영광인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여 있었다.
너무너무 유익하고 나에게 많은 인사이트와 자극을 준 시간이었지만 한국인들과 이 감동적인 순간을 한국어로 미친 듯이 수다를 떨지 못해서 아쉬웠다.
남북정상회담 영상을 보고 또 보고 또 보고.
한국에 돌아와서 두 번째 잠깐 정상회담-도보 다리에서 남북 정상이 나란히 대화하는 장면을 보면서 새로운 세상이 금방 바뀔 줄 알았다. 기대감에 심장이 두근두근 했던 것 같다.
우리도 곧 북한에 곧 갈 수 있겠다.
대동강 맥주를 마시고 옥류관 냉면을 먹을 수 있을 거라 기대했다.
지인의 권유로 북한 모임에 참여하게 되면서 북한과 관련된 정보를 좀 더 접하게 되었고
그때 즈음 트레바리 클럽장 제안을 받아서 어떤 주제로 클럽을 열까 고민하다가 용감하게 ‘북한 읽기’라는 클럽을 열어 보기로 했다.
아주 가까운 곳에 있는 북한에 대해서 좀 더 알고 싶었다.
무엇보다도 지금의 젊은 세대가 북한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내 기대와는 다르게 ‘북한읽기’는 그다지 인기 있는 클럽은 아니었다. 매 시즌마다 인원수가 부족해서 폐강의 위기도 있었지만 1년 동안 잘 살아남았고 정말로 좋은 사람들도 많이 만났다. 북한읽기 멤버 중에 두 분은 북한대학원에 들어가서 정식으로 공부를 하고 계신 분도 있다.
3개의 시즌 총 12번의 북한읽기 클럽을 끌고 가는 일은 쉽진 않았다. 책을 선정하는 것도 어려웠고 북한에 대한 나의 얄팍한 지식으로 인해 토론을 끌고 가는 건 더더욱 어려웠다.
그래서 내가 생각한 꼼수는 저자를 직접 초대하는 거였다.
두 분의 저자를 직접 트레바리 모임에 초대했다. 무작정 구구절절하게 메일을 보냈고 감사하게도 두 분 모두 감사하게도 독서모임에 함께 해 주셨다.
12번의 북한 읽기 트레바리를 진행하면서 추천하고 싶은 책 4권을 뽑아 보았다.
다니엘 튜더 ‘조선자본주의공화국’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2438355
맥주 덕후로 유명한 이코노미 한국 특파원으로 일했던 다니엘 튜더의 책은 외국인 시선으로 북한의 현재 모습을 객관적으로 담은 책이다. 꼼꼼하게 출처 표시도 되어 있다.
사실에 근거해서 책을 쓰려고 노력한 흔적들이 많이 보인다.
북한 관련된 책을 고를 때 한쪽으로 치우친 책을 고르지 않으려고 부단히 노력했었다.
그런 면에서 북한에 대해서 좀 궁금하다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이 책을 난 늘 추천한다.
주성하 ‘평양 자본주의 백과사전’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4013081
김일성 대학을 졸업한 탈북자인 동아일보 주성하 기자의 책은 거침이 없다. 라테는 말이냐로 시작하는 입심 좋은 어른들의 무용담을 듣는 느낌이다. 본인이 직접 겪고 들었던 에피소드들을 그대로 담은 책이다. 몇몇 장면에서는 진짜? 에이 설마~ 살짝 의심이 들기도 하지만~ 북한의 실상을 생동감 있게 써 내려간 책이다.
주승현 ‘조난자들’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3255952
지금은 한국에서 교수가 된 주승현 교수는 비무장지대에서 근무를 했던 군인이었다. 비무장지대를 넘어오는데 25분밖에 걸리지 않았다고 한다. 그 25분보다 한국에서 적응하는 기간이 더 힘들었다고 한다.
홀로 한국으로 와서 식당일을 하면서 모은 돈으로 대학에 들어가고 교수가 되고. 성공기를 써 내려간 책이 아니라 탈북자들의 슬픈 실상을 써 내려간 책이다.
책을 읽는 순간 내내 마음이 아프다. 탈북자가 3만 명이 넘지만 한국사회에서 잘 드러나지는 않는다.
조용히 그림자처럼 한국사회에서 힘겹게 버티고 있는 그들의 모습을 담담하게 담은 책이다. 글이 간결하지만 힘이 있다.
탈북자 3만 명이면 이미 한국은 작은 통일을 이루고 있는데 우리는 왜 이 사실을 간과하고 있는지에 대한 문제제기를 하고 싶었다고 한다.
다들 그림자처럼 조용히 조용히 쉬쉬하면서 살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나라도 목소리를 내고 싶어서 이 책을 쓰게 되었다고 한다.
그는 책에서 북에 남겨둔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언급하지 않았다.
황장엽 교수를 평소에 잘 알고 있거나 하지는 않지만 홀로 남한에 와서 죽은 고인을 위로하고 싶어서 장례 기간 동안 내내 자리를 지켰다는 장면을 읽으면서 북에 가족이 있겠구나 라고 추측할 뿐이었다.
책 마지막 페이지 마지막 문장 ‘가족에게 미안하고 사랑한다’을 읽을 때에 마음이 멍해진다.
애나 파인필드 '마지막 계승자'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4921624
애나 파인필드는 워싱턴포스트 베이징지국장으로 북한 정보에 가장 정통하다는 평을 받고 있다. 실제 북한도 여러 번 방문을 하기도 했다. 김정은에 대해서 궁금하다면 이 책을 추천한다. 김정은의 어린 시절을 포함해서 북한의 정치구조까지 이해할 수 있는 책이다.
마지막으로 책은 아니지만 장마당 세대를 다른 다큐멘터리를 추천한다.
20,30대 탈북한 청년들의 인터뷰를 담은 동영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