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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읽는 헤드헌터 Jun 04. 2020

당신은 어떤 팀장과 일하고 있는가?

헤드헌터 활용법



2014년 여름 새로운 회사에 조인하게 되었다.

매일매일 일거리가 산적해서 일주일에 두세번은 꼭꼭 야근하는데도 시간적 한계로 업무를 다 마무리할 수 없었다. 하루 24시간이 부족하다며 열정적으로 일하고 있는 내 모습을 보고 이전회사 멤버들이 의아해했다. ex 회사에서도 지금처럼 열심히 했으면 떼돈을 벌었을거라고 놀리기도했다. 레퍼런스 회사로 적을 옮긴 H 이사님은 '왜 그렇게 열심히 일하고 있는지' 에 대해 물었다.



전에는 매주 월요일에 쪼이는게 너무 힘들어서
이놈의 성과 위주 집단 당장 그만두리란 생각을 자주 했는데
여기서는 그런압박이 없고 좋은 팀장님과 팀에 누가 되지 않으려고 열심히 해요
아마 그런 점이 동기부여가 되는 것 같아요.


이사님: 팀장이 어떤 사람인데? 

나: 좋은 분이에요. 

이사님: 레퍼런스 세계에서는, 그러한 애매한 답변은 용납될 수 없아. 어떤 점이 좋은지 세세하게 읊어봐.

나: 대략난감;;



직장인 대부분은 회사를 떠난다기보다 자기의 매니저를 떠난다고들 하잖아요.
저도 새로운 회사에 대한 기대 같은 건 하나도 없었어요.
어차피 해왔던 일, 그냥 장소만 옮긴거라고 생각하니까.
다만, 팀장님이 좋은 분이라 덕분에 잘 적응하면서 지내고 있어요.



이사님: 그러니까 더 궁금해지네. 팀장님은 어떤 점이 좋은건데?

나: 자발적 야근을 가능하게 하면서 동기부여를 해주는 분이에요



한번도 본 적 없는 그 팀장이라는 사람에 대해 ex. 멤버들은 궁금해했다.

그래서 나는 ‘솔선수범형 리더’ 특징에 대해서 요약해드렸다. 

적어보니 대략 9가지로 팀장님이 가진 장점이 추려졌다.

디렉션이 정확하다-팀원의 프로젝트에 대해 가이드라인을 준다.

성과에 대한 압박보다 성과를 달성하기 위한 방법을 함께 고민한다-성과보다 업무에 대한 열정과 태도를 더 높이 평가한다.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탁월하다-중요한 일들은 팀원들과 의견을 공유하여 결정한다. 독단적이지 않으며 팀원들의 이야기를 경청한다.

신뢰할 수 있다-투명하게 정보를 공유하고, 숨기는 것이 없다.

겸손하다-말단 사원에서부터 시니어 레벨의 사람들 모두에게 공통적으로 친절하고 깍듯하다.

열정적이며 긍정적이다-매사에 불평이 없다.

업무 처리가 정확하다-기본적으로 일을 즐기며, 팀원의 요청과 고객사에 대한 피드백이 빠르다.

언제나 내 탓 먼저 한다-프로젝트가 잘 되지 않았을 때, 언제나 제일 먼저 본인의 책임이라고 팀원들에게 사과한다. 그런 다음 미흡했던 점을 짚어주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

한결같다-감정적이지 않으며 개인적인 일로 업무에 방해를 준 적이 없으며, 중심을 잡아주는 것에 있어 흔들림이 없이 일관된다.


단지 operation만 하는 것이 아니라 일에 대한 Direction 을 정확하게 주는 분이다. 

담당자보다 더 세세하게 프로젝트에 대해 기억하고 있으며, 포지션에 맞는 가이드라인을 준다. 

성과에 대해 한번도 압박을 받아본 적이 없다. 성과가 나지 않아 실적에 못 미치는 팀원에게는 스트레스 주기보다 오히려 다른 팀원들 몰래 조금씩 더 배려해주면서 슬럼프를 극복할 방법을 제시해 주곤 한다. 열정적으로 프로젝트를 담당하는 모습을 보이면 비록 성과가 나지 않더라도 인정해주고 칭찬해주는 분이라는 점이 무엇보다 좋다. 팀원들 퇴근 후에도 팀원 프로젝트를 챙기는 일이 자주 있다. 팀원이 아프거나 개인 사정으로 긴 휴가를 쓰거나 결근을 하게 될 때도 최우선적으로 백업을 해주시는데 10명의 팀원을 관리하는 팀장님을 보면서 나는 ‘매니지먼트는 내가 할 수 있는 분야가 아니구나’, 라는 생각이 참 많이 들었다. 

영어가 안되는 팀원을 위해서는 대신 영작도 도와주신다.

지내면서 결코 남탓 먼저 하는 경우를 본 적이 없다.



좋은 팀장이 되는 것이란, 곧 좋은 사람이 되는 것과 같다.


그 팀장은 2017년부로 우리 회사 대표가 되었다. 당연한 결론이라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생각했다. 팀장님이 회사 대표가 되면서 내게도 팀장이 기회가 찾아왔다. 팀장이 된 것. 

팀원들을 매니징할때나, 고객사를 핸들링 할때, 후보자와 때때로 커뮤니케이션의 난관에 봉착할때마다 롤모델이었던 전 팀장님과 일했던 때를 복기하며 극복해나가고 있다. 좋은 선례를 남겨준 좋은 리더다. 

남을 탓하기 보다 잘못은 내 안에서 찾고, 공은 타인에게 돌릴 줄 알며 서로를 배려하고 겸손하게 일했던 분.  


팀원들은 회사를 떠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매니저를 떠난다, 는 글을 본적이 있다.  

어차피 힘든 회사 일, 나는 내 일터가 조금 더 유쾌하길 바란다. 언제 떠나더라도 응원의 박수를 쳐줄 수 있는 매니저가 되고 싶기도 하고. 


좋은 팀장이 되는 길이란 곧 좋은 사람이 되는 길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걸 느끼게 되는 4년차 애송이 팀장의 단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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