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tters to Juliet (도곡리 패밀리)
최여사님~
지금 저는 장흥이야요.
남원 시외버스터미널에서 만난 아저씬데, 저기 저 종이에 자기 연락처를 적어주더라고.
지리산 산장 예약을 못해서 지리산 종주 못했다고하니까 앞으로 자기에게 전화만 하면 예약해놓겠다고.
다들 아는동생이라고, 그러면서 장흥까지 가려고 광주차표를 달라고 하니
"순천으로 가야 훨씬 빠른디, 뭐한다고 광주로 가냐"면서 순천표를 끊어주시는거야.
그리고 순천행 버스가 출발하려는데 급하게 오시더니
"그래도 아가씨, 한달전에는 미리 전화줘야 나도 예약헐 수 있어~"라고 약한 소리를 하시네 ㅎㅎ
아까는 바로 내일이라도 예약해줄 수 있을것처럼 큰소리를 뻥뻥 치시더니 ㅎ
그래도 친절하고 좋았어.
그 남원 시외버스터미널 차표아저씨 덕분에 순천에서 장흥으로 오니까 두시간 반 좀 걸리는 것 같더라.
그래도 그냥 광주로해서 장흥 들어올걸 하고 큰언니랑 통화하면서 후회했어.
광주도 아직 한번도 안가봤응께~ 언제 또 광주를 올까싶은데 이렇게 장흥한번 와보니까 어렵지가 않더라고.
맘만 있으면 곰방와요~
다음에 모시고 올께, 엄마 같이오자!
여기는 순천이야.
곡성이랑 보성, 벌교 지나서 순천에서 장흥가는 버스표를 샀는데 시간이 한시간 정도 남길래 버스터미널에서 책파는 아주머니께 근처 금방이 어디냐고 물었더니 여기를 가르쳐주시더라고.
시내나 읍내나가면 더 비싸게 받고, 여기가 그래도 정직하다고.
바니 금방. 이름은 왠지 좀 거시기한데 그래도 금방 사장님이 잘해줬어.
본인 말로는 "겁나게 잘해준거야 아가씨" 하더라고.
요새 금값 시세가 한돈에 238,000원 정도하는데 단돈 백원도 안깎아준다고 자기는 안팔아도 그만이래.
그래서 아깝지만 그돈을 다 주고 두개 사려는데, 마침맞게 카드가 한도가 다 됐다고 안 긁히는거야.
그래서 할수없이 근처 농협에서 현금을 찾아왔더니 현금가로 하면 싸게 해준다고해서 1-2만원 좀 싸게 샀어~
짜잔.
큰이모 반지가 사이즈가 더 킁께 금색 통에 넣어주시고
막내이모 사이즈가 작응께 은색 통에 넣어주셨어, 사장님이 센스있어.
그리고 순천에서 한시간 반정도 더 왔을까.
장흥시외버스 터미널에 도착해서 이모에게 전화하니까 재현오빠에게 이미 연락받았다고, 지금 나가는 중이라고 금세 터미널로 데리러 오셨더라고. 멋지게 양산 쓰고.
추석 밑에 은미언니 오면 준다고 이모는 아침부터 김치 담그고 있었대.
김치거리 사러 장에만 두번 세번 다녀왔다는데, 나는 쉬라하고, 이모는 반나절 동안 김치담궜어.
맥주도 한잔 마시면서 일해야 덜 힘들다고 둘이 맥주도 한잔했어.
엄마 가방 보이지?
"우리 언니가 주고 가더라"하면서 엄마가 막내이모 준 저 가방 신주단주 모시듯 잘 가지고 있더라고.
"여기 장흥은 브랜드가 없어야. 해남이나 광주가야 있지.
여기 여자들 다 똑같은거 갖고 다니면 난 던져버려.
저건 니네 엄마가 준건데 춤추러 해남갈때 가지고 가면 여자들이 다 좋다해. 좋은거 알아봐"
외출할 일 있으면, 꼭, 가지고 가더라고.
짜잔.
우리 그립고 그리운 큰이모, 이모부.
이모부는 자꾸 내가 누구냐고. 밥 먹으라고 해.
이모가 자상하게 밥한숟갈, 나물 한번, 국한번 떠서 직접 먹여주는데 둘이 너무 보기가 좋아.
이모부는 대부분은 누워있지만 햇빛 비치는 소파에 앉아있기도 하고
스스로 세수도 하고, 웃기도 하고.
원체 말이 없잖아? 그냥 똑같애. 이모부는.
막둥이 왔냐?
거기서 여기가 어디라고 여기까지 와부렀냐?
다만, 다정스럽게 나를 막둥이라고 불러주지 않는다뿐 나보고 웃고.
밥먹으라하고, 양반다리 하고 꼿꼿히 앉아있고 똑같애.
예전엔, 저렇게 앉아서 담배를 참 맛있게 태우셨는데 이젠 두분다 담배는 쳐다도 안본대~ ㅎ
봐봐. 엄마.
분명히 반찬이 세개지?
나 왔다고 바로 묻혀준 오이랑,
숙주나물이랑.
부추김치.
근데 가지나물도 주셨어.
맛나다고.
그리고 한참을 먹는데,
다 먹어가는데 감자조림이랑 김치를 또 내주시잖아?
저 감자랑 김치가 특히 맛있더라고.
이모부가 이가 부실하니까 저 감자를 잘 드시더라고.
작은이모는 낮에 일하느라고 맥주 한잔
저녁에 해 저문다고 맥주 한잔
잠자기 전에 자기 전이라고 맥주 한잔하셔.
"우리 인숙이는 나하고 스타일이 맞어.
나 어렸을때처럼 착하고 나는 인숙이가 좋아"
막내이모는 나한테, 밥은 배나오면 옷 안예쁭께 많이 먹지 말라하셨어.
큰이모는 무슨 소리냐고 인숙이 밥 많이 먹어야한다고 그랬어. 자꾸 인숙이래 날더러.
막내 이모 멋있지?
멋있게 차려입고 일하러 간대. 화장도 아주 멋지게하고, 신발도 높으거 신고 ㅎㅎ
예쁘지?
엄마랑 똑같애. 이모보니까 좋다. 엄마.
작은거는 만날 저러고 치장하고 집 하나도 안치우고 나간다면서, 큰이모는 또 설거지해.
만날천날 소지하는게 일이래. 화단이며 화장실이며 큰이모부 방이며 부엌이며 엄청나게 윤이 나게 해놨어
내옷도 벗어놓기가 무섭게 조물조물 빨아서 널어놓고
막내이모한테 쓰레기봉투 버리고 오라고 성화하고
엄마랑 똑같애~ ㅎㅎ
오늘 아침 먹기 전에 이모부가 나와 앉아있길래 사진찍었어
내가 남진 빈잔이랑, 어머니, 나훈아 노래들 틀어줬는데 좋아하는지 모르겠어
이모 말로는 귀가 안들릴꺼래 ㅠㅠ
들리면 카세트를 좀 사다 드리고 갈랬더니말야.
막내이모랑 나랑 아침먼저 먹고, 이모가 미역국 조개넣고 맛나게 끓여줬어.
다음타자로 큰이모부랑 이모 식사하셨는데
밥 드시자마자 누워서 주무셔 이모부는.
발마사지 좀 해드리고 악수하고
경기도 애심이 딸 막둥이라고 다시 알려도 드렸더니, 고개를 끄덕여
첫날에 내가 보고 막 우니까 이모부가 눈물 흘리면서 눈물 닦더라고. 어찌나 슬프던지.
막둥이를 못알아보고, 올해 팔십하고도 네살이나 되셨대.
큰이모는 76, 막내 이모는 67, 엄마는 72 (지금 엄마는 76, 그때의 큰이모 나이네, 아니 근데 우리 큰이모가 벌써 팔십이야 엄마 어뜨케......)
다들 이렇게 노인이 되어가네.
너 혼자 지리산 같은데 가면 안된다.
절대 가지마라.
엄마도 여기 와봤지?
장흥 건산구 동부로. 집 좋더라고. 화장실도 새로 고쳤다는데 난 여기가 참 좋아 엄마.
원래 하룻밤만 자고 갈랬는데 이모부도 좋고. 이모도 그렇고.
이모가 "야야 내가 언제 또 니를 보고 죽겠나했는데 니가 여기까지 어쩐일로 왔냐"하시는데
조금더 있다 가려고. 이모, 나 며칠더 있어도 되냐고 하니까 뭔소리냐고. 추석 세고 가라고.
안가겠으면 가지말라고. 니집인데 뭔소리냐고 하셔 ㅎㅎㅎ
이모집으로 편지좀 해야지~ 앞으로는!
기와집 지붕에,
딱 알맞은 마당에, 마루에.
나 여기가 너무 좋아 엄마 ㅎㅎ
오늘 아침 밥상. 막내이모가 차려줬어.
미역국 맛있었어. 큰이모가 "막둥이 어제 김치 잘먹드라, 김치 꺼내줘라" 해서 김치도 더 꺼내주시고.
아침먹고 좀 놀다가 장흥시내 돌아다닌다고 나 먼저 나왔는데
어젯밤에 내가 산에 올라갈때 먹다 남은 카스테라를 큰이모부가 잘 드시는게 생각나서
부드러운빵이랑, 엄마 좋아하는 모시송편이랑 경단사가지고 가서 드리고 다시 나왔어~
여기는 장흥 제일교회, 이모네 집에서 걸어서 오분거리인데.
기도좀 하고 헌금도 좀 할랬더니 문이 닫혀있는거야.
주일에 예배 드리고 싶은데.
오늘은 목요일이고. 금토일까지 이모네 있어도 될까싶기도하고.
아직 고민중이야 엄마~
어쨀까?
교회에서 장흥을 내려다보니까 딱 도서관 하나가 저 멀리께 보이는거야
그래서 오후는 거기서 책보고 이렇게 엄마한테 편지 보내면서 시간 보내고있어
매미 우는 소리도 듣고. 바람도 살랑살랑 불고 엄마 같이 왔으면 좋았을껄.
나 여기서 너무 좋아....눈물도 많이 나고.
이모네 집 근처 책방. 좋다 이동네.
이모네 근처 이발관~ ㅎㅎ
오늘은 여기까지하고,
또 소식전할께.
막내이모는 일 갔다왔을 시간이고
두 이모가 인숙이가 뭐한다고 안들어오는가, 하고 기다릴것 같아.
나 이제 집에 가야지.
엄마.
고생해서 키워줘서 고맙고.
내가 더 말 잘 들을께.
2016년 장흥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