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 왕과사는 남자를 보고 나서
책읽는 헤드헌터 독서모임 <한뼘> 3월 미션은 <구정에 영화한편 보고, 책도 한권 읽고 오기>였다.
두시간짜리 영화도 15분 요약으로만 보는, 숏폼이 대세인 즈음에 찬찬히 영화한편 보고 감사평을 이야기하자는 취지였다.
결과적으로 구정에는 4편의 영화를 보았다.
왕사남, 휴민트, 만약에 우리 그리고 제인마치 주연의 <연인>.
한뼘 멤버들과 이야기 나누고 싶은 영화는 왕사남이었는데, 구정으로부터 또 한달이 지난 시점이라 무언가 또 흐름이 지나 그때의 감정을 전하는데 한계가 느껴진다. 비교적 최근에 본 베트남을 배경으로 한 영화 <연인>에 대해 이야기 하고 싶지만, 한뼘 친구들이 과연 이 감정을 이해할 수 있을까. 나도 30년이 지나서야 이해하게 되었는데 말이다.
https://youtu.be/qCOrAQhKvWY?si=aTHMz5AfzXMRRDa1
어릴때 자주가던 비디오가게가 있었다.
OTT 서비스가 없던시절 비디오가게는 그야말로 전쟁이었다. 앞다투어 신작을 빌려가려는 이들로 늘 만원이었다.
그때 A 비디오가게 언니는 학생들에게 19금 영화도 빌려주는 오픈(;)된 언니였다. 덕분에 당시 야하다는 영화를 삼삼오오 모여 볼수있었는데 이 영화도 중고등학교때 야한영화리스트에 분류되어서 몇몇 수위높은장면만 몰래 돌려감아 봤었던 걸로 기억한다. 30년이 지나 회사 선배들로부터 추천받아 다시 보게된 이 영화는 그때의 느낌과는 너무도 달랐다. 그저, 어린여자와 쾌락을 즐기는 로리타류 영화라고 생각했는데 철저하게 내 오해였다. 이 영화의 진가를 알기까지 30년이란 세월과 사랑의 흔적들이 필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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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로 돌아가는 배위에서 쇼팽의 왈츠를 들으며,
이별을 실감하고 그제서야 그를 사랑했다 깨닫고 우는 여주를 보며, 아니 마지막으로 만나자고 한 장소에 그 남자가 결국 오지 않아 홀로 집으로 돌아가는 여주를 봤을때, 그리고 여주가 떠나던날 멀리 차안에서나마 떠나는 그녀를 마지막으로 바라볼수밖에 없던 그 장면들에서 깊숙한 곳으로부터의 감정이 올라왔다. 그 가슴아픈 사랑덕분에 이 작가는 자신의 이야기를 책으로 썼으리라. 인생엔 공짜가 없다.
Part I
파리에서 갓 유학을 마치고 온 남자 (차이니즈 맨)는 사이공으로 가는 배위에서 프랑스 여인 (영걸을 만나 첫눈에 반하게 된다. 기숙사까지 라이딩해주는 남자. 그 시대에 프랑스인이 아시아인, 특히 중국인을 대하는 인종차별적 시선들이 눈에 들어왔다.
Part 2
기숙사 앞에서 대기중인 남자의 검은 차는, 베트남 내 차이나타운 (독신남의 방)으로 그녀를 인도한다.
시장골목의 시끄러운 소음속에서 사랑을 나누는 남자와 여자. 여자는 자신의 나이를 17세라고 속이고 낯선 남자와의 사랑을 갈구하지만 (실제 15세), 서른이 넘은 남자는 이 과정이 두렵고 주저하게 된다. 남자를 리드하는 영 걸.
Part 3
독신남의 방을 자주 드나드는 여자는, 아편에 찌든 오빠와 아버지 유산을 사기꾼에게 속아 모두 날린 어머니 이야기를 남자에게 들려준다. 남자는 여자의 모든 가족을 초대해 저녁을 대접하지만 여자의 가족들은 중국인이라는 이유로 그에게 극악무도한 인종차별적 행태를 드러낸다.
Part 4
아무 직업없이 아버지의 돈으로 비싼 차를 타고, 유흥을 즐기던 남자는 20년전 정혼자와 결혼을 앞두고 있다. 얼굴도 모르는 생면 부지의 낯선 여인과, 집안의 부를 이어가기 위한 목적으로 정략적 결혼을 해야하는 남자는 아버지를 찾아가 용기를 내본다. 프랑스 여인없이 살아가 자신이 없다고, 씨알도 안먹히는 소리라고 아버지는 아들에게 조용히 훈계한다. 아버지돈으로 삶을 영위하는 남자는, 도저히 아버지 뜻을 거역할 수 없기에 원치 않는 결혼을 하게 된다. 그리고 이별.
여자는 마지막으로 결혼 후 한번만 더 독신남의 방에서 만나자고 약속해달라고 하지만 남자는 그곳에 나타나지 않았다.
Part 5
그리고 본국으로 돌아가는 배에 몸을 싣게 된 영 걸.
부둣가 사람들 사이로 검은차를 보게 된다. 그 안에 그가 있음을 확인한 그녀는 조금 안도하는 마음으로 사이공을 떠나게 된다. 배가 인도에 닿아갈 무렵, 선착장에서 들려오는 쇼팽의 왈츠를 들으며 그녀는 마침내 오열한다. 돈 많은 중국인을 이용했던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녀도 결국 그를 사랑했던 것.
그리고 몇십년이 지나 결혼하고 다른남자의 아이를 낳고 이혼한 후, 책을 집필하는 과정에서 파리에 왔다며 그에게서 전화 한통이 걸려온다. 남동생의 죽음을 애도해주었고 예전에 그랬듯이 여전히 사랑하고 죽을때까지 사랑하겠노라는 말을 남기고 남자는 전화를 끊는다.
https://www.youtube.com/watch?v=VSKAvKBnzWk&list=RD33li5AWy00I&start_radio=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