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의 용기> -브레네 브라운-
MZ 세대가 골칫거리다.
긱 이코노미 (Gig economy) 를 선호하고, 평생직장을 믿지 않으며,
회식을 기피하고, 까라면 까지 않는다.
상사 입장에서는 기존의 질서를 무너뜨리고, 회사의 권위에 도전하는
여간 까다로운 존재들이 아닐 수가 없다.
하지만 워라밸을 주장하고, 취미를 중요하게 생각하며, 공감을 중요시 하는
MZ 세대들이 불러오는 일터와 일상 곳곳에서의 변화를
응원하고 환영하는 나같은 사람도 많다.
이러한 사회흐름에 걸맞게
현시대가 요구하는 리더십에도 커다란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데
그 변화의 핵심을 통찰력있게 간파하고 정리해 놓은 책이 있으니,
바로 브레네 브라운의 <리더의 용기>.
그녀의 핵심주장은 이렇다.
완벽주의와 그 표면적 완벽함을 유지하기 위해
‘갑옷’으로 무장한 권위주의, 자신의 연약함을 숨기는 가식과 은폐를
리더십의 유지수단으로 삼았던 과거의 리더십은 진정한 리더십이 아니다.
인간 본연의 “취약성 (vulnerability)"을 스스로 인정하고
보편적인 감정으로 상대에게 공감하며
가치공유를 통한 인간적인 깊은 신뢰를 기반으로 하는 리더십이야 말로
용기를 기반으로 한 진정한 리더십이다.
나는 그녀가 주장한,
자신의 취약성을 인정하고 상대에게 깊이 공감하며 신뢰를 쌓는 것이
과거와는 확연하게 차별화되는, 현시대가 요구하는 진정한 리더십이라는데
전적으로 동의한다.
사실 MZ 세대가 불러온 변화들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인간의 적응과정일 뿐.
평생직장에 외벌이로도 내 집 장만이 가능하고,
은퇴 후 연금을 받으면 노후걱정이 없었던 산업화 시절에는
나와 내 가족을 평생 책임져줄 직장이 주는 의미가 절대적이었다면,
평생직장이 보장되지 않고, 월급으로 집은 커녕 인플레이션에
내 한 몸 건사하기도 쉽지 않은 요즘.
가까운 미래도 예측이 어려운 변화무쌍한 불확실성 시대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현 직장이나 현 상사가 주는 의미가 과연 얼마나 크겠으며
거기에 심지어 윗사람이 완벽주의와 권위주의로 무장하고,
가식과 은폐로 자신을 포장하며
핵심을 관통하는 커뮤니케이션을 회피하는
과거에나 횡행했을 법한 시대착오적인 꼰대 카리스마 리더십을 시전한다면
누가 그 리더를 따를 마음이 생기겠냐는 말이다.
커리어는 중요할 지언정, 직장은 더이상 (예전만큼) 중요하지 않다.
아니, 심지어 커리어도 중요하지 않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다.
일과 삶이 정확하게 분리되고, 빠른 은퇴를 꿈꾸며,
자신의 존재가치를 일터에서 찾지 않고
진정한 나를 찾게 해주는 취미발견에 몰두하는 이들을 이끌어 가기 위해
조직의 리더는 더 수평적이 되어야 하고, 더 공감능력을 갖추어야 하며,
자신의 취약성을 솔직하게 인정함으로써 인간적인 연결을 모색해야만 한다.
그러한 인간적 신뢰가 갖추어지지 않는다면
조직을 이끌어 가기가 예전보다 더 어려워 질 것이다.
감투가 권위를 부여해 주는 시대는 끝이 났기에.
게다가 현 세대가 처음으로 경험해 보는 장기역병 (Covid) 에
사람들의 가치관과 삶의 우선순위에 주요한 변화가 왔다고 확신한다.
대퇴사의 시대 (the Great Resignation) 라는 단어로 함축되는 인재이탈 현상.
전례없이 솟구치는 퇴사율.
신뢰를 기반으로 한 구성원과의 진정한 소통과 연결을 지향하는
수평적이고 공감적인 리더십이 더욱 중요해지는 시점이다.
공감능력을 키우기 위해 리더가 반드시 갖추어야 할 덕목 중 하나는 Awareness 이다.
자각, 혹은 의식 쯤으로 해석될 수 있고, 쉬운 말로 하면 ‘눈치’ 정도가 되겠다.
한국에서 유난히 중요하게 여겨지는 눈치문화를 좋아라 하지는 않지만,
자각력을 기르기 위해 눈치만큼 효과적인 건 또 없는 것 같다.
리더는 현시대의 흐름에 대한 자각이 있어야 하고
자신의 조직원들의 가치나 우리가 속한 사회에 대한 자각이 있어
그에 걸맞는 철학을 가지고 언행일치가 이루어질 때가 베스트일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아니더라도 최소한, 아주 최소한
할 말과 못 할 말 정도는 구분할 줄 아는 자각력은 반드시, 반드시 필수라는 생각이다.
하지 말아야 할 말을 구분해 내지 못하고 실언을 하는 리더에게
조직원은 신뢰를 느낄 수 없으며, 사기저하는 물론,
더이상 그곳에 몸담고 싶지 않은 마음을 갖게 하여 조직이탈을 야기한다.
그런 의미에서 내가 꽤나 최근에 마주했던,
내 귀를 의심하게 했던 공감능력 제로, 시대착오적인 리더들의 말실수 / 행동실수를 모아봤다.
1. (출산한지 2주 된 사람에게) 어.. 뭐 저기 아무개 씨는 출산하고 3주만에도 나오던데.. 요즘 그런 사람 많아요~ 회복도 금방하고. 의지만 있으면 뭐~ 출산이 큰 일도 아녀~ → 으이구! 주책아! 속으로만 생각해. 실제로 그런 생각을 하고 있더라도 입밖으로 내는 멍청한 너라는 놈과 일하고 싶지 않아.
2. (가족의 죽음으로 힘들어 하는 조직원에게) 이제 몇 달 지났으니 괜찮지 않아? 시간도 꽤 흘렀잖아.. → 정말 귀를 의심함. 몇 달 밖에(??) 되지 않았다고, 그 사람의 슬픔을 어떻게 자신의 몇달로 재단한단 말인가? 공감능력 빵점에 절대로 하지 말았어야 할 말이다. 미친놈 소리가 절로나옴. (심지어 자식의 죽음이었음. 니 자식 죽어봐라. 그런말 나오나.)
3. (육아가 힘들다던 팀원에게) 거~ 뭐 애 혼자 키우나? 나도 애 둘 키워봤는데, 다 할 만해. 엄살은~ —> 과연 자신이 실제로 아이가 어렸을 몇십년 전에 육아에 얼마나 가담했을지? 실제로 육아에 가담했고 육아가 쉬웠다 하더라도, 그런 식으로 말하면 팀원들의 충성과 협조를 얻어낼 수 있을거라고 생각하나? -_-; 나 저 사람을 위해 더 열심히 일해야지~ 이렇게?
4. 조직원들 이간질하고 경쟁심 부추기며 일의 효율을 높이려 했던 골때리던 놈. 공포정치, 밀실정치를 일삼으며, 5공화국 시대착오적인 리더상에 갇혀서 혼자 느와르 보스놀이 하던 그 놈. 알고보면 제일 쪼다같은 놈이었음.
5. 과로로 힘들어 하며 건강에 문제가 생긴 조직원에게 “당장 내일 죽을 거 같은 거 아니면 일하라”며 쌍팔년도 구호를 외치던 그 놈. 그러다 갑자기 그 직원이 퇴사하자, 초과근무, 산재관련 소송 걸릴까봐 급하게 변호사 만나러 다녔음.
6. 모든 의사결정에 자신의 “면피”가 우선이었던 한심한 그 놈. 이런 사람이 이끄는 조직의 몰락은 예정된 수순. 성장과 생존에 전력을 다해야하는 조직에 그런 의사결정권자는 독약과도 같음.
7. 착한사람 컴플렉스인지 결정장애인지 스스로는 아무 결정도 못내리던 그 놈. 리드를 하라고, 리더야~! 자신의 결정에 늘 다른 사람을 핑계거리로 댄다. 얘가 이렇게 말해서~ 쟤가 저렇게 말해서~ 상황이 이래서 어쩔 수 없이~ 단한번도 결정의 진짜 이유를 말하거나 책임지려 하지 않고 다른 사람이나 상황을 이유로 둘러대기 바쁨. 알고보면 진짜 이유는 자신의 사리사욕.
8. 충분히 합리적인 질문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불편한 질문이 들어오면 미간 찌푸리고 분위기 험하게 만들며 무응답, 회피로 일관하던 그 놈. 질문이 자신에 대한 도전이라고 생각하는 너무나 많은 insecure 한 권위주의적 인간들 답없다.
9. 자신이 돋보이지 않거나 밥그릇 뺏길 것 같으면 회의시간에 핵심도 없는 말로 언성을 높이며 거의 서커스 수준의 히스테리컬한 드라마를 부리던 그 놈. 이런 사람은 자신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 다른 사람의 성과나 아이디어를 가로채는 일도 다반사.
10. 미팅을 위한 미팅을 일삼으며, 팀원들의 시간을 존중하지 않고 시도때도 없이 연락하며, 야근이나 초과근무를 올바른 직업윤리라 믿는 그야말로 전근대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리더. 거짓말 안보태고 저녁 6시에 야근 해야 하니까 저녁식사를 같이 하자며 팀원들을 데리고 나가더니 50분 거리에 있는 맛집찾아 가서 백숙먹고 사무실로 돌아오자마자 9시에 퇴근하던 놈을 본 적이 있음. 두 눈을 의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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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리더의 용기> 요약이 아닌, 책을 읽은 뒤 제 생각을 적은 글입니다. 책 내용과 많이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