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틸라 요제프 (번역: 공진호)
이 세상에 나오면 일곱번 다시 태어나세요.
불난 집에서 한 번
눈보라 치는 빙원에서 한 번
광란의 정신병원에서 한 번
바람이 몰아치는 밀밭에서 한 번
종이 울리는 수도원에서 한 번
비명을 지르는 돼지들 가운데서 한 번
여섯 아이가 울지만 충분하지 않아요
당신 자신이 일곱번째여야 해요!
생존을 위한 싸움을 할 때 당신의 적이 일곱 사람을 보게 하세요
일요일에 일하지 않는 사람
월요일에 일을 시작하는 사람
보수 없이 가르치는 사람
물에 빠져 수영을 배우는 사람
숲을 이룰 씨앗이 되는 사람
야생의 선조들이 보호해주는 사람
하지만 이들의 비결 전부로도 충분하지 않아요
당신 자신은 일곱번째여야해요!
당신의 여자를 찾고자 하면 남자 일곱을 그녀에게 보내세요말보다 가슴을 주는 남자
자신을 돌볼 줄 아는 남자
꿈꾸는 사람을 자처하는 남자
그녀의 스커트로 그녀를 느낄 수 있는 남자
호크와 단추를 아는 남자
단호히 행동하는 남자
그들이 파리처럼 그녀를 맴돌게 하세요
당신 자신은 일곱번째여야 해요!
할 수만 있다면 시인이 되세요 하지만 시인 안에는 일곱 사람이 있어야 해요
대리석 마을을 짓는 사람
꿈을 꾸도록 태어난 사람
하늘의 지도를 그리고 하늘을 아는 사람
언어의 부름을 받는 사람
자신의 영혼을 책임지는 사람
쥐의 간을 해부하는 사람
둘은 담대하고 넷은 슬기롭되 당신 자신이 일곱번째여야 해요
이 모든 것이 그대로 이루어지면 당신은 일곱 사람으로 묻히리니
젖가슴에 기대어 젖을 물린 사람
젊은 여자의 단단한 가슴을 쥐고 있는 사람
빈 접시들을 내던지는 사람
가난한 사람들이 이기도록 도와주는 사람
몸이 부서지도록 일하는 사람
밤새도록 달을 바라보는 사람, 그러면 세상이 당신의 비석이 될거예요
당신 자신이 일곱번째라면.
RE: 안녕하세요 공진호 선생님
2014.11.19 18:00:13 [GMT +09:00 (서울, 도쿄)]
보낸 사람 Gene Ghong
그럼 마저 답해드릴게요.
“물에 빠져 수영을 배우는 사람”은 아마도 어떤 일을 할 줄 몰라도 몸을 던져 일하며 스스로 배워나가는 것을 말하는 듯해요. 어쩌면 뜻하지 않게 어떤 난관에 처해도 스스로 헤어 나올 줄 아는 사람일 수도 있겠죠.
“대리석 마을을 짓는 사람”은 꿈을 꾸어도 높은 꿈을 꾸는 사람일 듯해요. “대리석”은 비싸고 단단한 소재니까 ‘영구적인 것’을 추구하는 사람일 수도 있겠죠. 그밖에 대리석이 연상시키는 것을 대입해서 생각하시면 될 것 같아요.
“빈 접시들을 내던지는 사람”은 그 다음 행과 연결시켜 보아도 괜찮을 것 같아요. “빈 접시”는 먹을 것이 없는 상태를 상징할 테니, 그런 상황을 참지 않는 사람을 가리키는 듯해요.
정답은 없어요. 그리고 나머지는 이해하신 대로 생각하시면 될 것 같아요.
그럼 이만 안녕히 계세요~
공진호 드림
시를 이해하고 싶은데 도저히 이해가 안가서, 당시에, 이 시를 번역한 분에게 메일을 보냈었다.
친절하게도 두번의 메일 모두, 답을 해주셨다. 덕분에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는데.
어떤 시는 때론 모스부호보다 더 모호하게 느껴질때가 있어서, 좀 안타까울 때가 있다. 시인 자신만이 알아들을 수 있는 암호로 만들어 누구도 공감하지 못하게 하려는 목적이 아니라면, 시인들이 조금 더 친절하게 시를 써줬으면, 할때가 있다. 예를 들면 최근에 본 영화 <보충수업>에 나왔던 어느 대학생의 습작같은 시. 아니면, 정호승 시인의 <나는 그늘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같은 시.
요제프는 비누제조공인 아버지와 세탁부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서른두 살에 기찻길에서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최초의 프롤레타리아 서정시인”이라는 찬사를 받았던 요제프는 다섯 살 때부터 돼지치기로 일했고, 아홉 살에는 극심한 노동으로 첫 자살을 기도했다. 이십대 초에는 파리로 건너가 소르본대학교에서 수학하며 혁명을 꿈꾸었고, 이후 헝가리 공산당에 입당해서는 시인으로서 유토피아를 꿈꾸지만 그는 어디까지나 행상, 청소부, 건설인부, 배달원, 속기사, 번역가 등 수많은 직업으로 생계를 유지한 노동자였다. 짧은 인생 동안 당국과 교회, 학교로부터 정치 선동의 혐의를 받았고, 자신의 신념을 좇아 가입한 당에서조차 제명당했다. 평생 가난과 고통에 시달렸지만 그의 시를 이끄는 인식은 희망과 인류애가 배어 있는 인권이다. 그래서 그의 시가 위대하다. 충동적인 반항아 기질은 사회적 배경과 결핍에서 나온 것이지만 그것은 요제프를 인권과 보편적 가치관의 대변인으로 만들었다_아티초크 출판사 홈페이지에서 발췌