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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읽는 헤드헌터 May 19. 2023

내맘을 사로잡은 <웅이>

내마음을 사로잡은 웅이들 (과거형이 되었지만)



2022년 2월에 나는 3명의 서로 다른 웅이를 좋아하고 있었다.

이미 벌써 과거의 일이 되어 그들 모두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지만 아무 기록도 남기지 않고 떠나보내기엔 어쩐지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그러니까 이글은 아무짝에도 쓸모없겠지만, 나의 지나간 세명의 웅이에 대한 기록이다 #지금은 #웅이시대



허웅

허재를 좋아했으니까 그의 아들 둘을 농구코트에서 봤을때 자연스럽게 좋아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근데 두 아들 중 왜 웅이냐면, 원주 DB프로미가 TG삼보시절부터 팬이었기 때문에..라면 거짓말이고


 웅이가 훈이보다 더 내스타일에 가깝기때문이다. 내 스타일에 가까운 웅이가 하필 또 내가 오랫동안 응원했던 구단에 몸담고 있으니 당연히 더 좋아질 수밖에! 그런데 웅이가 이적했다. 더이상 원주DB선수가 아닌 것. 이제는 전주 KCC 선수가 되어 달라진 유니폼을 입고 있는 그를보니 당혹스러움을 감출 수가 없다. 긍정적 재평가 (Positive Reappraisal)를 통해 허웅이 어차피 원주DB에 있는 것보다 3점슛 확률이 더 높고 전반적으로 팀운영에 도움이되는 보다 피지컬적으로 훌륭한 선수를 영입하는 것이 팀의 장기적 목표에 부합한다고 생각해야겠다고 다짐은 하고 있지만 머리로는 이해되는 그 일들이 맘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쉽지않다.

프로농구의 세계에서 너무도 당연한 일인데 말이다.

그렇게 첫번째 웅이와 이별했다. 웅이는 떠났지만 나는 원주 DB에 남기로 했다.


프로농구라는 냉정한 세계에 적응하지 못한 제니퍼씨


구웅

그러니까 그 모든건 이 드라마 때문이었다. 이미 십수년전 끝난 그와의 일들을 기록한 치유록을 꺼내서 하루 반나절만에 브런치북으로 뚝딱, 발행하게 된 것은. 웅이랑 유미의 연애를 보면서 27살때 만났던 그녀석과, 그때의 우리가 너무도 생각났다. 구웅을 좋아했던 시절, 매일 저녁을 준비하면서 이 드라마를 켜 놓고 라디오처럼 구웅의 목소리를 듣곤했다.

유미의 세포들과 구웅의 세포들이 나누는 대화를 들으면서 마흔살 넘어서 만화를 원작으로 한 드라마를 보면서 십수년전 사랑했던 그녀석의 속마음이란걸 간접적으로나마 들여다보게 되었고, 그렇게 연애를 드라마로 배우게 되었다. 그래서 <유미의 세포들 2>를 엄청나게 기다렸지만 시즌 2에 등장하는 유미의 새로운 남친은 전혀 내스타일이 아니었기에, 구웅이 돌아오지 않았기에 이 드라마와도 두번째 웅이하고도 안녕을 하게 되었다.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버린 두번째 웅이도, 안녕.


정겨운이 아니어도 구웅은 매력적이었을수 있다. 하지만 정겨운이라서, 그의 음색과 어색한 가발도 좋았던 것 같다.



최웅

웅이시대의 마지막을 장식했던 최웅. 내 오래된 베프는 이 드라마를 5번도 넘게 봤단다. 나도 최웅의 목소리를 녹음해서 가지고 다닐만큼 좋아했지만 다섯번을 볼 정도는 아닌 것 같다. 놀라운 반전도 있고, 예상밖의 스토리가 펼쳐지기도해서 흥미롭게 봤던 드라만데 무엇보다 가장 좋았던 것은 헤어졌던 최웅과 국연수가 결국 다시 만나 사랑을 이어갔다는 점이었다. 지나간 사랑에 미련이 많은 타입이라서인지는 몰라도, 헤어졌던 그 사람과 다시 만날 생각을 자주하는 스타일이어서인지는 몰라도, 그런 이야기에 마음이 끌린다. 헤어졌지만 결국 다시 만나게 되는 사랑이야기. 이를테면 <연애시대>나 <그해 우리는> 같은 드라마. 이를테면 김동률의 <다시 사랑한다 말할까>같은 노래들. 철없이 가볍게만 봐왔던 최우식이라는 배우를 재발견하게 해준 드라마이기도 했고, 김다미의 매력이 쏟아져나왔던 드라마기도 했는데 어쨌거나 드라마는 드라마일뿐, 어느새 다른 드라마로 이 드라마는 잊혀졌고 최우식이 아닌 최웅을 사랑했던 나는 드라마의 종영과 함께 최웅과도 결별의 수순을 밟게 되었다.

그렇게 세번째이자 마지막 웅이와도 끝이 났다.





전교꼴등에서 트렌디한 신비주의 작가로 변신한 웅이 사람이 등장하지 않아도 나는 그의 그림이 좋았다!





1년동안 <작가의 서랍>속에 담겨있었던

지난해 내가 사랑했던 세명의 웅이들 모두 안녕히.

부디 각자의 자리에서 행복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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