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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읽는 헤드헌터 Jun 11. 2020

모던하트

2013년도에 읽었던 책


헤트헌터의 실상을 파헤쳤다길래

만장일치로 한겨레 문학상 수상작에 선정됐다길래, 번역가 헤드헌터 작가 등 여러 직업을 넘나든 사람이라길래 관심이 갔다. 차일피일 미루었지만 꼭 한 번 읽어야 할 책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읽고 보니 조금은 허탈했다. 소문난 잔치에 들렀는데 정작 먹어볼 것이 없더라는 속담같은 책이었달까. 헤드헌터가 아닌 이들에게 이 책의 스토리가 신선하게 느껴졌을 거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하지만 헤드헌터 입장으로 보기에 조금은 불편한 부분들이 많다. 단지 몇년간, 주니어 헤드헌터로, 이 업의 부정적인 측면만 그려낸 것은 아닌가 싶었던 것. 화려한 스펙과 경력, 무엇보다 학벌을 중시하는 대한민국 세태를 잘 꼬집어 낸 것 자체로 이 소설의 의의가 있다고 하겠으나 작가가 미처 모르고 있는 부분에 대해, 좀 짚고 싶었다. 내가 하는 이 일이라는 것이 그렇게 역기능만 있는 것은 아니니까 말이다.


헤드헌터의 시초는 보이든이란 사람이다.

경제 대공황 시절, 미국의 유수한 회사들이 줄줄이 도산했는데, 그때 우리의 보이든은 남들과는 다르게 수많은 실직자들의 재취업에 대해 걱정했다. 어떻게 하면 한 집안의 가장을 다시 일터로 보낼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 Outplacement 라는 개념으로 정리되었고 그렇게 헤드헌팅이라는 업이 탄생하게 된다. 이 업의 배경은 그러할진대 지금은 이미 레드오션이 되어버린 상황에서 온갖 말도 안되는 일들이 일어난다. 예를 들면 책에서 언급된 것처럼, 후보자의 들러리로 다른 후보자를 제출한다거나, 제 실적을 위해 감언이설로 이직이 많은 후보자에게 경력을 고려하지 않고 이직을 권한다거나 하는 등. 하나 더, 제살깎는 줄도 모르고 수수료 낮추기 경쟁도 있다. 하지만 그것은 다만 일부 몰지각한 헤드헌터들의 실상일 뿐 전체가 그러한 것은 아니다.


헤드헌팅이라는 그 업의 본래 가치를 훼손하지 않고 제대로 그 가치를 이어오는 곳들도 있다.


이 일을 시작 한지 햇수로 십년째. 헤드헌터의 역할은 실제적으로 두가지로 구분된다. 포지션에 적합한 후보자를 찾는 리서처와, 포지션을 의뢰하는 클라이언트를 발굴하고 커뮤니케이션하는 컨설턴트. 그 둘 모두 헤드헌터라 칭하지만 업무의 범위와 내용이 다르다. 컨설턴트는 서치+고객발굴까지 커버할 수 있지만 리서처는 서치에 전력투구하면 되는 것(고객사에 추천할 후보자에 대한 최종결정 권한도 컨설턴트에게 있다). 일을 하다보면 갖가지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 발생한다. <모던하트>를 읽고난 후 느낌은 초창기 컨설턴트의 우여곡절까지의 스토리로, 그 이상을 경험해보지 못했단 생각이 든다. 초보자일수록, 그리고 경쟁이 치열하고 서로 협력하지 않는 회사 구조일수록 수수료에 연연하고 후보자의 경력과는 상관없이 이직을 강권하지만 전통있고 관록있는 이들은 후보자를 단지 Product로만 이해하지 않는다. 한번의 이직을 돕고 끝나는게 아니라 그 후보자의 이후 경력에 대한 고민을 함께 한다.


물론 회사에서 원하는 인재상 대부분은 스펙이 빵빵한 이들이어야 한다. 하지만 반드시 그러한 것도 아니고, 꼭 그러한 회사만 있는 것은 아니라는 데 이 일의 재미가 있다. A라는 회사 마케팅 포지션으로 Right person이 반드시 학벌좋은 사람은 아니라는 것. 가,나,다 세사람의 후보자중 영어를 더 잘하거나, 인성이 더 훌륭하거나, 조금 더 성실한 사람 등 Hiring Manager는 자기만의 insight로 채용을 결정한다. 물론 학벌 좋은 사람이 플러스 점수를 받는다는데 이의가 없다. 하지만 학벌만 좋고 내실이 없는 사람보다는 스펙이 조금 덜 화려해도 내실있게 경력을 만들어온이가 훨씬 더 좋은 후보자라고 생각한다(적어도 나는 그렇게 믿는다).


이 책으로 인해, 헤드헌터 내부의 수수료나 일의 업무 방식 등에 대해 일반인들도 어느정도 알게 되었을거다. 비밀도 아니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학벌과 스펙위주의 현재 대한민국 세태를 반영하기 위한 도구로 쓰인 것이지, 이 업의 본질을 심도 있게 다루려는 의도는 아니었으므로 오해없이 읽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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