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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읽는 헤드헌터 Jun 23. 2023

<김준수>를 왜 좋아했냐면


 


몇년 전 담아둔 기록이다. 2023년 시점 아님 주의.





왜 준수를 좋아해?



나이 마흔에 덕질하면서 타인이 (심지어 가족들도) 인정 안해줘도 내 배우 나만 좋음됐지 라고 생각했는데 그래도 꼭 한번은 기록으로 남겨두고 싶었다. 많은 사람들이 내게 묻는 그 이유에 대해.



누구에게나 다 입덕계기란 게 있다. 

조승우를 통해 뮤지컬 세계에 입문했다면, 뮤지컬 드라큘라 넘버 loving you keeps me alive라는 곡을 통해 김준수라는 사람에게 입덕하고 말았다. 곡이 너무 애절하고 감미로워서 김준수가 부른 노래며 뮤지컬을 또 죄다 뒤져본 거다. 그러던 중 실력파 가수나 인디밴드만 나온다는 EBS 스페이스 공감에서 한시간 분량으로 소극장 콘서트를 하는 김준수 보면서 그의 세계관에 빠져 들어가게 되었던 거다.

SM과의 불공정 전속계약 해지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고, 결국 인기있던 그 그룹을 탈퇴하고. 이후 SM과의 재판끝에 승소는 했지만 방송에는 나올 수 없는 6-7년간의 시간들. (이 시간이 모두 지나갈꺼란 의미를 담아 준수가 부른 김범수의 ‘지나간다’들으면서 얼마나 울었는지!) 

다행이랄지 이제 그는 미스터트롯에 패널로 나온다. 방송금지 10년만의 일이다.


스페이스 공감이란 음악프로에서 본인이 뮤지컬을 어떻게 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는데, <모짜르트>에서 황금별 넘버는 언제나 그의 눈물샘을 자극한다고 했다. 


황금별

아주 먼 옛날에 한 왕이 아들과 함께 살았다네

세상을 두려워하면서 늘 왕자 걱정에 잠들 수가 없었지

성벽을 높히고 문도 굳게 닫았네

어느날 바람결에 실려온 그리움

혼자 있는 왕자에게 속삭였네

북두칠성 빛나는 밤에 하늘을 봐 황금별이 떨어질꺼야

황금별을 찾기원하면 인생은 너에게 배움터 그 별을 찾아 떠나야만해

왕은 말하곤 했지 이 세상은 파멸로 가득찼다

난 결코 밖을 보지않아 저 세상에서 널 지키겠다 하셨네 

성벽을 높이고 문도 굳게 닫았네

하지만 뛰는 가슴 멈출 수는 없어 왕자 성벽 넘아 세상 꿈꾸었네

자 여길 떠나 저 성벽넘어 그 별을 찾으러 여행을 떠나야 해

험한 세상 너 사는 이유 이 모든 걸 알고 싶다면 너 혼자 여행 떠나야만해

사랑이란 구속하지 않는 것

사랑은 자유롭게 놓아주는 것

때로는 아픔도 감수해야해

사랑은 눈물 그것이 사랑

황금별이 떨어질때면 세상을 향해서 여행을 떠나야해


https://www.youtube.com/watch?v=JxPUdr38d5A

흔히들 말하는 입덕영상


바로, 이 곡을 듣고 준수는 뮤지컬이란 낯선 세계에 도전을 하게 됐다고 했다. #입덕영상

가수로서 무대에 서지 못해 낙담하던 차에 제안받은 뮤지컬. 사실 두려워서 포기하고 싶었지만 뮤지컬 가사를 통해서라도 말하고 싶었다는 거다. 자기들이 그룹을 탈퇴한 것을 두고 무턱대고 비난하는 언론과 사람들을 향해 뮤지컬 가사를 빌려서라도 자기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면 좋겠다고.

2006년인가, 초대 받아서 이 공연을 봤는데 그땐 무슨 아이돌이 뮤지컬을 해? 하면서 잔뜩 편견을 갖고 봤고, 준수도 서툴렀던 시기라 좋지 않은 기억으로 남았었는데. 그에겐 절실했던 공연이었을 거란 생각이 이제야 든다. 

남작부인이 <황금별>이라는 넘버를 부르면 희망찬 표정으로 모짜르트가 세종문화회관 무대로 만들어진 하늘을 바라보는 건데, 너무 눈물이 나서, 공연을 하는 동안 단 한번도 희망차게 하늘을 바라볼 수가 없었다고 했다. 


하나하나 진솔한 그의 이야기가 담긴 <스페이스 공감>이란 프로를 통해 자연스럽게 그에게 빠져들었다.

그래서? 그래서는 뭐. 바로 2016년에 공연중이던 준수 <도리안 그레이>를 예매했다.

오스카 와일드의 소설인데 이 작가의 실제 삶이 또 그렇게 매력적이다. 아일랜드 극작가인데, 세기의 재판을 받았던 인물이다. 한창 동성애가 법으로 금지되던 시절(1850-1900)에 동성연인의 아버지에게 고소를 당하게 되는데 재판에 져서 결국 오스카와일드는 실제로 감옥에 가게된다. 노동형 징역이라고해서, 웬만한 문인이나 예술가들 (노동자 계층이 아니라면)은 그러한 징역형을 받고 나면 몸이 축나서 오래 살수가 없었다고 한다.

결국 오스카와일드도 일찍 죽는다. 영국에서 추방 당한 후 1900년, 프랑스 파리에서 뇌수막염으로.


그 시대에 굉장히 당당하게 커밍아웃하고, 금기시된 것들을 책으로 쓰고 꽤 멋지게 살았던 오스카와일드는 감옥에 갔을 때 한번도 면회오지 않는 동성연인을 향해 옥중일기 같은 걸 쓴다. 연인의 아버지로부터 피소받아 감옥에 갇힌건데도, 그 연인이라는 작자 더글라스는 한번도 면회를 오지 않았다. (귀족자제인 더글라스는 처벌을 받지 않았다) 한번도 면회를 오지않는 연인에 대한 섭섭한, 서러움, 억울함 등을 토로한 일기는 <심연으로부터>라는 책으로 재탄생된다. 꽤 인간적이고 솔직하면서도 어떻게 보면 굉장히 많이 찌질한, 사랑에 빠진 한남자의 투정기같다고나 할까.


암튼 그 오스카 와일드가… 악마에게 영혼을 팔고 영원히 늙지않는 모두의 이상향, 도리안 그레이라는 인물을 그의 소설을 통해 창조해내는데 그 작품을 원작으로 하는 뮤지컬 <도리안 그레이>에 준수가 단독 캐스팅된거다. 더블 캐스팅, 트리플 캐스팅 이런게 아니라 오직 준수 한사람의 무대가 펼쳐진다는데 가보지 않을수가 없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X손이라 피케팅 성공 못해서 2층 좌석밖에 구하진 못했지만 당시에 그에 대한 사랑이 고조되던 시기라 휴가내고, 공연을 보러 갔다. 도리안그레이 넘버를 만든 김문정 음악감독은 준수가 완벽하게 작품을 이해하고, 100% 이상으로 도리안 그레이를 잘 창조시켜줬다면서 애정어린 눈빛으로 극찬하기도 했다.


아무튼, 그 도리안 그레이, 공연을 끝으로 준수는 2017년도엔가, 군대를 간다. 의경으로.

의경은 일경/이경/상경/수경이라고 하던데(내가 또 준수 덕에 세상 첨으로 수경이란 걸 들어봤다) 

군대 홍보부 안에 뮤지컬 부문에 지원해서 합격했다. 더블S301멤버 김형준이랑 같이 군대 홍보부에서 노래도하고 춤도 추고 각종 경찰행사들 다 다녔던 영상이 유튜브에 있다. 특히나 레전드 영상은 비오는 날 공연을 보러와준 팬들이 천막에 가려져 자신의 무대를 제대로 보지 못하자 무대 위 천막을 치고 나와서 비맞으면서 공연을 이어갔던 장면이다. 팬들사이에선 의리준수로 불리며 아직도 회자되는 공연이다.


제대 후, 뮤지컬 엘리자벳, 드라큘라 복귀도 하고 10년 만에 지상파도 등장했다. 

군대에 있을 때 티비 나오는 사람들 모두가 부러웠고, 활동도 십년째 안하는 내가 연예인 맞나, 음악프로도 십년째 못나갔는데 가수 맞나싶어서 힘들고 서럽고 자존감도 낮아졌다고했는데 다행히 지금 그도 다른 연예인들처럼 TV에 나온다. 

준수는 이게 한번의 소풍으로 끝날까봐 걱정되기도 하고, 곧 사라질 것 같은 물거품같다고도 했는데 아직 그 거품은 사라지지 않았다. 


이야기가 꽤 길어졌다. 

내가 왜 시아를 좋아하는지 물어보는 사람들이 많아서 왜 좋아했지, 생각해보다가 글로 남기다 보니 이렇게까지 진지해졌는데 사실 계속 좋아해도 되는지 고민이 되는 시기도 있었다. 


사생팬에 괴롭힘 당하다 결국 욕을 했던 음성파일과, 제주도 토스카나 호텔사건, 박유천 사건 등과 맞물려서 유유상종일거라는 의문이 들었던 것. 팬에게 욕하는 가수를 좋아해도 될까? 그냥 팬에게 욕한게 아니라, 그간 온 신경을 건드렸던 악질 스토커에게 욕 한거니까 그래도 정상참작 해줘야 하는거 아닐까. 오죽하면 준수가 그랬을까…하면서 인지부조화를 막으려고 애써 합리화하던 즈음, JYJ 멤버 박유천 사건이 터졌다. 이어지는 그 밥에 그 나물 아니겠냐는 시선들.


그리고 준수가 투자한 제주도 토스카나 호텔 사건. 각종 세금 및 운용비를 감면 받고 있었는데 시세차익 노리고 팔아제끼면 먹튀 아니냐는 논란. 결국 그 기사는 김준수가 호텔을 매각하고 나머지 이슈들을 정리하면서 마무리되었다. 매각 결정이 된 후 김준수 측에서 감면 혜택은 전부 돌려주었기에 먹튀 논란으로까지 비화될 일은 아니라는 것이 중론이다.


연예인이기에 감수해야 하는 루머와 구설수들이 있겠지만, 그러한 것들 이전에 그가 지나온 시간들을 알기에 나는 나를 허락했다. 계속 그를 좋아해도 좋다, 고. 



에필로그

나의 영향인지는 모르겠으나 우리집에 놀러온 큰조카가 이후 동방신기 팬이 되어 밤마다 hug를 듣고 행복해하다가 아침에는 동방신기의 상황에 대해 우울해하는 나날을 보냈었다. 

생전 해본적없다는 일코(일반인 코스프레, 자기가 좋아하는 연예인을 떳떳하게 밝힐 수 없는 상황에서 하게되는 선택)를 하게되었다는 것. 20년 넘게 조승우를 좋아하면서 겪지 못한 일들을 새삼 조카를 통해 간정경험해본다. 새삼 배우 조승우에게 감사함이 든다. 무탈하게 있어준 것에 대해. 

무탈하다 못해 해매다 도전을 멈추지 않고 매순간 자신의 커리어를 뛰어넘고 있는 것에 대해 이 자리를 빌어 조승우 배우에게 다시금 깊은 감사를 표하는 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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