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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젠젠 Oct 13. 2020

인간 심연의 두려움 - 수치심

수치심과 취약성, 그리고 용기

https://www.youtube.com/watch?v=YnhghMvH3u4


실리콘밸리의 심장, 팔로알토를 출퇴근하며 테드강연을 열심히 듣던 때였다. 그때 처음 접했었는데 너무나 파워풀해서 두고두고 생각났던 강연이 바로 빌 클린턴 전 미국대통령과의 섹스스캔들 주인공, 모니카 르윈스키의 강연이었다. 


오늘 러너스클럽* 모임주제가 현시대의 핵심화두, “공감능력”, 그리고 그것을 가능케 하는 Vulnerability and Courage (취약성과 용기? - Dr. Brene Brown) 에 관한 것이었는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문득 예전에 보았던 모니카 르윈스키의 수치심에 대한 강연이 떠올라서 오늘 다시 보게되었다. 아니나 다를까 중간에 모니카 르윈스키가 브레네 브라운 박사의 말을 인용하는 부분이 있다. 자신이 어떠한 상황에 처할지 모르지만 실패를 하게 되더라도, 공개굴욕을 겪을 수 있더라도 그 상황에 자신을 맡기는 Vulnerability (취약성) 을 드러내는 것이 진정한 용기 (Courage) 이며, 그러한 용기가 없으면 성공도 없다는 것이 브라운 박사 연구의 핵심이라면, 자신의 취약함이 가장 극도의 상태로 노출되어 Public Humiliation 으로 전세계인의 조롱을 겪었었던 모니카 르윈스키가 다시한번 대중의 눈앞에 자신을 드러내며 수치심에 대해 이야기하는 강연이 그 맥을 같이 한다고 볼 수 있다. 


이때는 미투운동이 바이럴해지기도 전인 2015년인데, 과거에 가늠하기 힘든 성적 조롱과 굴욕을 겪고도 이렇게 강단에 서서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나에겐 충분히 충격적이고 강렬했다. (모니카 르윈스키는 미투운동과는 결이 완전히 다르지만, 그래도 미투운동 이후로 여성들이 성적인 스캔들에 대해 공개적으로 대화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금이라도 생겼다는 점을 감안할 때, 미투운동이 있기 전인 2015년에 이 강연을 들었던 나는 정말이지 너무너무 놀랐다.)


연사가 연사인지라 보는 사람에 따라서 논란의 여지가 있을 수 있겠다. 하지만 그때도 그렇고 지금 다시 들어도 그렇고, 집중력을 단한번도 놓치지 않고 몰입해서 듣게 되고, 한 세 번정도 울컥하게 만드는 파워풀한 강연이었다. 수치심을 모르는 사람이 어디있겠는가. 수치스러운 굴욕을 공개적으로 겪는것에 대한 두려움이 없는 사람이 어디있겠는가. 그런 면에서 이 강연은 모두가 공감할 만한 인간 심연의 두려움에 정면으로 마주하며, 그것을 잔인하게 공격했던 Cyber Bully 와 타인의 취약함을 가십으로 소비해 버리는 현대사회에 자신의 뼈아픈 경험을 앞세워 공감과 이해심을 호소한다. 


강추.


* 러너스클럽: 자기개발과 자녀양육 등 성장과 교육 전반에 관심있는 사람들이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는 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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